[로리더] 혼인신고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음에도 5년 동안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가족들과 상견례도 없는 등으로 법원에서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지 못했다.

부산가정법원에 따르면 청구인(A)은 2014년 10월부터 상대방(B)과 동거하면서 사실혼 관계에 있었고, 자신이 모은 돈을 상대방에게 관리를 맡겼으며, 세 차례에 걸쳐 상대방의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했으나, 2019년 7월 상대방이 가출함으로써 사실혼이 해소됐으므로, 사실혼 해소로 인한 재산분할을 구한다며 소송을 냈다.

부산가정법원 엄지아 판사는 최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 청구를 기각했다.

엄지아 판사는 “청구인과 상대방은 결혼식을 올리거나 가족들과 상견례를 치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의 가족들과 교류한 정황이 없고, 혼인신고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음에도 오랜 기간 동안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두 사람이 주민등록을 같이 두었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고 밝혔다.

엄 판사는 “청구인은 자신이 모은 돈을 상대방이 관리하게 했고, 이를 통해 부동산들을 취득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본인 명의로 금융거래를 할 수 없었던 청구인의 개인적인 사정에 기인한 것일 뿐, 두 사람 사이에 공동의 재산증식 활동을 통한 부부의 경제적 결합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엄지아 판사는 “청구인과 상대방 사이에 혼인의 의사나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두 사람이 단순히 동거 내지 정교관계를 넘어 법률상 부부에 준하는 정도의 관계에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따라서 청구인과 상대방이 사실혼 관계에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으로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으면서도, 형식적 요건인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상 부부로 인정되지 않는 남녀의 결합관계를 말한다.

이때 ‘혼인의 의사’라 함은 일반적으로 부부로서 정신적ㆍ육체적으로 결합해 안정적으로 생활공동체를 형성해 영위할 의사를 의미하고,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의 동거생활 여부, 경제적 결합관계, 다른 가족과의 관계 형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험칙과 사회 일반의 상식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는 즉 사실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동거 내지 정교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사자 사이에 혼인신고를 제외한 나머지 요건 즉 주관적인 혼인의 의사 및 객관적인 혼인생활의 실체를 모두 갖추어야만 사실혼에 해당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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