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아파트 입주민의 지속적인 민원제기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파트 관리소장 사건에서 법원은 ‘업무상재해’로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5월 한 회사에 입사해 경남의 모 아파트에서 관리소장으로 근무해 왔다.

A씨는 2017년 7월 회사 대표에게 “사장님 죄송합니다. 몸이 힘들어서 내일부터 출근하기 힘듭니다. 소장 대체 부탁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다음날 아파트에 출근하지 않았다.

그런데 A씨는 이틀 뒤 산책하고 오겠다고 외출한 뒤, 자택 부근 산책로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망인의 배우자인 B씨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따른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망인이 업무적 스트레스에 의해 판단력 망실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망인은 개인의 경제적 문제, 정신적 취약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살에 이른 것으로 판단돼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이에 소송을 제기한 유족은 “망인은 입주민들 간의 갈등 중재, 입주민들의 민원처리 문제로 장기간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사망 직전 악성민원인으로부터 층간소음 민원처리와 관련해 부당하고 모욕적인 항의를 받기도 했다”며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망인의 불안 및 우울장애가 유발ㆍ악화돼 자살에 이르게 됐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사망한 아파트 관리소장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망인은 2017년 7월 입주민 C씨와의 대화를 마치자 바로 회사 대표에게 사직의 의사를 표시했고, 회사 대표가 사직을 만류했음에도 일찍 퇴근한 후 다음날 출근하지 않았으며, 그 다음날 새벽 자살에 이르렀다.

유족의 진술에 의하면 망인은 퇴근 후 다음날까지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고 잠도 자지 못했으며, 계속 불안감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아파트 입주민 C씨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민원제기 등이 망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자괴감을 불러일으키는 등 사망 전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망인은 입주민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민원 제기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와 정신적 취약성 등의 요인에 겹쳐서 우울증세가 유발 및 악화되었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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