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의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은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해 장애가 없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청사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에서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의미와 범위, 판단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최초의 판결이다.

법원에 따르면 여성 B씨는 소아마비를 앓아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보정신발을 착용하더라도 다리를 절면서 걸어야 하며, 오른쪽 눈 역시 사실상 보이지 않는 상태로, 지체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었다.

그런데 A씨는 2013년 10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옆집에 살던 B씨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제추행, 강간 등을 저질렀다.

검사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를 적용해 장애인 강제추행, 장애인 강간 등으로 기소하면서, 예비적으로 일반 강제추행, 강간 등으로도 기소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장애인에 대한 강간ㆍ강제추행 등)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강간의 죄 또는 강제추행의 죄를 범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그러한 사람을 간음한 사람을 가중처벌하고 있다.

원심(광주고등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6조의 장애인강제추행, 장애인강간 등이 성립하지 않고 일반 강제추행, 강간 등이 성립한다고 봐 이에 대해서만 유죄판결을 선고(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했다.

원심은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에 해당하려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피해자에게 그러한 장애가 있다거나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가 그와 같은 장애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2월 2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의 취지는 성폭력에 대한 인지능력, 항거능력, 대처능력 등이 비장애인보다 낮은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가중처벌 하는데 있다”며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신체적 기능이나 구조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달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어야 한다’고 본 원심판결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편 장애와 관련된 피해자의 상태는 개인 별로 그 모습과 정도에 차이가 있는데 그러한 모습과 정도가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정한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되므로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피해자의 상태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해 장애가 없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공보관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의 취지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의미와

범위, 판단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법원은 “특히 위와 같은 성폭력처벌법에 의해 보호받는 장애인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자칫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이를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고, 해당 피해자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할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권리보호 등에 충실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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