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를 처벌하는 향토예비군설치법 조항에 대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진지한 양심의 결정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문제는 향토예비군설치법의 위헌 여부가 아니라, 법원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 판단의 문제라고 봐서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제청신청인들은 현역 또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한 후 예비군으로 편성됐다. 그런데 이들은 예비군 교육훈련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훈련을 받지 않았다는 범죄사실(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죄)로 반복해 기소됐다.

이들은 재판 계속 중 구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9항 1호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구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벌칙) 9항은 1호는 훈련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받지 아니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2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청법원들은 “대체복무제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진지한 양심의 결정에 따라 예비군 훈련의무를 거부한 사람들에게 형벌을 반복적으로 가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수원지방법원과 전주지방법원이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9항 1호에 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대법원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또 예비군훈련도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를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의 경우에도 예비군법 내지 구 향토예비군설치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렇다면 제청법원들이 문제 삼고 있는 상황, 즉 진지한 양심의 결정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문제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가 아니라 제청신청인들과 같이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며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원의 구체적 판단의 문제로 남게 됐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제청법원들은 제청신청인들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당한 사유의 존부를 가려 유죄ㆍ무죄 판결을 하면 되므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구 병역법 제5조 제1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경우 등을 처벌하는 구 병역법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등에 대하여는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그 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1월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2021년 1월 28일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의 경우에도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 내지 구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9항 제1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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