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무부(장관 박범계)는 일명 ‘약촌오거리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가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의 1심 국가 패소 판결에 대해 항소 포기를 승인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 1월 승소 판결 직후 언론과 인터뷰하는 박준영 변호사(우)와 황상만 전 형사반장

이 사건을 맡은 박준영(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와 법무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경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 주차돼 있던 택시 운전석에서 피해자가 흉기에 찔려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그런데 현장에서 진범의 도주를 목격한 피해자 최OO(당시 15세)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 그로 인해 기소돼 2001년 6월 징역 10년의 유죄판결이 확정돼 복역하고, 2010년 3월 만기 출소했다.

그런데 2003년 무렵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받은 군산경찰서 황상만 형사반장이 A를 조사해 ‘사건 당일 친구 K가 피 묻은 흉기를 들고 집으로 찾아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고, 자신이 흉기를 숨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지난 1월 승소 판결 직후 언론과 인터뷰하는 황상만 전 형사반장과 박준영 변호사

경찰은 곧바로 K를 조사해 자백을 받아내고, K와 A에 대해 강도살인, 범인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에서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

불구속 상태가 되자 K와 A는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경찰에서 한 자백이 관심을 받고자 꾸며낸 이야기’라고 진술을 바꿨다. 검찰은 2006년경 K에 대해 불기소처분(혐의 없음)을 했다.

박준영 변호사를 만난 최OO은 2013년 4월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은 2016년 11월 당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최OO가 한 자백이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검사의 상고 포기로 최OO의 재심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최OO에 대해 무죄판결이 선고되던 날 K를 긴급체포 했고, 2016년 12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강도살인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K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2018년 3월 확정됐다.

이에 최OO씨 그리고 어머니와 동생이 2017년 5월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 동안 옥살이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며 대한민국 그리고 사건담당 경찰관과 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최씨 측은 사건담당 경찰의 불법 체포 및 감금, 폭행 등 가혹행위를 주장했다. 또 검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진범 K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 등의 위법, 불기소처분(혐의 없음) 등의 위법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5민사부(재판장 이성호 부장판사)는 지난 1월 13일 국가는 최OO씨에게 13억 979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또 국가가 위자료로 최씨의 어머니에게 2억 5000만원, 최씨의 동생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체 국가배상금 16억 979만원 가운데 20%를 최씨를 수사했던 경찰관과 진범으로 밝혀진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검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즉 검사와 경찰관에게 각각 최씨에게 2억 6000만원, 어머니에게 5000만원, 동생에게 100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국가는 물론 불법행위를 저지른 담당 경찰과 진범의 자백이 있었음에도 불기소 처분한 검사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사건 담당 경찰관의 피해자에 대한 불법구금, 폭언ㆍ폭행 등 위법수사 사실을 인정하고, 사건 담당 검사의 진범에 대한 불기소 처분 및 피해자에 대한 기소가 현저히 불합리했다는 이유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공동피고인 사건담당 경찰관 및 검사는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

반면 국가는 피해자가 10년 간의 억울한 옥고 생활과 가족들의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자 및 가족들의 신속한 피해 회복을 위해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

소송수행청(전주지방검찰청, 익산경찰서), 지휘청(서울고등검찰청) 모두 항소 포기 승인을 요청했고, 법무부가 2월 5일 항소 포기 승인을 최종 결정했다.

법무부는 “국가의 손해배상책임 유무를 다툴 여지가 없는 점, 1심 판결에서 인용된 위자료 액수도 다른 유사한 과거사 사건에서 인용된 액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국가의 항소포기로 국가의 책임부분이 확정 되는대로 피해자 및 가족들께 배상금이 신속히 지급되도록 하고, 향후에도 억울한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준영 변호사

이에 대해 이 사건을 진행한 박준영 변호사는 “환영한다”며 “앞으로 문제되는 국가폭력 피해사건에서도 기계적 항소를 지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준영 변호사는 또 “피해자와 그 가족은 과거와 다른 국가의 모습을 경험하게 됐다”고 정부의 이번 항소 포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 1월 판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 “소송비용 전체를 피고에게 100% 부담시켰다. 저희가 주장한 청구금액이 거의 인용됐다. 사실상 전부승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주장한 것을 (재판부가) 다 인용해 줘서 감사하다”고 재판부에 감사를 표시했다.

박 변호사는 “바로 집행할 수 있게끔 (국가에서) 항소를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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