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탄핵소추 당한 임성근을 감싸는 연수원 동기와 동료 법관들은 자중자애 하라>

법관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과거 두 차례의 탄핵발의가 있었지만 탄핵소추안이 부결되거나 시한이 지나 자동 폐기됨으로써 탄핵소추에 이르지는 못했었다. 국회에서 의결이 이루어진 탄핵소추를 두고 여야, 진보와 보수세력이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수세력은 ‘법관 길들이기’, ‘사법부 겁박’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거세게 비난하고, 진보세력 및 여당에서는 법관도 잘못이 있으면 언제든지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탄핵발의는 헌법에서 국회에 부여하고 있는 권리로 정상국가로 돌아가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는 중에 탄핵의 대상인 임성근 부장판사와 김명수 대법원장이 면담과정에서 오고 간 대화의 진위 여부와 관련해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5월 22일 김명수 대법원장과 임성근 부장판사가 만난 자리에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을 언급하면서 사표수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하였다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있었고, 대법원이 조선일보 보도에 대하여 “면담 과정에서 탄핵 얘기가 없었다”고 해명하자, 임 부장판사 측은 2월 4일 입장문을 내고 “더 이상 침묵을 지키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더라도 도리가 아니고, 사법부의 미래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라도 녹취파일을 공개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돼 부득이 공개한다”면서 녹음한 파일과 녹취록을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위 녹음파일에 의하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절차 등을 이야기하면서 사표수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 분명하므로 결국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한 셈이다.

​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과 상당수의 법관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을 문제 삼아 대법원장이 정치권과 결탁해 후배판사를 팔아먹었다는 과격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김 대법원장을 향해 포문을 열고 있다. 법관들은 내부게시판에 대법원장의 거짓말로 사법부 신뢰가 무너졌으며, 대법원장 사과로 끝낼 일 아니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고, “본인이 스스로 본인의 도덕적 법률적 양심에 충실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타인에 대한 법적 평가를 담보하는 사법부의 수장으로 얼굴을 드십니까”라면서 대법원장을 비난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다.

아울러서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 140명은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 선행돼야 한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졌다. 이미 형사재판에서 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행위에 대해, 범여권 국회의원들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한 것은 범여권 국회의원들은 숫자의 우세를 이용하여 무도한 입법행위를 자행해 왔다"면서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과 함께 여당을 중심으로 한 탄핵소추안의 가결을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그의 기억이 잘못됐다는 것만으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후배 법관들의 어떠한 비난도 달게 받아야 하며, 정치권의 공세 또한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로 임성근 부장판사의 탄핵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린 법관들은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을 비난하기에 앞서 임 부장판사의 잘못에 대하여 먼저 비판해야 한다. 임 부장판사가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것이니 더 이상 탄핵 등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은 법조인의 양심을 두고 할 수 없는 말이다.

판결문을 읽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재판부가 무죄판결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확정된 사실관계는 사실상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임성근 부장판사의 행위가 사법부의 독립 등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행동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죄형법정주의를 끌어들여 무죄판결이라는 면죄부를 준 것에 불과하다. 즉, “지위나 개인적 친분관계 이용해 법관 독립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이 있는 위헌적 행위”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직권남용죄의 형사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범죄구성 요건을 확장 해석하는 것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에 불과하다.

​국민의힘 등 보수정치세력, 보수언론, 그리고 상당수의 법관들은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정치적인 공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은 다음 기소에까지 이르렀다. 비록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판결이유를 살펴보면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법률적 평가일 뿐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법관이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사실 탄핵절차는 형사절차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헌법이 판사를 탄핵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유는 동료 법관들의 제식구 감싸기를 견제하려는 의미도 포함된다. 정상적으로 형사판결이 이루어진다면 굳이 탄핵절차를 밟을 필요도 없다.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로 해당법관은 당연 퇴직되며 징계절차를 통해서 파면 또는 해임에 이르기 때문에 굳이 탄핵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헌법이나 법률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서도 유죄판결을 받지 않는 경우에 비로소 탄핵절차가 의미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무죄판결 운운하면서 탄핵을 비난하는 것은 법률적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임성근 부장판사의 태도 또한 불순하다. 그는 2019년 3월 5일 재판관여 등의 행위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다가 2020년 2월 15일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 무죄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를 제기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과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서 사직의 의사를 전한 것이다. 사실 일반적인 상태라면 그가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녹음해야 할 이유가 없다. 자신이 무죄판결을 받고나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탄핵의 이야기가 나오자 사직을 원했던 것이고, 대법원장이 부정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다음 녹취를 목적으로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엄격히 말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운운 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법관들은 대법원장이 여권과 탄핵절차에 대한 교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정치적 중립 위반을 성토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경우 수사과정이나 재판과정에 있는 경우 사건이 확정될 때까지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다. 임성근 부장판사의 경우 항소심 재판 중이었으므로 탄핵이 아니더라도 사표수리를 거부하는 것이 맞다. 더욱이 임 부장판사는 조선일보를 통해서 대법원장과의 대화내용을 알렸던 것이므로 그의 의도가 순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등기들이나 동료 법관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을 성토하고 나서는 것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먼저 임 부장판사의 재판 관여 의혹 등에 대하여 그 잘잘못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임 부장판사가 받는 의혹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앞으로도 다른 법관들이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시비 삼을 일이 아니라면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크게 탓할 바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난하기에 앞서 임 부장판사의 잘못에 대하여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에 비하면 임 부장판사의 잘못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해악이다. 우리 사법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동료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잘못에 대하여 침소봉대를 하면서 대법원장의 거짓말을 방패삼아 숨기려 한다면, 일반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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