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사법센터는 5일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소추 된 임성근 판사가 법관으로서 스스로 헌법을 무너뜨렸다”며 “재판 독립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권력과 재판의 유착을 끊는 중용한 한 걸음이 내디뎌졌다”고 평가했다.

◆ 왜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가 필요했나?

민변 사법센터(소장 성창익 변호사)는 논평에서 “재판의 본질을 훼손한 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의결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소추 된 법관으로 기록될 사람의 이름은 ‘임성근’ 판사”라고 말했다.

민변은 “임성근 판사는 자신이 재판하지도 않은 판결을 수정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재판의 독립을 명백히 훼손했다”며 “직접 사건을 검토한 판사가 재판 절차를 거쳐 선고한 판결문을, 실제 재판도 하지 않은 임성근 판사가 수정하도록 종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법정에서 재판장이 구술할 내용을 미리 받아 문구 하나하나 수정했다(판결 선고 전 수정 요구)”며 “문구 수정을 요구한 이유는 ‘그 쪽에서 약간 또는 매우 서운해 할 듯..’ 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 쪽은 청와대다.

민변 사법센터는 “몇 개월 간의 지난한 재판을 통해 나온 결론이 ‘그 쪽’의 심기 경호에 충실했던 임성근 판사에 의해 변경됐다”며 “임성근 판사는 당해 사건 재판부의 재판장도, 주심도, 심지어 배석판사도 아니었으나, 그런 사람이 판결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재판개입’ 행위라고 한다. 재판의 본질을 훼손한 것이다. 재판을 한 사람과 재판을 받은 사람이 있는데, 제3의 인물이었던 임성근 판사가 판결을 바꾼 것”이라며 “엄중히 지켜져야 할 재판의 대원칙이 형해화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판과정에서 형성된 심증을 토대로 사안의 실체를 심판해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는 물론, 공개재판, 구두변론, 적법절차와 같은 모든 헌법적 가치들이 ‘재판개입’ 행위로 인해 무너졌다”며 “헌법이 살아있는 법치국가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법관에 의해 자행되었고, 이번에 탄핵 소추된 임성근 판사가 법관으로서 스스로 헌법을 무너뜨린 바로 그 사람”이라고 지목했다.

민변 사법센터 소장 성창익 변호사

◆ 국회의 탄핵소추,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

민변 사법센터는 “이번 탄핵소추로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재판을 마치 기획된 연극으로 만들어버린 판사는, 위헌적 행위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된다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며 “재판의 독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임이 확인되었고, 권력과 재판의 유착을 끊는 중요한 한 걸음이 내딛어졌다”고 평가했다.

사법센터는 “이번에 내딛은 한 걸음으로 장차 그 어떠한 법관도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쉽게 시도하지는 못할 것이며, 그와 함께 우리는 조금은 더 신뢰할 수 있는 법원을 갖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그러나 이 발걸음에는 우리 헌정사의 비극이 전제돼 있다”며 “탄핵소추가 필요한 상황이 존재했다는 것, 위헌적 행위를 한 법관이 있었고, 법관의 위헌적 행위들이 순조롭게 실행됐다는 것이 탄핵소추의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사법센터는 “우리 헌정사의 비극이고, 우리가 그 불행한 시절을 보냈다는 것이 다시금 확인되는 시점이기도하다”며 “탄핵소추는 사법농단으로 고통 받았던 많은 피해자들에 대한 고통을 잊지 않고, 재판의 독립의 의미를 확고히 하는 작업 속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변 사법센터는 “국회의 탄핵소추가 너무 늦었다는 점도 짚어져야 할 것”이라며 “사법농단이 실체를 드러냈을 때부터 우리 모임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탄핵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지만 국회에서 실질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미루고 미루다가 급하게 탄핵소추 논의가 진행되면서 탄핵소추 사유가 널리 토론되고 공유되지 못했고, 사법농단 법관들의 반헌법적 행위가 시간을 갖고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법센터는 “작정하고 탄핵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호도하는 세력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관탄핵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시민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국회가 제 역할을 해서 일찌감치 탄핵소추를 공론화했더라면, 대부분의 시민들도 탄핵사유에 공감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점은 뼈아프다”고 꼬집었다.

민변 사법센터는 “탄핵이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은, 탄핵사유에 대한 충분한 공유와 공감대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국회에 대해서는 이제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며, 그것도 매우 늦었다는 점에서 박수보다는 유감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법관 탄핵을 촉구하는 성창익 변호사

◆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대하여

민변 사법센터는 “이제 헌법재판소가 (법관 임성근) 탄핵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며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헌법재판소는 이 사안의 엄중함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센터는 “임성근 판사가 2월말 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법관의 헌법적 책임과 법관이 지켜야 할 헌법적 기준에 대해 엄중한 결정을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변 사법센터는 “이번 탄핵소추는 임성근 판사의 위헌적 행위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 사유는 충분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법행정이라는 이름으로 재판에 관여하는 행위가 수용되고 실행되었던 법원의 집단적 문제가 발현된 결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사법센터는 “재판의 독립은 법정의 독립이며, 법정의 독립은 사법행정이나 고위법관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며 “이번 탄핵소추를 계기로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고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는 위헌적 행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확고하게 자리 잡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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