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헌정사상 최초라는 ‘법관 탄핵소추’, 심히 부끄럽다>

국회에서 ‘국정농단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어 찬성 179표, 반대 102표, 기권 3표, 무효 4표로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탄핵소추안을 제안한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고비마다 이런저런 정치적 이유로 미뤘던 국회의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자”면서 “이번 탄핵소추의 진정한 실익은 정쟁으로 시끄러워 보이는 와중에도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가 설계된 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있다”고 발언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민생 문제가 다급한 시점에 생뚱맞게 법관 탄핵이 웬 말이냐”며 “정히 법관을 탄핵해야 한다면 첫 대상은 김명수 대법원장”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번 탄핵소추안의 발의는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1심의 무죄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판사라는 이유로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에 편승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임성금 부장판사의 행위가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세월호 7시간’ 등 관련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검찰이 수사 후 기소를 하였으나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검사가 항소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다. 그는 또한 이달 말에 퇴직이 예정돼 있어(재임용을 신청하지 않아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국회에서 의결된 탄핵소추안은 곧바로 헌법재판소로 송달돼 접수되며 정식으로 탄핵심판절차에 들어간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탄핵이 결정되고, 탄핵결정으로 파면되며, 헌재가 탄핵결정을 하면 5년간 공직에 취임하는 것과 변호사 등록이 금지된다.

그동안 우리 헌정사에 있어서 법관의 탄핵은 두 차례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소추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1985년 12대 국회 당시 유태흥 대법원장에 대한 불공정 인사가 논란이 돼 탄핵소추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부결됐고, 2009년 18대 국회에선 신영철 대법관의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개입 문제로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했지만 시한이 지나 자동 폐기됐었다.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두고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세력은 법관 길들이기, 법원 겁박이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당사자인 임 부장판사는 법사위원회에서 조사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는데 서둘러서 소추안을 통과시킨 데 대하여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낸다.

그러나 임성근 부장에 대한 탄핵소추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부끄러움을 남기고 있다. 우선적으로 역사상 최초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루어졌다는 점이 부끄럽다. 우리나라 법관들이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법률적으로 완전한 양심을 가지고 행동해 왔기 때문에 탄핵이 이루어질 만한 일이 없었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잘못에도 불구하고 탄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결국은 국회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법관들의 비위가 여러 차례 문제가 됐었고, 일부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유죄판결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비위가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또한 법원 판사들의 제식구 감싸기의 태도로 무죄판결을 받았던 적도 여러 차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관에 대한 탄핵이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회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사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 못한 것이 된다. 심히 부끄럽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또한 탄핵소추의 대상은 ‘대통령ㆍ국무총리ㆍ국무위원ㆍ행정각부의 장ㆍ헌법재판소 재판관ㆍ법관ㆍ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ㆍ감사원장ㆍ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으로 이들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헌법 제65조 제1항). 검사의 경우 검찰청법 제37조에서 탄핵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관의 경우 헌법에서 탄핵의 대상으로 규정한 이유는 법관이 기소돼 재판을 받더라도 동료 법관들에 의해서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검사도 동료 검사들에 의해서 제식구 감싸기 태도로 기소 자체라 이루어지지 않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검찰청법에서 탄핵의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검사나 법관의 경우 구체적인 법률 위반이 아니라 하더라도 헌법정신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당연히 탄핵의 사유가 된다고 해석된다. 아무튼 검사나 판사의 경우에는 다른 공직자에 비하여 자신의 법률적 지식이나 주변 동료들의 도움으로 법의 심판을 회피할 가능성이 크므로 탄핵의 사유를 폭넓게 해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성근 부장판사는 2015년 이른바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후 공소가 제기됐다. 또한 2016년 프로야구선수 도박사건 약식명령 재판을 정식재판으로 회부하려는 판단을 막고 약식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한 혐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재판 당시 선고 이후 등록된 판결문에서 양형 이유를 수정하고 일부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헌법은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면서, 사법권을 위임받은 법원이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사법권을 행사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다른 국가기관이나 외부 세력뿐만 아니라 사법부 내부에서도 법관의 독립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법원은 조직과 운영 및 기능에 있어 대내외적으로 독립해야 하고, 이는 법원의 행정작용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사법행정권도 궁극적으로 사법권 독립 내지 법관 독립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행사돼서는 안 되는 한계가 있다. 법관은 사법행정사무에 관해서는 지휘ㆍ감독을 받지만,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절차 진행 등 재판업무에 관해서는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일반론을 전개하면서도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어서 ‘부적절’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법률을 위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대상일 뿐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임성근 부장판사의 재판 관여 행위는 법관의 재판업무에 개입하는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임 부장판사의 (당시) 지위나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위헌적인 이유로 직권남용죄의 형사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범죄구성요건을 확장 해석하는 것”이어서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무죄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합의부의 재판은 합의에 따라 심판하는 것이고, 재판장의 의사와 독립돼 있어 재판장이 혼자서 이를 결정할 수도 없다”며 “(임성근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요청을 받은) 부장판사들은 요청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자신의 법적 판단 및 합의부 내의 논의 등을 거쳐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재판부와 합의해 결정을 했다”면서 “임 부장판사의 요청과 부장판사들이 소속된 재판부의 재판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됐다. 다른 사안도 담당 판사가 동료 판사들의 의견을 듣고 독립적으로 결정을 하는 등 임 부장판사의 요청과 약식명령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무죄이유를 설명했다.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은 별로 없어 보인다. 다만 확정된 사실관계에 대하여 법률적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여부만 문제된다. 판결이유를 자세하게 읽어보면 재판부가 무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면서도 마지못해 임성근 부장판사의 행위가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임을 여러 차례 밝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 부장판사는 사실조사가 제대로 이루지지도 않았는데 정치적 이유로 탄핵소추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층에서는 ‘판사 길들이기’ 차원에서 탄핵을 추진한 것으로 판사들에게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보더라도 임성근 부장판사의 행위가 판사로써 적절한 행위가 아니었음은 분명하고, 더 나아가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임을 넉넉하게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회가 탄핵발의를 하지 않은 것 자체가 오히려 삼권분립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국회에 주어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사법부를 견제할 유효적절한 수단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가지는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를 바란다면, 대한민국이 법치주의를 추구하는 정상적인 국가임을 인정받고 싶다면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검사가 기소를 하자마자, 최소한 1심 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자마자 곧바로 탄핵발의를 했어야 하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관계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추진하는 탄핵발의를 정치적 논리를 들어서 반박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여당의 경우에도 탄핵발의를 미루고 미루다가 임성근 부장판사의 임기종료 1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마지못해 탄핵발의를 하는 것이어서 이 또한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법관들 대부분도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다른 법관들에 의해 이와 같은 행위가 반복돼도 좋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결국 임 부장판사에 대한 때늦은 탄핵발의는 우리 헌법이 가지는 가치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우를 범하는 것이므로 모두가 부끄러워야 할 일이다.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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