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자, 채무자의 아들 결혼식장에 찾아가 ‘돈 주라’고 적힌 종이를 들거나, 자신의 옷에 붙이고 다닌 피고인에게 법원이 명예훼손죄를 인정했다.

울산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5월 B씨의 아들 결혼식장에 찾아가 B씨에게 빌려준 돈 3000만원을 받기 위해 “장OO 돈 주라”고 적힌 종이를 손에 들거나 자신이 착용한 옷과 배낭에 부착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와 변호인은 “장OO 돈 주라”는 문구는 가치중립적이어서 B씨의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없는 표현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울산지법 형사9단독 문기선 판사는 최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문기선 판사는 “이 문구를 보면 누구나 피해자가 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고도 제때 갚지 않은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점, 피고인은 그러한 문구가 기재된 종이를 손에 들기도 하고 옷과 배낭에 부착한 상태로 피해자의 아들 결혼식장을 찾아와 많은 하객들이 그 종이를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문 판사는 또 “피고인은 퇴거요구에도 불응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 점,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동은 피해자가 단순히 채권변제를 지체한 정도를 넘어 채권자와 사이에 일반적인 절차를 통해서는 해결되지 않는 정도의 분쟁 상황에 이르렀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충분하다”고 밝혔다.

문기선 판사는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자녀의 결혼식이 혼주인 부모는 물론 가족, 친지 등에게 갖는 의미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문구는 가치중립적 표현이 아닌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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