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더불어민주당 법률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한규 변호사가 1일 국회가 추진하는 재판관여 임성근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에 대해 판결문을 통해 법률적인 부분을 짚으며 향후 탄핵소추의 진행과 의미 등 여러 쟁점을 짚어 눈길을 끈다.

먼저 판사 출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농단 판사 탄핵소추는 ‘헌법’을 위한 것”이라며 탄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탄희 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2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농단 법관탄핵을 제안했다. 사법농단 법관탄핵 추진을 제안하는 107명의 국회의원을 대표해서다.

이탄희 의원은 “탄핵대상 법관을 ‘임성근’ 1인으로 압축했다”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사법농단 판사 탄핵소추안의 발의/가결을 위해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탄핵에 동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법률대변인 김한규 변호사

김한규 법률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판사 탄핵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한규 법률대변인은 “과연, 해당 판사의 행위가 탄핵할 만한 사유인지에 대하여는 반론이 있기는 하나, 직권남용죄 판결문을 읽어보면, ‘아, 이건 아니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확 들게 된다”며 108쪽에 이르는 판결문의 중요한 부분을 소개했다.

김한규 법률대변인은 “임성근 판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다음의 자리인 ‘형사 수석부장판사’였다. 판결문에 거론된 총 3건의 재판에서 임성근 판사의 행위는 단순 조언 수준이 아니다”며 “재판부에 판결문 구술본(재판정에서 구두로 선고할 요약본)을 요청해 이를 수정하고, 이미 선고한 판결문의 이유를 수정할 것을 요구했으며, 정식 재판에 회부한 사건을 취소하고 벌금의 약식명령을 요구하는 등 ‘재판의 독립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법부의 가치를 훼손한 중대한 헌법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 법률대변인은 “판결문을 보면 임 판사가 어떻게 판결문 구술본을 직접 수정했는지를 알 수 있다”며 공개했다.

임성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세월호 7시간’ 산케이신문 가토 지국장 사건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대통령이 피해자라고 해서 명예훼손죄를 ‘함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 그 쪽에서 약간 또는 매우 서운해 할 듯...”이라는 내용이 있다. ‘그쪽’은 청와대다.

특히 “재판부는 말씀드린 바와 같이, 피해자 박근혜 대통령이 공적 지위를 고려하면 이 사건 기사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합니다”라는 것에 대해 임성근 수석은 “이 단락 부분에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명예가 결과적으로 훼손되었다는 점을 설시한 다음, 그렇지만 언론의 자유의 범위 내에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 이후에 다음 단락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게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이 판결문에 적시돼 있다.

김한규 법률대변인이 공개한 판결문 일부

김한규 법률대변인은 “그 중 한 건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법무비서관->법원행정처차장->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임성근 판사) ->재판장’ 순으로 청와대의 요구사항이 재판부에 전달되기도 했다”며 “판결문은 임성근 판사의 행위가 ‘위헌적 행위’라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한규 법률대변인은 “법원은 임성근 판사의 행위가 ‘위헌적 행위’라고 하면서도 직권남용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 무죄 선고의 핵심 논리는 ‘수석부장판사가 재판부의 재판에 관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없는 권한을 남용할 수도 없다’는 것이고, 다른 사건에서도 유사한 이유로 무죄가 많이 선고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다른 재판부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여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이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이고, 이러한 행위가 재판의 독립성에 관한 헌법을 위반했다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탄핵 대상으로 지목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산케이신문 가토 지국장 칼럼 사건 재판에 부적절한 재판개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2020년 2월 임성근 부장판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가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가토 지국장 사건의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피고인(임성근)의 중간 판결적 판단 요청은 그 자체로 특성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는 재판관여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판결 내용에 대한 언급, 선고기일에서 ‘외교부가 선처를 요청한 공문을 보낸 것을 언급해 달라’는 요청 및 피고인의 무죄 판결을 선고하면서 ‘카토 지국장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말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그 자체로 계속 중인 특정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재판의 절차진행에 간섭하는 재판관여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판결문의 양형이유를 수정하라는 취지의 언급은 그 자체로 계속 중인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판결문 원본의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재판관여행위에 해당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ㆍ위법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임성근의 재판관여행위에 대해 총 여섯 차례 ‘위헌’ 행위로 판단했다.

한편, 민주당 김한규 법률대변인은 “사실 임성근 판사의 탄핵 절차에는 어려움이 있다. 임 판사처럼 당사자가 10년의 판사 임기를 연장하는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탄핵소추가 의결되더라도 판사의 퇴직을 막을 수가 없다”며 “법이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지 못해 발생한 ‘빈틈’인데, 앞으로 법을 고쳐야 하겠지만 당장 이번 사건에서는 국회가 탄핵 소추의결을 해도 임성근 판사가 2월말에 퇴직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법률대변인은 “헌법재판소가 2월 중에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주면 제일 좋겠지만, 이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특히 변론기일을 열어야 하고,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심판절차를 중지할 수도 있어, 2월 중 결정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한규 법률대변인은 “탄핵은 공무원을 파면하는 절차인데, 이미 당사자가 퇴직해 파면을 할 수가 없게 되면 헌법재판소는 기각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즉, 법의 ‘빈틈’으로 인해 국회가 탄핵 소추결의를 해도 헌법재판소가 기각할 가능성이 상당하고, 그렇게 되면 (헌재의 기각) 그 결정을 표면적으로만 보고 정권이 잘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탄핵소추를 발의하는 입장에서는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법률대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 소추를 발의하는 것은 법원 스스로 재판부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를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문제 삼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역사적으로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는 소명의식 내지 정치적 결단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한규 법률대변인은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의결에 대해) 기각 결정을 하더라도 문제된 행위가 ‘중대한 위헌적 행위로 탄핵 대상이나 퇴직으로 탄핵 결정을 할 수 없다’고 이유에서 판단할 수는 있으니, 헌법재판소가 제 역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며 “2월 탄핵 소추안이 발의된다.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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