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공수처법 합헌…“판사 등 고위공직자 수사대상 합리적 이유”
헌재, 공수처법 합헌…“판사 등 고위공직자 수사대상 합리적 이유”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1.01.2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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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립과 운영 근거를 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020년 7월 15일부터 시행된 공수처법의 위헌성에 대한 헌재의 첫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권력분립 원칙에 위반한다며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낸 공수처법 위헌확인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9명 중 5명(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은 합헌 의견을 냈고, 3명(이은애, 이종석, 이영진)은 위헌, 1명(이선애)은 각하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공수처(수사처)의 설치와 직무범위 및 수사ㆍ기소 대상 등을 정한 옛 공수처법 제2조 및 공수처법 제3조 제1항, 수사처 검사의 영장청구와 관련해 검찰청법 제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한 공수처법 제8조 제4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각하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 공보관실은 “공수처법의 위헌성에 대해 최초로 판단한 사건으로, 수사처의 법적 지위, 수사처 직무의 독립성과 책임성 확보, 수사처 검사의 직무와 권한 등에 대해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수사처의 법적 지위에 대해 헌법재판소 법정의견은 “법률로써 ‘행정각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된 형태의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헌법상 금지된다고 할 수 없는 점, 수사처가 수행하는 수사와 공소제기 및 유지는 헌법상 본질적으로 행정에 속하는 사무에 해당하는 점, 수사처의 구성에 있어 대통령의 실질적인 인사권이 인정되고 수사처장이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수사처는 행정부에 소속되고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수사처의 독립성에 대해 헌재는 “수사처는 선출직 공무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등을 담당하므로 직무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매우 중요한데, 수사처가 행정권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수사처를 기존 행정조직의 위계질서 하에 편입시킨다면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수사처는 설치단계에서부터 공수처법이라는 입법을 통해 도입됐으므로 국회는 법률의 개폐를 통해 수사처에 대한 시원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수사처 구성에 있어 입법부ㆍ행정부ㆍ사법부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이 권한을 나누어 가지므로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는 수사처장에 대해 국회 출석 및 답변을 요구할 수 있고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으며, 법원은 수사처의 명령ㆍ규칙ㆍ처분에 대한 위헌ㆍ위법심사권을 행사함으로써,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심판권을 행사함으로써 각각 수사처를 통제할 수 있고, 행정부 내부적 통제를 위한 여러 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수사처의 설치에 관한 공수처법 조항은 권력분립원칙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평등권,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수처 수사대상에 대해 헌재는 “고위공직자는 권력형 부정 사건을 범할 가능성이 높고 그 범죄로 인한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크다. 수사처의 수사대상 중 정무직공무원은 높은 수준의 청렴성을 필요로 하고, 판사ㆍ검사ㆍ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정무직 공무원이 아닌 경우에도 해당 기관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의 청렴성을 필요로 한다”며 “따라서 고위공직자가 공수처법에서 정한 고위공직자범죄를 범한 경우 수사처의 수사 또는 기소 대상으로 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가족의 경우 고위공직자와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는 밀접ㆍ긴밀한 관계에 있으므로, 이들 가족이 고위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를 범한 경우에 수사처의 수사 또는 기소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또한 “수사처에 의한 수사 대상에는 퇴직한 사람도 포함되나, 이는 범죄에 연루된 현직 고위공직자가 사직을 통해 수사처의 수사 등을 회피하는 행태를 방지하고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 제고라는 수사처의 설치 목적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수사처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등의 주체가 됨으로써 이른바 부실ㆍ축소 수사 또는 표적수사가 이루어지거나 무리한 기소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는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ㆍ실증적인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수사처 출범 후 기존 형사소송절차와 어떠한 운영상의 차이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이를 수사처 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 영장주의원칙 위반 여부(공수처법 제8조 제4항)

헌법상 영장신청권자가 검찰청법상 검사로 한정되는지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규정된 영장신청권자로서의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인 검사로서, 공익의 대표자이자 수사단계에서의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지위에서 그에 부합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지, 검찰청법상 검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실제로 군검사와 특별검사도 검찰청법상 검사에 해당하지 않지만 영장신청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한 수사처검사는 변호사 자격을 일정기간 보유한 사람 중에서 임명하도록 돼 있으므로, 법률전문가로서의 자격도 충분히 갖추었다 할 수 있다”며 “따라서 공수처법 제8조 제4항은 영장주의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 반대의견

3인의 재판관은 “법률로써 독립행정기관이 설치된다고 하더라도 그 권한행사는 행정부 내의 다른 국기기관과 상호 협력적 견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하므로, 독립행정기관 설치 법률이 해당 독립행정기관에게 일방적 우위의 지위를 부여하고, 다른 국가기관의 핵심적 기능을 침해하는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는 경우에도 권력분립원칙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재판관들은 “공수처법 조항은 법무부 소속의 검사에게 귀속돼 있던 권한과 기능 중 가장 중요한 수사권과 공소권의 일부를 분리해 행정각부에 소속되지 않은 수사처에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 제66조 제4항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재판관들은 “공수처법 제24조 제1항에 따라 수사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면 검사가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 등 사건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하는데, 이는 수사처가 헌법과 법률에 의한 검사보다 우위의 입장에서 검사의 수사권 및 공소권 행사에 관한 권한과 기능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봤다.

◆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 반대의견

두 재판관은 “판사 등에 대한 고소ㆍ고발이 많은 우리나라의 현실 등을 모두 고려하면, 법관이 부당한 내사의 대상이 될 우려는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며 “내사가 이루어지는 것만으로 사법권 및 법관의 독립 등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이고, 나아가 재판 당사자가 가지는 헌법 제27조가 보장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은 “공수처법 수사대상 조항은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해 권력분립원칙에 위반되고, 수사처의 수사대상인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재판관들은 “공수처법이 고위공직자와 가족을 수사대상으로 하고, 판사 및 검사 등에 대한 공소권을 행사해 비고위공직자와 차별 취급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 법정의견에 대한 이석태,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 보충의견

3인의 재판관들은 “공수처법 제24조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나, 설령 적법해 본안판단을 하더라도 위 조항은 권력분립원칙과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법률에 설치근거를 둔 행정기관 사이의 직무 범위 조정이나 권한 배분의 문제는 헌법상 권력분립원칙의 문제로 보기 어렵고, 입법정책의 문제에 불과하다”며 “공수처법 제24조 제1항이 수사 사무의 배분에 관한 입법형성의 재량을 일탈했다거나 권력분립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 재판관들은 “수사처의 수사권 및 공소권 행사 대상에 판사가 포함된다고 하여 수사처가 판사의 재판에 관한 직무수행에 관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두고 ‘재판상 독립’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면책특권ㆍ불소추특권이 부여되어 있지 않는 이상 판사도 범죄를 저지른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 및 공소제기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므로, 이를 두고 ‘신분상 독립’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관들은 “사법권 독립의 침해에 관한 반대의견은 수사처의 수사실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사권 및 공소권 남용으로 인해 사법권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해된다”며 “이는 기존 수사기관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고, 수사처의 권한 행사에 대한 제도적 통제장치가 보장돼 있으므로, 이러한 우려는 공수처법 규정에서 비롯된 규범적인 것이 아닌 사실상의 우려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 이선애 재판관 각하 의견

이선애 재판관은 “청구인들 각자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지도 않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과 절차의 수사가 이루어질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실효적인 권리구제를 위해 기본권침해 여부를 판단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구 공수처법 제2조, 제3조 제1항, 제8조 제4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심판의 적법요건인 기본권침해의 현재성을 충족하지 못해 부적법하다”는 의견을 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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