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한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는데, 준법감시위원회는 보람과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자, 참여연대가 “자화자찬 말고 본연의 업무 수행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국정농단 뇌물공여 사건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한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의 권고로 설치됐다.

서울고법 제1형사부는 지난 1월 18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자금 86억 8021만원을 횡령해 뇌물로 제공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뇌물공여와 횡령액은 이미 대법원에서 정해졌기에 이번 판기환송심 재판은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에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서울고법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지적하며 양형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런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1월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서울고법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재판부의 준법감시위원회 판단에 대한 반박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판결의 선고 결과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평도 낼 위치에 있지 않다”며 “위원회는 재판이 계기가 돼 출범했지만 재판과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다만, 판결 이유 중 위원회의 실효성에 관한 판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명히 다르다. 위원회는 출범 이후 척박한 대내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바람직한 준법경영 문화를 개척하기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여 왔다”며 “판결의 판단 근거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지 않겠다. 위원회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 그리하여 위원회 활동의 부족함을 더 채우는데 더욱 매진하고, 오로지 결과로 실효성을 증명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위원회는 판결과는 상관없이 할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 이것이 위원회에 주어진 가장 막중한 소임일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도 최근까지 이 점을 확인했다. 위원회의 목표는 삼성 안에 준법이 깊게 뿌리 내리고 위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위원회는 ‘삼성 준법이슈의 핵은 경영권 승계 문제에 있다’고 초기에 진단해 삼성에게 이에 대한 근원적 치유책을 고민해 달라고 최우선으로 주문했다”며 “그 결과 이재용 부회장이 4세 승계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영권 승계에 관해 과거의 위법 사례와 결별하고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위법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으로서 이보다 더 실효성 있는 조치가 무엇이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1년 가까운 위원회 활동을 통해 보람과 성과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위원회의 성취를 내세우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라다는 것은 위원회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위원회는 거듭났다는 각오로 향후 과제를 세우고 풀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22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위원회에 앞으로의 역할까지 제시해 줬다.

참여연대는 “준법감시위원회는 입장문에서 ‘선고 결과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평도 낼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도, 재판부의 판결 이유 중 삼성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기준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고, 1년 동안 자신들의 활동을 통한 ‘보람과 성과’를 강조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미 재판부는 판결 사유에서 ‘준감위가 향후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 위험에 대한 위험 예방 및 감시 활동에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아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적시했다”며 “그런데 준감위의 이러한 입장문은 재판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성과를 자찬하는 준감위의 사실 인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준감위의 진정성 있는 활동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수박 겉핥기식 활동이 아닌, 삼성물산 불법합병 등과 관련된 문제를 면밀히 조사하고, 삼성의 지배구조를 바꿔나가는 데에까지 그 역할을 다해야 함을 강조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준감위는 더 이상 존속할 이유가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준감위는 출범 뒤 총 13여 차례의 회의 및 워크숍 등을 진행했고, 그때마다 보도자료를 발표했으나, 그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내용이 비공개돼 있어 무엇을 논의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준감위 활동을 평가한 전문심리위원 보고서의 16개 점검항목 중 1) 협약의 유효기간, 2) 지속가능한 조직 및 예산, 3) 협약대상 계열사의 추가, 4) 내부제보, 5) 최고경영진의 위법행위 예방ㆍ감시를 위한 방안 수립, 6) 사업지원TF 소속 임원의 삼성물산 합병 관여에 대한 준법감시, 7)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합병 관여에 대한 준법감시, 8) 사업지원 TF 소속 임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 주도, 9) 삼성물산 경영진의 합병관련 배임행위, 10) 삼성생명 보험업법 개정, 11) 변호사 비용 회사 지원, 12) 경영권 승계관련 위법한 홍보비용 지출, 13)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한 위법행위 방지, 14) 사업지원 TF 관련 등 대부분 항목이 미흡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짚었다.

참여연대는 “또한 (준법감시위원회) 위원들이 분식회계 등 불법합병과 관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차명계좌 및 불법합병 당시 고객 개인정보 유용과 관련된 삼성증권의 준감위 가입 등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동안 준감위가 실효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그뿐만 아니라 2020년 10월 15일 참여연대가 ▲삼성증권 및 임직원들의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자본시장법 위반, ▲삼성물산의 주주 개인정보를 삼성증권에 제공 및 공유한 행위 등을 검찰 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준감위는 이에 대해서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며 “준감위가 자신의 주장대로 정말 실효성 있는 조직이 되려면, 이러한 계열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먼저 조사를 시작하고 근본적 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에 사력을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마지막으로, 혹여나 2020년 9월 1일 검찰 고발로 시작된 삼성 불법합병 재판에까지 준감위의 행보가 양형사유로 오르내리는 일이 되풀이 되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주지하듯 준감위는 어떠한 법적 권한이나 책임도 없는 외부 비상설기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짚었다.

참여연대는 “삼성 불법합병 재판은 기업범죄가 아닌, 이재용 부회장의 사익을 위해 계열사들이 피해자로 동원된 개인 범죄”라며 “이에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재판에서처럼 준감위가 양형 인자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소모적인 논쟁이 삼성 불법합병 재판에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한편, 현재 삼성물산에는 제일모직과의 합병 당시 회사의 손해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합병에 찬성한 최치훈 대표이사 사장, 이영호 부사장 등이 여전히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며 “삼성은 겉으로만 쇄신을 이야기 하면서 여전히 불법에 가담한 이사들을 이사회에 재직시키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삼성이 바뀔 생각이 없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삼성은 외부 조직인 준법감시위원회에 기대어서 혁신을 이야기하지 말고, 상법상 회사의 경영기구인 이사회를 제대로 운영하는 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몇몇 언론이 보도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 경영’은 언어도단이다. 회삿돈을 횡령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불법을 저지른 총수는 더 이상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삼성이 말로만 새롭게 태어나는지, 지금까지처럼 면피의 수단으로 준감위를 내세우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예의주시했다.

한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입장문에서 “지난 1년 가까운 위원회 활동을 통해 보람과 성과가 없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에게 실형 판결을 내리며 법정 구속한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을까. 삼성 준법감시위는 자평과는 달리 재판부로부터 곳곳에서 지적을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 등은 ‘삼성그룹의 강화된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제도는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를 통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위법행위를 실효적으로 예방하고 감시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위법행위를 유형별로 최대한 사전에 예상해 발생 가능한 법적 위험을 정의해 놓아야 한다”고 짚었다. 이는 강일원, 홍순탁, 김경수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삼성그룹의 강화된 준법감시제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에 더해 대외후원금과 내부거래 등 이 사건에서 문제된 위법행위에 초점을 맞춰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이에 대비한 선제적 위험 예방 및 감시활동을 하는 데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제도에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과거 삼성그룹에서 발생한 위법행위들을 보면 구조조정본부(구조본), 미래전략실(미전실)과 같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을 통해 위법행위가 이루어진 사실을 알 수 있는데, 현재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제도에는 위와 같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을 통해 위법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대응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또 “현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그룹의 계열사들 가운데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에스디에스(삼성SDS), 삼성생명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위 회사들에 대해 준법감시활동을 하고 있는데, 최고경영진의 위법행위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이외의 회사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관련해 재단법인 K스포츠에 대한 지원에 에스원과 제일기획이 동원된 점,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관련해 다수의 형사사건이 발생한 점 등은 이를 뒷받침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결국 실행행위 단계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행위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삼성그룹 계열사 대부분에 대해 실효적인 준법감시가 이뤄져야 할 것인데, 현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조직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 전의 사안이라거나, 법원의 1심 판결이 아직 선고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부분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준법감시의 본질이 제재가 아닌 예방이며, 준법감시에 있어 해당 기업의 전력(前歷)을 분석하는 것은 향후 발생이 예상되는 법적 위험의 분석과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함에 있어 필수적인 작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치권력에 뇌물을 제공하는 것은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비자금의 조성 자체에 대한 실효적인 감시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1000만원 이상의 대외후원금 지출과 관련해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안건으로 부의해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정치권력에 대한 뇌물 제공 위험이 어느 정도 차단될 수 있으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 및 이 사건과 같이 정치권력에 대한 뇌물 제공은 허위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외관을 가장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외후원금 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대응수단이 마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 대외후원금 심의회의 규정상 ‘부의사항 해당 여부는 형식과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판단’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외관이 가장된 경우에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의한 심사가 이루어질 여지가 있기는 하나, 정치권력에 뇌물을 제공하기 위해 허위 용역계약을 체결한 관계사 담당자들이 그 실질이 뇌물 제공임을 스스로 밝히면서 이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안건으로 부의해 심의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오히려 이 사건에서 뇌물 제공을 위한 허위 용역계약 체결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이를 독립된 법적 위험으로 평가해 관리해야 하며, 과거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등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에서 비자금이 조성된 방법을 삼성 측이 스스로 분석해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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