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일 검ㆍ경(검찰ㆍ경찰) 수사권 조정을 위해 자치경찰이 선행돼야 한다는 문무일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권 조정에 반대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긴 어려우니, 불가능한 수준의 자치경찰을 얘기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과 점심을 같이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결정을 앞두고 격력하기 위한 자리였다.

오찬에 앞서 문 대통령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날 오전 11시 20분부터 12시까지 30분 동안 문 검찰총장을 따로 만났다. 이 지리에는 조국 민정수석이 배석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 우려를 대단히 솔직하게 피력했고, 문 대통령은 그 의견을 경청했다고 한다.

사진=청와대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왜 국민들이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경찰과 검찰에서 두 번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추가로 조사를 받을 것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경찰에서 받았던 것과 똑같은 조사 내용을 다시 확인받기 위해 검찰에서 조사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의 인권침해이고, 엄청난 부담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자치경찰제를 함께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자치경찰제는 법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인 만큼 자치경찰을 언제 실시하느냐 문제는 국회의 선택을 존중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찬운 교수는 페이스북에 “검찰이 임박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권 조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자치경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 의도가 무엇일까?”라면서 “문무일 총장이 자치경찰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해하고도 이런 말을 한다면 그 저의는 무엇일까?”라는 의구심으로 말문을 열었다.

박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자치경찰과-수사권-조정-그-논란의-전말?>이라는 글을 올렸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먼저 자치경찰의 개념에 대해 박찬운 교수는 “그것은 분권화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중앙집권 국가로 성장해 왔다. 중앙에 모든 권력이 집중됐던 것이다. 국민이 주인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중앙의 힘 있는 사람들이 나라 전체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나라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분권화(지방분권)를 우리나라의 미래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다. 이것은 현 정부의 지향점이자 정책목표이기도 하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안에서도 그것을 명백히 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경찰권은 국가권력의 핵심이다. 분권화를 통해 새로운 나라를 만든다면 중앙이 쥐고 있던 경찰권(이것이 국가경찰임)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경찰기능의 상당부분을 지방이 자치적으로 처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슬림화된 국가경찰과 상당한 정도의 권한을 갖는 자치경찰로 경찰권이 이원화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치경찰이 활성화되면 국가경찰의 권한은 약화되는 것”이라며 “국가경찰의 방대한 권한 중 상당부분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경찰로 넘어가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자치경찰에 대해 박찬운 교수는 “자치경찰을 모범적으로 하는 여러 나라를 살펴보면 몇 가지 유형의 자치경찰 모델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연방제 국가에서 사용하는 방법인데 경찰권을 원칙적으로 자치경찰이 맡고, 국가경찰은 예외적인 임무만 맡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국가경찰이 경찰의 중심기능을 맡되, 중앙이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없는 경찰기능(예컨대 생활안전, 교통 등)은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는 미국과 같은 연방국가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 중앙집권적 역사 속에서 살아 온 우리나라에선 도저히 들여오기가 어려운 제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후자의 방법”이라며 “결국 우리나라의 자치경찰의 문제는 현재의 국가경찰 기능 중 얼마나 많은 기능을 골라내 지방의 자치경찰로 넘겨줄 것인가이다”라고 봤다.

지난 1년 동안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박찬운 교수는 “현재 경찰개혁위에서 논의해 본 결과 국가경찰의 사무를 대략 300개 정도로 잡고 있는데, 이 중에서 거의 절반 가까이를 자치경찰에게 넘길 수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수사권 조정을 위해선 자치경찰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왜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이 그렇게 연결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박찬운 교수는 “그것을 문 총장이 국민에게 제대로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하는데 언론보도만으론 저도 잘 이해가 안 된다”면서 “다만 그 의도는 추정할 수는 있다. 자치경찰을 통해 경찰권이 분산되는 게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추정했다.

박 교수는 “현재 수사권 조정의 방향은 검경 간의 수평적인 관계와 검찰의 직접 수사권 제한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달리 보면 경찰의 수사권이 현재보다 상당히 세지는 것”이라며 “검찰은 경찰권이 분산되지 않으면 경찰의 힘이 너무 세져 경찰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얼핏 보면 그럴듯한 말이지만 자치경찰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것은 아니다. 자치경찰의 수사권에는 아무리 분권화를 강조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치경찰의 수사권에 대해 박찬운 교수는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 상 자치경찰이 맡을 수 있는 사건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치경찰이 할 수 있는 사건은 주로 생활밀착형 범죄(교통범죄, 주취범죄 등)다”라고 봤다.

그는 “그 외의 범죄는 지방 자치경찰이 맡기가 대단히 힘들다. 범죄는 자치단체 영역을 넘어 전국적 규모로 혹은 국제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국의 경찰력을 동원해서 해결해야 된다”며 “다른 경찰기능과는 달리 수사기능의 상당부분은 국가경찰이 맡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자치경찰의 수사는 검찰이 특별히 통제할 필요가 없지만 국가경찰의 수사는 반드시 검찰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것 같다. 문 총장의 말은 결국 검찰의 경찰 수사권 통제는 현재와 크게 달라질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이에 대해 박찬운 교수는 “제가 보기엔 그렇게 들린다. 국가경찰이 수사의 상당 부분을 담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사법(검찰)통제를 말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계속 가자는 것으로밖엔 들리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또 문 총장은 경찰의 수사권이 미국의 연방제 정도로 자치경찰로 이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봤다.

박찬운 교수는 “만일 그렇다면 의문이 있다. 미국은 연방검찰이 있지만 주 검찰도 있다. 미국식으로 한다면 우리 검찰도 국가검찰과 자치(지방)검찰로 나뉘어야 한다. 경찰만 자치경찰을 도입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문 총장이 그걸 말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검찰도 자치검찰을 도입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그렇게 해서 대부분의 사건 처리는 자치경찰과 자치검찰이 처리하고, 나머지 중요 사건만 국가경찰과 국가검찰이 처리하자는 것인지는, 제가 보기엔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그럼 문무일 검찰총장이 자치경찰을 강조하면서 그것을 수사권 조정의 전제인 것처럼 말하는 의도에 대해 박찬운 교수는 “수사권 조정에 반대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그렇게 이야기하긴 어려우니, 불가능한 수준의 자치경찰을 이야기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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