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른바 청와대 ‘정윤회 문건’ 유출 혐의로 기소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판결 직후 조응천 의원은 “앞으로 진실과 헌법에 복종하겠다”며 “또한 소신과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의정활동으로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조응천 의원은 2013년 2월경부터 2014년 4월경까지 박근혜 대통령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대통령 측근 관리 등의 직무를 수행했다. 박관천 경청은 2013년 2월경부터 2014년 2월경까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재직했다.

검찰은 당시 조응천 비서관과 박관천 행정관이 공모해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을 포함한 17건의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 친동생(박지만)의 측근에게 전달해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유출함과 동시에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며 기소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 위반에 대해 1심(서울중앙지법)과 항소심(서울고법)은 “문건들은 보고절차에 사용한 원본 문서와 달리 박관천이 공직기강비서관실 내 자신의 행정관 컴퓨터에 저장된 문서파일을 이용해 별도로 출력하거나 사본한 것들로, 추가 출력본이나 복사본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공무상 비밀누설에 대해 1심과 항소심은 박관천에 대한 ‘정윤회 동향 문건’ 전달로 인한 공무상 비밀누설 부분만을 유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응천 의원에 대해서는 “박관천에게 ‘정윤회 동향 문건’ 전달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윤회 동향 문건’ 이외의 나머지 문건들은 박지만 부부와 친분을 과시하면서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여러 사람들의 비리의혹에 관한 것으로, 그 내용을 전OO을 통해 대통령친인척인 박지만에게 알려준 것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업무 범위 내의 정당한 행위라고 봤다.

이에 검사가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이 사건의 쟁점은 보고절차에 사용한 원본 문서와 별도로 추가 출력하거나 사본한 문서를 유출한 행위를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해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다.

또 대통령 친인척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사람들의 비리의혹에 관한 내용이 담긴 문건 및 ‘정윤회 동향 문건’을 대통령친인척에게 유출한 행위를 공무상비밀누설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4일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관천 전 행정관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응천 의원은 1심과 항소심에 이어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기록물의 효율적 관리를 통한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목적으로 입법된 것으로 사본 자체를 원본과 별도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본 문서나 전자파일 이외에 그 사본이나 추가 출력물까지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보존할 필요는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기록물 자체를 파기, 손상, 유출하는 등의 행위와 그 내용을 누설하는 행위를 구별해 규정하고 있다”며 “대통령기록물법,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의 규정 등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해 유출이 금지되는 대통령기록물에 원본 문서나 전자파일 이외에 사본이나 추가 출력물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박관천에 대한 ‘정윤회 동향 문건’ 전달로 인한 공무상 비밀누설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정당행위의 요건과 적법한 직무집행의 범위, 직무상 비밀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대통령기록물법의 입법 취지와 법령의 규정 및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해 유출이 금지되는 대통령기록물에 원본 문서나 전자파일 이외에 그 사본이나 추가 출력물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한편, 판결 직후 조응천 국회의원은 페이스북에 입장을 밝혔다.

조응천 의원은 “방금 대법원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며 “2014년 11월 28일 언론보도로 시작되었으니 6년 1개월 조금 더 걸렸다”고 지난한 세월을 말했다.

조 의원은 “처음부터 저는 가족과 부하직원들에게 ‘부끄러운 일 하지 않았다’고 자신했다”며 “그래서 고통스러운 (검찰의) 표적 수사와 구속영장 심사, 그리고 기소에도 시종일관 당당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응천 의원은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고(故) 최경락 경위가 유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그리고 저와 같이 일하며 능력을 발휘했던 박관천 경정은 끝내 집행유예 형이 확정돼 명예롭게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지 못하게 됐다”며 “고 최 경위의 명복을 빌고, 박 경정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적었다.

조응천 의원은 “이제 길고 긴 터널을 지난 만큼 앞으로도 더욱 진실과 헌법에 복종하겠다”며 “또한 소신과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의정활동으로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조 의원은 “무슨 운명인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확정 판결도 곧 내려질 예정”이라며 “한때 성심으로 모셨던 분에 대해 같은 날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지는지라 만감이 교차한다. 부디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라고 마무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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