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OO씨와 가족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건담당 경찰관과 검사 그리고 국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진범을 잡았던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2021년 현재. 무려 18년 전인 2003년 진범을 잡았던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은 법원의 국가배상 판결 직후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이 사건의 의미가, 어떤 한 개인의 대한 인권을 찾아주고, 또 무죄를 받아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데 도움이 된 것도 있지만, (재심 무죄와 국가배상판결) 이 일을 계기로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한 억울한 옥살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큽니다”

진범을 잡았던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br>
진범을 잡았던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황상만 반장은 2003년 진범을 잡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 사건을 지금껏 추적했다. 재심 무죄 진실이 밝혀지고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기까지 18년 세월이 말해주듯 은퇴한 그의 얼굴에 담겨 있었다. 

진범을 잡았던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진범을 잡았던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은 이렇다.

박준영 변호사에 따르면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경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 주차돼 있던 택시 운전석에서 피해자가 흉기에 수회 찔려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재심전문 박준영 변호사

이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최OO(당시 15세)가 기소돼 징역 10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2010년 3월 출소했다.

그런데 2003년 무렵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받은 군산경찰서 황상만 반장이 A를 조사해 ‘사건 당일 친구 K가 피 묻은 흉기를 들고 집으로 찾아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고, 자신이 흉기를 숨겨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곧바로 K를 조사해 자백을 받아내고, K와 A에 대해 강도살인, 범인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에서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

불구속 상태가 되자 K와 A는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경찰에서 한 자백이 관심을 받고자 꾸며낸 이야기라고 진술을 바꿨다. 검찰은 2006년경 K에 대해 불기소처분(혐의 없음)을 했다.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과 박준영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를 만난 최OO은 2013년 4월 재심을 신청했고, 2016년 11월 당시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최OO가 한 자백이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이 판결은 검사의 상고 포기로 최OO의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최OO에 대해 무죄판결이 선고되던 날 K를 긴급체포 했고, K는 2016년 12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강도살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K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2심, 3심을 거쳐 2018년 3월 확정됐다.

기자회견하는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과 박준영 변호사

이에 최OO씨 그리고 어머니와 동생이 2017년 5월 대한민국과 이 사건 담당 경찰관, 검사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최씨 측은 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경찰의 불법 체포 및 감금, 폭행 등 가혹행위를 주장했다. 또 검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진범 K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 등의 위법, 불기소처분(혐의 없음) 등의 위법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5민사부(재판장 이성호 부장판사)는 13일 국가는 최OO씨에게 13억 979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또 최씨의 어머니에게 2억 5000만원, 최씨의 동생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전체 국가배상금 16억 979만원 가운데 20%를 최씨를 수사했던 경찰관과 이후 진범으로 밝혀진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검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즉 검사와 경찰관에게 각각 최씨에게 2억 6000만원, 어머니에게 5000만원, 동생에게 100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국가는 물론 불법 수사를 한 경찰과 진범의 자백이 있었음에도 불기소 처분한 검사도 배상책임을 부담하라는 취지다.

기자회견하는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과 박준영 변호사

최씨의 재심 무죄를 이끌어 내고,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해 승소한 박준영 변호사는 “(재판부가) 소송비용 전체를 피고에게 100% 부담시켰다. 저희가 주장한 청구금액이 거의 인용됐다. 사실상 전부승소라고 할 수 있다”며 재판부에 감사를 표시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위법한 수사로 무고한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진범에게 오히려 위법한 불기소 처분을 한 이 사건과 같은 불법행위가 국가 기관과 구성원들에 의해 다시는 저질러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하는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과 박준영 변호사

판결 선고 직후 박준영 변호사와 약촌오거리 사건의 진범을 검거한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이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출입구에서 판결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 자리를 가졌다.

기자회견하는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과 박준영 변호사

황상만 전 반장은 “먼저 (2003년) 이 사건을 처음 접해서 수사를 했을 때부터, (재심 무죄와 국가배상 판결) 이 자리에 서기까지 18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언론과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서 전폭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고 밀어주신 덕분에 오늘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아 감사하다”고 밝혔다.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2003년 진범(K)을 잡았을 때,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을 받았다.

기자의 질문에 경청하는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이에 황상만 전 반장은 “진범(K)하고, 진범의 친구(A)는 아주 유력한 참고인인데 그 사람들의 자백을 근거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는데, 검찰에서 이유 없이 기각을 해버렸다”며 “이 사건의 특징은, 이 사건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제가 한 수사기록이 법원까지 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황상만 전 반장은 “그러니까 검찰에서 전부 다 차단을 시켰다는 것”이라며 “그 과정은 검찰 내부적인 사정도 있고,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제가 판단했을 때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사건을 덮어야 만이 모든 것이 조용히 끝난다는 판단을 가지고 영장을 전부 기각하고, 모든 것을 차단시켰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기자회견하는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과 박준영 변호사

황상만 전 형사반장은 “이 사건의 의미가, 어떤 한 개인의 대한 인권을 찾아주고, 또 무죄를 받아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데 도움이 된 것도 있지만, 이 일을 계기로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하는 동안 하늘을 바라보는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진범을 잡았던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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