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7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된 잠정합의안의 내용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으므로 규탄한다”며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에서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민변(회장 김도형)은 “지금과 같은 내용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누더기 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고 하면서다.

민변 노동위원장 고윤덕 변호사

이날 민변 노동위원회(위원장 고윤덕)는 성명을 내고 “5인 미만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적용 제외, 50인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간 적용을 유예하겠다는 것은, 소규모 사업장 종사자의 생명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적용 제외와 적용 유예 조항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2019년 기준 전체 사고사망자 855명 중 5인 미만 기업 소속이 301명으로 35%,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 소속이 359명으로 42%였다. 전체 사고사망자의 77%가 50인 미만 사업장인 것”이라며 “법에서 적용 제외와 유예 조항을 둔다는 것은, 지금도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와 종사자들을 계속해 방치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비 판했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발주처 형사책임, 직장 내 괴롭힘 형사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 노동위원장 고윤덕 변호사

민변은 “원청과 하청의 관계에서 원청이 ‘갑’이듯이, 발주처와 도급인의 관계에서는 발주처가 ‘갑’이다. 발주처는 무리한 공기단축이나 작업방법 변경을 명시적ㆍ묵시적으로 지시해 왔음에도 처벌받지 않아 왔다”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중대재해에 있어 발주처의 책임이 무엇인지를 낱낱이 밝혀서 진짜 원인제공자가 누구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은 “또한 보건복지부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직장 문제로 인한 자살은 한 해에 559명에 달한다. 대다수의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적 일탈이 아닌 뿌리 깊은 악습의 결과물”이라며 “이 법으로 괴롭힘으로 인해 억울하게 목숨 잃는 사건의 원인제공자가 처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인과관계 추정조항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이 조항이 필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경영자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이다. 수사를 통해서 밝힐 수 있는 것은 파편적인 사실의 조각들뿐일 것이고, 어째서 경영자가 그러한 의사결정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에는 그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갖고 있는 사용자 측에서 반증을 하도록 입증책임의 배분이 필요한 것”이라고 짚었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공무원 처벌 조항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특히 시민재해의 경우에는 관련 공무원이 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안이한 행정이 사고에 기여하고 있음이 수차례 드러났다”며 “공무원의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의 상당인과관계를 묻기 어렵다는 이상한 논리를 대며 아예 이 조항을 삭제해 버렸다. 주객이 전도된 논의과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며, 공무원 처벌조항의 필요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변은 “지금과 같은 내용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누더기 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며 “이 법은 힘없는 중간관리자와 하청이 아닌,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이윤을 거둬온 대표이사와 원청, 그리고 발주처의 책임을 묻는 법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지금까지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소규모 사업장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이 돼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국회는 길게는 32일째, 28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시민사회계와 유가족, 그리고 10만인 입법청원인의 의지를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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