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누더기…우리가 원한 건 차별 아닌 처벌”
“법사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누더기…우리가 원한 건 차별 아닌 처벌”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1.01.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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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7일 “우리가 원한 것은 차별이 아니라 처벌”이라며 “죽음에 등급을 매기고 경영책임자 의무를 축소하고, 사고에 직접 책임이 있는 공무원에게 면죄부를 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잠정합의안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이대로 통과된다면 대부분의 죽음을 막을 수 없으며, 인간존엄과 평등의 가치는 사라질 것”이라며 “기업처벌로 산재와 시민재해를 막자는 애초의 입법취지에 어긋나는 잠정합의안을 재논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국회 앞

이날 입장을 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첫째 “기업처벌이 아니라 차별인, 누더기조항 재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1월 6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잠정합의안에는 ‘5인 미만 사업장 적용배제’가 들어가고, 경영책임자 의무조항에서 ‘발주처 공사기간 단축, 일터 괴롭힘 등’의 의무는 명시되지 않았다”며 “그 결과 어떤 죽음은 용인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는 국민동의 입법청원으로 발의된 법안만이 아니라, 어느 의원의 발의안에도 없던 것”이라며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장관의 말 한마디에 나온 안이고, 기업을 대변하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강력하게 주장해 관철시켰다. 게다가 50인 미만, 100인 미만 작업장에 적용유예를 또다시 논의하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이제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다 죽은 것을 자책해야 하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셈인가”라며 “5인 미만 재해사망 비율 20%이다. 연간 2천 명 중 400명이 죽고 있다. 그동안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로 인해 헌법에 명시된 노동기본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차별받으며 일한 것도 억울한데, 생명과 안전에도 차별을 준다는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더구나 유예도 아니고 배제로 적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죽어도 되는 목숨’으로 규정한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운동본부는 “건설사업장, 조선업 등 중대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가 발주처의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인데, 이를 삭제함으로서 발주처의 무리한 공기단축과 단가 깎기 등의 무리한 요구가 횡행하도록 만들었다”며 “단지 ‘발주한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원들의 잘못된 신념’으로 산재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이유를 막는 것이 매우 곤란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일터 괴롭힘으로 한해 목숨을 끊는 사람만 500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경영책임자의 의무조항에서 이를 뺐다”며 “이제 기업주들은 사고사나 질병에 대한 조치만 취하는 것으로 자기 의무를 다했다고 여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괴롭힘으로 억울하게 죽은 생명들과 유족들은 스스로를 더 자책하게 될 것”이라며 “죽은 사람은 있으나, 죽게 만든 구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당장 경영책임자 의무조항에 발주처와 일터 괴롭힘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둘째 “공무원처벌조항을 포함시켜라”고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법사위는 인허가와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공무원 책임자와의 인과관계를 입증이 어렵다고 처벌조항을 아예 삭제했다”며 “그러나 사고가 나면 무조건 책임을 지라는 것도 아니고, 사고과정에서 안전관리 감독의 의무나 불법 인허가 등의 책임이 있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임에도 이를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는 “결국 가재는 게 편이라고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정부 관료들의 처벌은 막겠다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산재 및 시민재해를 가능케 한 공무원 처벌을 즉각 넣어라”고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셋째 “경영책임자 규정을 분명히 하지 않은 것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외에 ‘또는 안전보건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삽입해 안전담당이사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며 “우리가 줄곧 요구한 것은 안전설비와 운영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조항이 바지사장을 새로이 만드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보완규정을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넷째 “인과관계 추정조항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운동본부는 “그동안 산재사건 재범률이 98%(2017년 기준).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기업주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뿐 아니라, 산재피해당사자나 유족들이 증거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반복적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 은폐기업에 대한 인과관계 추정이 도입돼야 반복된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법사위는 누더기 조항을 폐기하고 사람을 살리기 위한 법안을 만들라. 추락방지망이 가볍고 헐거우면 사람을 살릴 수 없듯이 기업과 공무원의 책임은 더 분명하고 촘촘해야한다”며 “우리가 원한 것은 차별이 아니라 처벌이다! 처벌을 통해 예방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동본부는 “국회는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이대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며 “법사위는 오늘이라도 당장 재논의해 제대로 된 합의안을 만들라. 만약 이대로 통과시킨다면, 죽음조차 차별했던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법의 제정 취지를 제대로 담은 법 조항을 만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2020년 5월 27일 133개 단체가 참여해 발족했다.

참여단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공익인권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민주노총 법률원, 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부법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민생경제연구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이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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