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의 처벌 여부와 관련해 대법원은 오는 8월 30일 오후 2시 대법원정에서 병역법위반 사건과 예비군법 위반 사건에 관해 대법원장 및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기로 결정했다.

제16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로 세 번째로 열리는 변론 사건으로, 대법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오가는 공론의 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대법원 공개변론 자료
사진=대법원 공개변론 자료

2016년 가을부터 심층 검토를 진행해 현재 대법원에 계속 중인 상고심 관련 사건의 수가 100건을 넘고, 하급심에도 재판부별로 판결의 유죄ㆍ무죄 결론이 갈리면서 동일 쟁점의 재판이 다수 계속 중이다.

이들 두 사건은 2018년 6월 공개변론을 결정하면서, 동시에 전원합의체 심리 사건으로 정식으로 지정됐다.

오는 7월 4일 대법원 비교법실무연구회(회장 김재형 대법관)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의 처벌 여부 이 쟁점에 관한 학술적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장(대법원장 김명수)은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18일 국방부, 병무청, 대한변호사협회, 한국공법학회, 한국형사법학회, 한국헌법학회, 대한국제법학회, 한국법철학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국가인권위원회,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 12개 단체에 ‘형사소송규칙’ 제161조의2 제2항과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 제4조의2 제1항에 따라 쟁점에 관한 의견서 제출 요청서를 발송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문제는 사안의 중대성과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기 위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공개변론 기일에 대법정으로 출석해 구두로 의견을 진술할 참고인(2~4인 예상) 선정에 관하여는 검찰 및 변호인단과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대법원은 전했다.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 참고인들 간의 질의응답 등 전 과정을 가감 없이 공개한다.

재판결과에 따라 사회적으로 큰 파급력이 있는 사건을 변론에 회부함으로써 재판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법령해석을 통일하고 사회적ㆍ국가적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해석과 규범으로서의 기준을 제시하는 법률심인 대법원에서의 재판 심리의 실제를 국민들께 투명하게 전달하려는 취지다.

판결 선고는 변론종결 후 대법원장 및 대법관들의 최종토론(전원합의기일)을 거쳐 2~4개월 이내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정확한 일정은 대법원이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 사건의 내용

- (2016도10912)

피고인 A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2013년 현역 입영하라는 통지에 불응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했다는 병역법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건(대법원 2016도10912)이다.

또 피고인 B씨는 현역복무를 마친 후 ‘여호와의 증인’ 종교에 귀의해 2017년 예비군 훈련 소집 통지에 불응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에 불참했다는 예비군법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건(대법원 2018도4708)이다.

A씨에 대해 제1심과 2심(항소심)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6월의 형을 선고(불구속 실형) 했다. B씨에 대해 제1심과 2심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2심은 집행유예를 선고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이 각 상고를 제기했다.

이번에 공개변론에서 다루어질 쟁점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의 ‘정당한 사유’가 양심이나 종교에 따른 병역거부를 포함하는지 여부다.

한편, 대법원은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병역거부자의 양심실현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우월하지 않으므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2007도7941 판결 등에서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 제18조의 규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해석상 도출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런데 국제연합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 이후 수차례에 걸쳐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우리 국민의 통보 사안을 심사해 우리나라가 자유권규약 제18조를 위반했다는 견해를 공표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1년 기존 선례를 변경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아르메니아 정부가 인권규약을 위반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04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국내외 환경과 논의 변화를 반영해 정당한 사유의 해석을 넓히는 판례변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반면, 징병제 국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 여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고 아직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지 않을 경우 혼란이 초래되므로 기존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강하다. 이렇게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에 의해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의 변경 여부를 최종 판단함으로써 이에 관한 그간의 논쟁 정리가 요청되는 상황이다.

최근 약 3년 동안 하급심에서 여러 건의 무죄 판결이 선고됐고,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돼 검사가 상고한 사건도 3건(대법원 2016도17706, 2016도17693, 2018도3798) 있다.

이번 공개변론은 오는 8월 3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약 2시간 동안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의 쟁점정리, 쟁점별 상고인측(변호인)과 피상고인측(검찰)의 변론, 재판부의 질의응답 그리고 참고인(7월 초 결정)들에 대한 재판부의 질의응답이 예정돼 있다.

방청 안내는 오는 8월 30일 당일 13:10부터 방청권 배포 예정이다. 그 밖에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방청권 배정계획은 추후 확정해 공지할 예정이다.

인터넷과 텔레비전 등을 통한 방송 중계의 방식과 플랫폼 등에 관한 상세한 사항은 7월 중으로 확정해 공지할 예정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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