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회사 대표가 여직원의 머리를 팔고 감싸고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는 일명 ‘헤드락’을 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추행을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회사 대표인 A씨(50대)는 음식점에서 직원들과 함께 회식을 하면서 B씨(20대 여성)의 결혼 여부 등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왼팔로 B씨의 머리를 감싸고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B씨의 머리가 자신의 가슴에 닿게 하고 주먹으로 B씨의 머리를 2회 치는 등 이른바 ‘헤드락’을 했다.

A씨는 또 대화를 하던 중 “이 X을 어떻게 해야 계속 붙잡을 수 있지. 머리끄댕이를 잡고 붙잡아야 되나”라고 하면서 손가락이 B씨의 두피에 닿도록 양손으로 B씨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고, 어깨를 수회 쳤다.

이 자리에는 4명이 있었는데, 거래처 대표는 ‘이러면 미투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B씨는 당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검찰은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9년 7월 A씨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2심)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 A씨의 행위가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음식점은 공개적인 장소였고, 그 자리에는 피고인과 피해자(B) 외에 피고인 회사 및 거래처 직원 등 4명이 동석해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접촉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는 머리나 어깨로서 사회통념상 성과 관련된 특정 신체 부위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한 행위는 피해자의 머리를 감싸고 헤드락을 걸면서 머리를 치거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거나 어깨를 수회 친 것으로서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연봉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피해자가 이직할 것을 염려하던 차에, 술을 마시고 그와 같은 행동을 했던 것으로, 성적인 언동과 결합돼 있지는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했으나, 모멸감, 불쾌감을 느꼈다고도 진술했는바, 욕설과 모욕적인 언동을 들어 느끼게 된 불쾌감과 구분된 성적 수치심을 명확하게 감지하고 진술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일행 중 한 명이 ‘이러면 미투다’ 등의 표현을 했다고 하더라도 성범죄인 강제추행죄를 염두에 두고 한 진지한 평가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검사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피고인의 행위는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되돌려 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별, 연령, 관계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동은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임이 분명하고, 폭행과 추행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기습추행의 경우 공개된 장소이고 동석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은 추행 여부 판단의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부위에 따라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고인의 팔과 피해자의 목 부분이 접촉되었고 피해자의 머리가 피고인의 가슴에 닿았는바, 접촉부위 및 방법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행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행위 전후에 했던 말들, 즉 ‘피해자 등이 나랑 결혼하려고 결혼 안 하고 있다’던가, ‘이년 머리끄댕이를 잡아 붙잡아야겠다’는 등의 발언과 그 말에 대한 피해자와 동료 여직원의 항의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말과 행동은 피해자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피고인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반복되는 행위에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당시의 감정에 대해 ‘소름끼쳤다’는 성적 수치심을 나타내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했으며,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 불쾌함’을 느꼈다고 분명히 진술했다”며 “이러한 피해자의 피해감정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적 수치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거래처 대표가 피고인의 행동을 가리켜 ‘이러면 미투다’라고 말한 것이 강제추행죄의 성부에 대한 법적 평가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행동이 제3자가 보기에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인식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추행행위의 행태와 당시의 정황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성욕의 자극 등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거나, 피해자의 이직을 막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동기가 있었더라도 추행의 고의를 인정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공보관실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은, 팔로 목과 머리 부위를 감싸 끌어당기는 일명 ‘헤드락’ 행위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인 행위태양, 행위 전후의 피고인의 언동과 맥락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이번 판결은 폭행과 추행을 구분하는 표지인 ‘성적 의도’와 관련해 ‘성행위(성관계, 스킨십)와 관련된 의도’ 뿐 아니라 ‘피해자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피고인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도 ‘성적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밝혔고, 피해자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소름끼쳤다’는 성적 수치심을 나타내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표현한 ‘모멸감, 불쾌감’도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적 수치심’에 해당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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