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배기가스를 불법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폭스바겐 자동차에 대해 환경부장관이 자동차교체 명령을 내릴 법적 의무가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환경부는 2015년 11월 폭스바겐 경유차들의 구형 엔진 차량의 임의설정(defeat device)으로 배기가스 불법 조작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환경부는 폭스바겐코리아에 임의설정 자동차에 대한 리콜계획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지만, 이들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가 사태 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불만을 품은 폭스바겐 차량 소유주들이 2016년 9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차량 엔진에 실제 도로주행 시에는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성능이 크게 약화되는 임의설정이 적용돼 있으므로 환경부장관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문제의 차량에 대한 자동차교체명령을 해야 할 헌법상 작위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환경권,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3월 29일 A씨 등 3명이 제기한 행정부작위 위헌 확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서 말하는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가 의미하는 바는, 첫째, 헌법상 명문으로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 둘째, 헌법의 해석상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도출되는 경우, 셋째,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등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헌법 명문상 피청구인(환경부장관)이 자동차회사에게 청구인들 소유 자동차들에 대한 자동차교체명령을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짚었다.

또 “헌법 제35조 제1항으로부터 대기오염으로 인한 국민건강 및 환경에 대한 위해를 방지해야 할 국가의 추상적인 의무는 도출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 ‘피청구인이 자동차회사 등에게 자동차교체명령이라는 구체적이고 특정한 작위를 하여야 할 의무’가 도출된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헌법 해석상 작위의무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재는 “따라서 피청구인(환경부장관)에게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헌법상 작위의무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행정부작위에 대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환경부장관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구체적 작위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공권력의 불행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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