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7일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경제력에 따라 벌금을 차등해서 부과하도록 하는 이른바 ‘자산비례벌금제’를 담은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주목된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도 이 법안에 대해 “오랜 숙제였다”면서 “피고인의 재산에 비례한 벌금형으로 이해하면 된다. 법 앞의 실질평등도 구현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현행 벌금 제도는 총액벌금제로 운영되고 있어, 개인의 자력에 따라 형이 불균형적으로 적용된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예를 들어 법원에서 1000만원의 동일한 벌금형이 선고될 경우, 경제력이 높은 사람은 경제력이 낮은 사람에 비해 납입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범죄 억지라는 형벌의 목적이 불균등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또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된다는 점에서 고액벌금자의 이른바 ‘황제노역’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검사장 출신인 소병철 의원은 “벌금형은 재산 박탈을 형벌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현대사회에 적합한 형벌이지만, 자산과 수입이 고려되지 않는 일률적 벌금 부과는 형벌에 있어서도 실질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책임주의 원칙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형법 개정안에서는 벌금형을 일수와 일수정액으로 분리해, 일수는 양형기준에 따라 범행의 경중 등 행위자의 불법과 책임을 표시하고, 일수정액은 피고인의 경제사정을 고려해 결정하게 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정당하게 벌금형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수와 일수정액을 곱한 금액이 최종 벌금액이 된다.

한편, 일수정액의 산정은 피고인의 자산과 1일 평균 수입을 기준으로 하도록 해, 월급 소득자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을 총체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법원이 공무소 또는 공사단체에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도 신설했다.

기존의 노역장유치 기간은 개정법의 벌금 일수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환형유치의 기준 또한 보다 명료화 했다.

벌금을 일수로 산정해 선고하는 소위 ‘일수벌금제’는 1921년 핀란드에서 최초로 도입된 이래 스웨덴(1931년), 덴마크(1939년), 독일(1975년), 오스트리아(1975년), 스위스(2002년)에서 각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소병철 의원은 “현행 획일적ㆍ산술적 벌금 부과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 의원은 그러면서 “벌금형 산정에 재산상태를 고려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30년 넘게 논의된 내용”이라며, “형벌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효과적이고 시류에 맞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소병철 의원은 또 “벌금 분납제나 노역장 유치 제도 정비 등 향후 추가적인 개선도 필요하다”면서, “이번 법안 발의를 시작으로,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으면서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입법론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소병철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법 개정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22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자산비례벌금제의 입법방안’을 주제로 한 온택트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

세미나에서는 자산비례벌금제에 대한 그 간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제도의 정당성과 실현 방법 등을 밀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민병덕, 박범계, 박완주, 서삼석, 송기헌, 송재호, 이광재, 임호선, 진성준, 홍영표 의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 14 명이 공동 발의했다.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한편, 소병철 의원과 함께 오는 22일 세미나를 개최하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한인섭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소병철 의원의 이번 형법 개정안 소식을 전하며 “일수벌금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현재 우리 벌금은 총액제로 한다”며 “그런데 1000만원 벌금을 선고 받았을 때, 가난한 사람은 그 돈을 못내, 대신 노역장유치로 감방살이를 한다”고 말했다.

한인섭 원장은 “그 돈쯤은 부담도 안 되고, (범죄) 억제효과도 없는 부자도 있다”며 “빈부 차이에 따라 형벌효과의 차등이 현격하다”고 지적했다.

한 원장은 “그 대안은? 범죄의 크기에 따라 (징역형처럼) 벌금을 일수(며칠 분)로 정하고, 재산에 따라 요율을 달리 매기면 된다”며 “이를 일수벌금제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인섭 원장은 “이는 재산에 비례한 벌금형으로 하면 이해가 잘되고, 법 앞의 실질평등도 구현할 수 있다”며 “오랜 숙제였는데 정책통 소병철 의원께서, 형사정책연구원과 손잡고 입법대안을 준비하고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전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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