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국민 담화에 아쉬움을, 대법관들의 입장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혹평하면서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대법원 동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해온 민변. 15일에는 김호철 회장과 김소리 변호사가 1인 시위를 했다. (사진=민변)
대법원 동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해온 민변. 15일에는 김호철 회장과 김소리 변호사가 1인 시위를 했다. (사진=민변)

먼저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요약하면 ①(특별조사단) 조사 자료 영구보존, ②관련자 중 일부의 징계 및 업무 배제 ③고발 및 수사의뢰 조치 불가 ④수사 진행시 적법절차에 따른 조사 자료의 제공 및 협조 입장을 밝혔다.

관여자들에 대한 형사조치와 관련,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수사에 대해 사법부라고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고, 법원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한 수사라고 하여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없음도 자명하다”며 “재판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려 했다는 부분에 대한 의혹 해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비록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미 이루어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ㆍ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며,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대법원
사진=대법원

하지만 민변(회장 김호철)은 “대법원장이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이번 담화는 관료화된 사법부 내에서 스스로에 의한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방증하는 것이자, 그동안 우리 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와 국민들의 요구에는 못 미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사법농단 사태 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조사 자료 전부의 성역 없는 공개 대신 조사 자료를 사법부 내에 영구 보존하겠다는 입장만을 밝혔을 뿐이고, 관련 법관들의 직무상 위법행위가 있음을 전제로 13명의 법관들을 징계절차에 회부하면서도 이들에 대한 고발 및 수사의뢰 조치에는 이르지 않아 형사소송법 제234조 제2항이 규정하는 공무원의 고발의무를 해태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법부의 정당성과 신뢰가 국민들로부터 부인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대법관을 포함한 모든 법관이 아니라, 일부 법관의 징계 및 직무 배제에 그친 것도 부족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혹평했다.

민변은 “이미 다수의 고발이 (검찰에) 접수됐고, (김명수) 대법원장도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있을 경우 이에 충분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검찰은 더 이상 수사를 미룰 아무런 이유나 명분이 없다”며 “검사의 수사는 재량이 아닌 의무이므로, 즉각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민변은 “오늘 대법관 일동의 명의로 발표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한 대법관들의 입장’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이 대법관의 업무를 보조하는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된 사실이 드러난 마당에 법원행정처가 재판부와 엄격히 분리돼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대법관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민변은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 대법원에 속해 있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 속에, 대법원과 청와대의 ‘윈-윈’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사실마저 드러난 지금, 의혹을 만든 당사자들이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표현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민변은 “한 마디로 위 대법관들의 입장은 언어도단에 불과한 것으로, 대법관들의 인식이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드러낼 뿐이다”라면서 “재판거래의 핵심 주체란 의혹을 받고 있는 대법관들은 더 이상 의혹을 덮으려는 듯한 집단적 의사표명 등을 자제하고 향후 겸허히 검찰 수사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온 민변 변호사들(사진=민변)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온 민변 변호사들(사진=민변)

한편, 이날 입장을 발표한 대법관 일동은 먼저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고,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대법관들은 참담함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법관들은 특히 “재판의 본질을 훼손하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하여는 대법관들은 이것이 근거 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이와 관련해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의 재판부와는 엄격히 분리돼 사법행정 담당자들은 재판사무에 원천적으로 관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대법원의 재판은 합의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이 각자의 의견을 표시해 하는 것이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인 대법원장 역시 재판부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독립해 대등한 지위에서 합의에 참여하는 대법원 재판에서는 그 누구도 특정 사건에 관해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판결이 선고되도록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사진=대법원
사진=대법원

대법원에는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재판장을 맡는 대법원장과 재판에 참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이 있다.

현재 김명수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에는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법원행정처장), 민유숙 대법관이 있다. (임명 순)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