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농성단 “대법원장 ‘수사협조’ 의지 진일보…나머지 실망”
법률가농성단 “대법원장 ‘수사협조’ 의지 진일보…나머지 실망”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8.06.1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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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규탄 법률가농성단’은 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담화문 발표에 대해 수사협조 의지에 대해서만 진일보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다른 부분들은 “미흡하다. 실망스럽다”라고 혹평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 등 사법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희대미문의 대법원 사법농단을 규탄하는 법률가(변호사, 법대교수, 법학자)들은 지난 5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데 이어 대법원 동문 옆에 천막을 설치하고 시국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동문 옆 천막에서 시국농성을 하는 법률가들. 왼쪽부터 이재화 변호사,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승현 방송통신대 교수 이덕우 변호사, 권영국 변호사
서울 서초동 대법원 동문 옆 천막에서 시국농성을 하는 법률가들. 왼쪽부터 이재화 변호사,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승현 방송통신대 교수 이덕우 변호사, 권영국 변호사

사법농단규탄 법률가농성단은 <대법원장 담화문에 대한 법률가농성단의 입장>을 통해서다.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사법부도 수사에 예외가 될 수 없으며, 비록 고발이나 수사의뢰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수사가 진행될 경우 조사자료의 제공 등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률가농성단은 “그동안 전국법원장간담회와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에서 사법농단 사태 관련자에 대한 수사의뢰는 물론 수사협조의 의사조차 표명되지 않았던 것에 비추어 볼 때, 김 대법원장이 수사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수사에 대한 협조의 의지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진일보한 조치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농성단은 “그러나 이번 사법농단 사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스스로가 판사사찰과 재판거래를 통해 사법부 독립을 짓밟아버린 초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조치는 사법적폐의 과감한 청산과 사법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에 비추어 현저히 미흡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률가농성단은 “먼저 사법농단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한다면, 대법원장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서 사과하고 사법농단 관련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등 필요한 조치를 직접 밝혔어야 한다”며 “그것이 분노하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화문을 법원전산망에 올리는 것으로 대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농성단은 사법부가 여전히 국민을 권위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음에 유감을 표한다”며 “또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담화문 서두에서 국민들께 사과한다고 했는데, 정작 무엇을 잘못해서 사과하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법률가농성단은 “담화문은 재판거래의 의혹에 대해 ‘시도한 흔적’이라고 표현했다. 마치 재판거래가 실제로는 없었지만 ‘재판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외관을 꾸며내는 행위’가 문제라는 뉘앙스이다”라면서 “그동안 공개된 문건들에 의해 재판거래는 단순히 그런 외관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발생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도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아닌 척하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농성단은 “우리는 대법원장의 이런 안이한 인식과 의사표명이 향후 재판거래에 대한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비상시국모임이 6월 11일 법률가농성단을 지지 방문하고 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비상시국모임이 6월 11일 법률가농성단을 지지 방문하고 있다.

법률가농성단은 “형사상 조치(고발이나 수사의뢰 등)에 대해 대법원장이 사법부가 수사에 성역이 될 수 없고 수사가 진행된다면 필요한 협조를 다하겠다고 한 것은 당연한 말이다. 형사소송법상 공무원의 고발의무가 있고 사법농단 사태의 엄중함에 비추어, 대법원장이 고발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농성단은 “하지만 고위직 법관들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이 수사협조 의지를 명확하게 피력한 것은 사법농단 사태의 해결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그런 의지가 비단 대법원장뿐만 아니라 온 사법부 구성원들의 철저한 성찰과 반성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법률가농성단은 양승태 및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뿐만 아니라, 판사사찰 및 재판거래에 관한 모든 자료의 투명한 공개와 사회적 중립기구를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해 왔다.

농성단은 “철저한 수사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수사가 사법농단 사태에 관한 진상규명의 전부일 수는 없다. 더구나 재판거래의 피해는 관련사건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미친다. 그렇다면 관련 자료를 국민들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다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나아가는 것이 사태해결의 첫걸음”이라면서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에 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동문 옆에 설치된 사법농단규탄 법률가농성단 천막

법률가농성단은 “재판거래라는 초유의 반헌법적 사태로 인해 그 대상이 된 재판과 판결의 정당성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훼손됐다. 그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고 목숨까지 저버렸으며, 고문 등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이 온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김명수 대법원장은 피해자구제에 관해 한마디 언급도 없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참으로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농성단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 자체의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얼마 전에 법원행정처 개혁을 언급한 것을 제외하면, 무슨 개혁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기 짝이 없다”며 “사법부가 사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스스로 초래한 이상, 셀프개혁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법개혁의 주체는 국민들이어야 한다. 시민사회의 개혁제안을 존중하고 범국민적 참여를 통해 진정한 민주적 사법개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법농단규탄 법률가농성단은 “모든 자료의 투명한 공개”, “사회적 중립기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 “양승태 등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처벌”, “재심 등 피해자구제책 마련”, “민주적 사법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법률가농성단은 “이런 국민적 요구에 비추어 볼 때 오늘 대법원장의 담화문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고 혹평하며 “우리는 앞으로 사법농단 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뿐만 아니라, 뿌리 깊은 사법적폐를 청산하고 피해자 구제와 사법개혁이 완수될 때까지 국민과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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