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시내버스가 급정거하자 운전기사에게 욕설을 해 버스를 멈추게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승객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승객은 버스기사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됐었다.

법원은 피고인의 폭력성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운전기사가 자발적으로 버스를 세운 측면도 있다고 봐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울산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밤 10시경 울산의 한 시내버스 안에서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하차벨을 눌렀다. 시내버스 운전기사(피해자)가 급정거를 하자 A씨는 “니가 운전을 더럽게 하는 바람에 내가 버스 기둥에 부딪혔잖아”라고 항의했다.

이에 버스기사가 “원래 버스가 정차하면 자리에서 일어나야죠, 정차도 하지 않았는데 일어서시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대답하자, A씨가 화가 나 큰 소리로 욕설을 하는 등 약 30분간 소란을 피워 시내버스 운행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울산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김관구 부장판사)는 지난 11월 27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큰 소리로 심한 욕설을 하며 항의한 사실, 이에 피해자는 갓길에 버스를 정차한 후 경찰에 신고한 다음 경찰이 출동해 피고인을 연행해 갈 때까지 버스운행을 중단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향해 욕설을 한 시간은 약 1분 30초 내지 2분 정도에 불과한 점, 피고인은 버스 뒤쪽의 하차문 앞에 서서 피해자를 향해 욕설을 한 후 좌석에 앉아 가만히 있었고, 그 외에 피해자가 있는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거나 피해자를 위협 내지 피해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등의 행동을 하지는 않은 점”을 짚었다.

또 “피해자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가 버스를 갓길에 정차한 것은 피고인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피해자가 욕설을 듣고 화가 나서 피고인을 태운 상태로는 운전을 계속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해 피고인을 출동한 경찰에 인계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버스운행을 멈춘 것이라고 진술한 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세력의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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