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한진중공업에서 1986년 해고된 김진숙. 해고기간이 무려 35년인데, 2020년 12월에 정년이다. 한진중공업은 김진숙을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등 금전보상을 하게 되면 업무상 배임이라며 복직에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법률단체들은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의 복직 권고, 부산시의회와 국회의 복직 권고 등 우리사회의 요구와 종전 해고노동자들과 회사와의 복직 선례 그리고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하며 김진숙을 복직시키더라도 업무상 배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다는 법률적 판단을 내렸다.

특히 노동법률단체들은 “한진중공업처럼 기업 이미지가 중요한 회사가, 대한민국의 노동권 및 인권,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김진숙의 복직을 결정하고 해고기간 중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은, 인권을 중요시 여기는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칭찬받을 일이기 때문에, 세계를 상대로도 자랑할 일이고, (선박) 수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지시켰다.

최진수 노무사, 봉하진 변호사
최진수 공인노무사, 봉하진 변호사

또한 “김진숙을 복직시키면 한진중공업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고, 이로 인해서 회사가 현재 진행 중인 매각이나 협상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봤다.

노동법률단체들은 “따라서 한진중공업뿐만 아니라 주채권단 산업은행은 김진숙의 복직을 즉각 해결하고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진행하는 민변 류하경 변호사<br>
기자회견 진행하는 민변 류하경 변호사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법연), 법률원(민주노총ㆍ금속노조ㆍ공공운수노조ㆍ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는 12월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한진중공업 김진숙 해고자 복직 촉구 노동법률단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 노동법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동법률단체는 “한진중공업 김진숙 해고노동자는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 사회에서 노동운동의 상징처럼 각인됐다”고 전했다.

한진중공업노조 진상우 조직부장
한진중공업노조 진상우 조직부장

김진숙은 1981년 한진중공업의(전 대한조선공사)에 용접사로 입사해 1986년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다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유인물을 제작ㆍ배포하다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김진숙은 그해 7월 회사로부터는 어용노조 비판 및 신일금속 노사분규 개입 등을 이유로 징계해고를 당했다.

민변 정병욱 변호사

기자회견에 참여한 정병욱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김진숙 복직의 법적 문제에 대한 노동법률단체의 검토의견을 밝혔다.

정병욱 변호사는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에 재직 중이던 1986년 7월 14일 어용노조 비판 및 신일금속 노사분규 개입 등을 이유로 징계해고 됐고, 이후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했으나 패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고 전했다.

법률검토 설명하는 민변 정병욱 변호사

정 변호사는 “2009년 11월 2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해고가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것임을 인정하고, 한진중공업에 복직 권고를 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2020년 9월에도 복직 재권고를 했다.

정병욱 변호사는 “부산시의회는 9월 11일 만장일치로 ‘한진중공업의 투명하고 공정한 매각과 해고노동자 김진숙 복직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또 2020년 10월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국정감사에서 여야 위원들이 한진중공업 이병모 대표를 출석시켜 복직을 촉구했다.

민변 정병욱 변호사, 최진수 공인노무사, 봉하진 변호사

당시 국감에서 이병모 한진중공업 대표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회사로 돌아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크게 반대가 없다”면서도 “급여와 퇴직금 등을 달라고 하는 점 때문에 법률적 검토를 받았더니 과거 중앙노동위원회 결정과 법원 판결 등이 있는 상황에서 배임이 될 수 있다고 한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배임’ 가능성 때문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노동법률단체에 따르면 현재 김진숙 지도위원의 정년(2020년 12월말)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는 2020년 4월경부터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과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위로금) 및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며 사측과 교섭을 벌였다 하지만 사측이 임금 및 퇴직금 지급에 관해 배임 문제를 들어 교섭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법률검토 설명하는 민변 정병욱 변호사

이에 노동법률단체는 한진중공업이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해고기간 동안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해 복직 합의를 하는 경우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했다.

정병욱 변호사는 “(법원에서 노동자가) 해고 패소 확정 판결을 받은 후에 노동자와 회사가 합의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며 몇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민변 정병욱 변호사

정 변호사는 먼저 “지난 2018년 7월 KTX 해고 노동자들은 대법원에서 근로자 지위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패소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이후 사회적 합의로 12년 만에 정규직으로 복직했다”고 상기시켰다.

정 변호사는 또 “지난 2019년 4월 국내 최장기 투쟁사업장인 콜텍 해고 노동자들이 대법원에서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복직투쟁 4464년을 이어온 콜텍지회 조합원 25명과 함께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민변 정병욱 변호사

정병욱 변호사는 “1982년 삼성테크윈에 입사해 노조설립을 주도하다 1995년 해고된 김용희 노동자가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인 삼성과 2020년 5월 삼성의 공식 사과, 명예복직, 피해배상을 요구하며 강남역에서 고공농성을 한 지 355일 만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는 “그리고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통보로 해직됐던 전교조 전임자 34명도 2020년 9월 복직하고, 임금을 지급받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법률검토 설명하는 민변 정병욱 변호사

민변 정병욱 변호사는 “이처럼 해고가 됐어도 복직에 합의한 사례들이 무수히 많다”며 “지금 한진중공업 이병모 대표가 복직에 합의하면 배임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복직에 합의했던 회사들 삼성, KTX, 콜텍 등이 배임죄로 처벌받거나 기소된 전례도 없다”고 이병모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배임에 관한 대법원 판례와 관련해, 대법원은 경영상 판단이라는 법리 하에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하기 위하여는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아래 행하여지는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이 2012년 1월 12일 선고한 판결(2010도15129)이다.

민변 정병욱 변호사

노동법률단체들은 “법적으로는 노동자가 패소했더라도 노사 간에 금전보상(급여, 퇴직금 등)을 포함해 복직 합의에 이른 경우도 상당하다”며 “그런데 이러한 경우에도 업무상 배임죄가 문제된 선례는 없다”고 제시했다.

정병욱 변호사는 “한진중공업과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합의와 관련해서, 복직 합의에 이르는 동기와 경위가 민주화운동으로 판명이 난 한진중공업의 해고 때문이라는 점,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도 복직을 권고했고, 부산시의회와 국회도 복직을 촉구하고 권고하고 있으며, 위 복직 권고에는 당연히 해고기간 동안 받지 못했던 임금 상당액 지급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민변 정병욱 변호사

특히 정병욱 변호사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우리사회와 국가, 국민에게 끼친 공헌과 영향이 매우 크고 지대한 점 등 공익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또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한진중공업의 근로자 복직과 해고기간 내 임금지급 등은 인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인사권은 이미 대법원이 사업자에게 상당한 재량권이 있다고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최은실 공인노무사, 민변 정병욱 변호사

정병욱 변호사는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과 관련해서 최근 한진중공업은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데, 예비입찰부터 7곳이 참여했다고 하는 등 인수전 열기가 뜨겁다고 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고 짚었다.

또 “한진중공업은 노동조합과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매년 적자를 봐서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2019년 5월 노동자 승소판결을 하면서 ‘한진중공업의 경영 상황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한진중공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가지고 김진숙 지도위원과의 복직 합의가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해고노동자 1인에 대한 복직 합의가 기업의 경제적인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하는 상황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법률검토 설명하는 민변 정병욱 변호사

정병욱 변호사는 “한진중공업처럼 기업 이미지가 중요한 회사가, 대한민국의 노동권 및 인권,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결정하고, 해고기간 중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은, 인권을 중요시 여기는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칭찬받을 일이기 때문에, 세계를 상대로도 자랑할 일이고, (선박) 수주에도 도움이 될 것이므로, 손해발생 보다는 이익획득이 훨씬 큰 사안”이라고 주지시켰다.

정 변호사는 또 “한진중공업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줘야 할 해고기간 중 임금이나 퇴직금이 연매출액에 비춰 보면, 크게 무리가 가는 돈도 아닐 뿐만 이니라, 그 돈을 지급한다고 해서 회사가 경영상 문제가 있을 우려도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 정병욱 변호사

정병욱 변호사는 “오히려 (한진중공업) 회사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고, 이로 인해서 회사가 현재 진행 중인 매각이나 협상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봤다.

정 변호사는 “따라서 한진중공업뿐만 아니라 주채권단 산업은행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즉각 해결하고 합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우리 노동법률단체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위해, 그리고 합의를 위해서 투쟁하고 함께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법률단체는 검토의견에서 “한진중공업이 김진숙 지도위원을 금전보상을 하며 복직시키더라도 이는 민주화보상법에 규정된 사용자의 의무이행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므로 배임행위로 볼 수는 없다”며 “오히려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이 민주화보상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노동법률단체는 “여러 복직 합의 사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진중공업이 금전보상을 포함해 김진숙 지도위원을 복직시키더라도 이는 업무상 배임의 문제가 생길 여지는 없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봉하진 변호사,&nbsp;민변 류하경 변호사, 신일수 변호사
봉하진 변호사,&nbsp;민변 류하경 변호사, 신일수 변호사

기자회견 사회를 진행한 류하경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기자회견 중간 중간에 다음과 같은 구호를 선창했고, 참석자들이 따라 외쳤다.

“부당해고 35년 김진숙을 복직시켜라”

“산업은행이 책임지고 김진숙을 복직시켜라”

“한진중공업, 산업은행은 김진숙을 복직시켜라”

이 자리에는 최진수 공인노무사(노노모,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법규국장), 정병욱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봉하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최은실 공인노무사(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가 참여했다. 특히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인 신인수 변호사도 기자회견에 참여하며 힘을 보탰다.

한진중공업노조 조합원들은 “국가폭력에 의한 김진숙 조합원 부당해고 35년. 문재인 대통령이 해결하라”, “35년 동안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꿈, 김진숙을 다시 일터로”라고 적힌 표지판을 들고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또 “35년 전 끌려나온 공장을 내 발로 걸어 나오고 싶습니다”라는 김진숙 해고자의 호소가 적힌 표지판도 눈에 띄었다.

민변 정병욱 변호사와 한진중공업노조 조합원들&nbsp;
민변 정병욱 변호사와 한진중공업노조 조합원들

최은실 노무사는 이 자리에서 ‘주채권단 산업은행은 전면에 나서서 김진숙 해고자의 복직 문제를 즉각 해결하라! 한진중공업은 부당한 업무상 배임죄 주장을 철회하고, 김진숙 해고자를 조건 없이 즉각 복직시켜라!’는 기자회견문 성명을 낭독했다.

기자회견문 성명을 낭독하는 최은실 노무사
기자회견문 성명을 낭독하는 최은실 공인노무사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진숙 복직 문제의 실질적 해결 권한을 가진 한진중공업의 주체권단인 산업은행의 대표자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산업은행 대표에게 법률검토 의견서를 제출하러 가는 참석자들
산업은행 대표에게 법률검토 의견서를 제출하러 가는 참석자들

하지만 산업은행이 막아서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은행에서 면담을 가로 막아 법률검토 의견서만을 전달했다.
산업은행에서 면담을 가로 막아 법률검토 의견서만을 전달했다.

이에 법률단체는 준비한 ‘김진숙 해고자 복지의 배임죄 주장에 대한 법률 검토 의견서’를 산업은행 관계자에게 건네고, 대표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약속하고 마무리했다.

봉하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br>
봉하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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