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수처법 개정에 부쳐
-공수처법 개정은 검찰개혁의 시작일 뿐이다-​

어제(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돼 조만간 공수처가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공수처법이 제정돼 있었지만, 오히려 공수처의 출범을 막는 역할을 해왔다. 보수정치세력과 언론들, 그리고 기득권 세력의 ‘끝판왕’이라 지탄받는 검찰까지 공수처장의 선출을 방해하면서 오히려 공수처의 출범을 막는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사실 처음 법이 제정되었을 때부터 진통은 예상됐었다. 그러다가 공수처장의 선출방법과 공수처 소속 검사의 자격을 완화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이제 공수처 출범을 막으려는 기득권 세력의 방어선이 무너졌다. 빠른 시일 내에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수처의 출범은 한시라도 늦출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다.

최근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검사 술 접대’ 사건을 수사한 다음 접대 받은 검사들 대부분을 불기소한 검사들을 보면서, 국민 모두가 충분히 느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검사들이 얼마나 자신들과 관련된 기득권을 옹호하는 부패세력인지 말이다. 더욱이 라임 수사팀이 검사들 접대사실이나 윤갑근 전 고검장의 비위사실을 알고서도 수사를 무마하려 했던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라임 관련 접대 검사 3인을 수사한 수사팀은 접대를 받은 검사 3명 가운데 1명을 청탁금지법(소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 2명은 불기소처분 하면서 징계를 요청하는데 그쳤다. 수사팀의 논리는 불기소된 두 명의 검사는 밤 11시 이전에 귀가했기 때문에 술자리 비용 536만원 중 밴드비용ㆍ유흥접객원 비용에 사용된 55만 원은 빼야 하고, 나머지 481만원을 두고 5명(검사 3명 외 변호사와 김봉현 2명)으로 나눌 경우 검사 2명에 대해서는 각 96만원씩 접대 받은 것으로 계산해 100만원 미만이므로 100만원 이상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청탁금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굉장히 인위적인 계산법으로 김영란법을 비켜가기 위한 논리를 생각해 낸 것이다.

​사실 접대 받은 금액을 인위적으로 나눠서 김영란법을 피해 가려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김영란법은 형법상 뇌물죄를 보충하는 법이다. 형법상 뇌물죄는 금액의 크기와는 관련 없지만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있어야 처벌되고, 김영란법은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100만원 이상을 받으면 형사처벌된다. 그렇기 때문에 김영란법의 적용에 앞서 형법상의 뇌물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닌지 법률적 검토가 앞서야 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돈이나 향응을 제공 받고도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팀은 형식적으로만 뇌물죄의 성립 여부를 검토한 다음 곧바로 김영란법을 적용하면서 접대 받은 금액을 낮추는 계산법으로 쉽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검사는 신성불가침의 성역이므로 가능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말이다. 현직 검사가 아니었어도 김봉현 회장이 그들에게 접대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뇌물죄를 쉽게 배척할 수 없는 이유다.

​많은 국민들이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에 동조해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한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제기되는 문제들은 운영과정에서, 그리고 앞으로 법률개정을 통해서 고쳐나가도 충분하다. 모든 제도가 완벽하지는 않다. 완벽을 기해서 시행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선은 공수처의 출범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야 할 것은 공수처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리고 거대한 권력을 가지고 범죄를 일삼으면서도 면죄를 받았던 사람들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을 비롯해 그동안 검사들이 저질렀던 범죄행위들이 어떻게 감춰져왔는지를 생생하게 기억해야 한다.

​공수처는 국민 누구라도 범죄를 저질렀다면 공정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판사나, 검사, 국회의원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보수세력에 동조해 공수처 출범에 반대하는 태도를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꼴이다.

누가 어떤 제도를 도입해서 시행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제도가 왜 필요한지, 그 제도로 인해서 사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생각해 보면 공수처의 출범은 지금도 늦은 것이다. 합리적 이성을 가진 국민들이라면 홧김에 서방질하는 격으로 공수처 출범을 반대할 때가 아니다.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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