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원공무원들은 8일 검찰의 ‘법관사찰’ 논란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입장 표명을 유보한 것에 대해 ‘비상식적’이라며 비판했다.

법원공무원들은 “법관사찰이라는 국기문란 범죄행위를 저지른 집단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 재발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다.

먼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7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법관사찰 사건, 대법원장 및 법관대표회의 입장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공무원노조, 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법원본부(본부장 이인섭)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는 마음으로 불법사찰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표명하라”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는 “검찰의 법관 불법사찰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강력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법원본부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경천 수석부본부장, 이상원 서울부본부장, 윤효권 충청부본부장, 이병열 경강인부본부장, 육은수 사법개혁위원장, 김동규 청년위원장이 참석했다.

기자회견 진행하는 이용관 법원본부 사무처장<br>
기자회견 진행하는 이용관 법원본부 사무처장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체 법관대표 125명 중 120명이 참여한 가운데 화상회의로 진행했다. 안건으로는 이른바 검찰의 법관사찰도 논의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법관의 독립 및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안’은 검찰의 법관 정보수집, 이를 계기로 진행되는 정치권의 논란이 법관에 대한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제안됐다”고 밝혔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따르면 찬성 토론 주요 논지는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주체(수사정보정책관실)가 부적절하며,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기재와 같이 공판절차와 무관하게 다른 절차에서 수집된 비공개자료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대 토론 주요 논지는 “서울행정법원에 재판이 계속 중이고, 앞으로 추가로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으로서, 해당 재판의 독립을 위해 전국법관대표회의 차원의 표명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또한 “이에 관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대외적으로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현재 서울행정법원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낸 직무집행정지처분취소 소송이 진행 중인데, 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특히 “결론을 떠나 법관대표들은 법관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하고, 오늘의 토론과 결론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밝혔다

발언하는 이인섭 법원본부장<br>
발언하는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에 법원공무원노조인 법원본부는 8일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판사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한 미결정. 유감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법원본부는 “어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 불법 사찰과 관련해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 확보에 관한 의안’으로 안건이 상정됐으나, 최종 부결됐다”며 “정치적 중립의무를 내세워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결론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한 듯하다”고 봤다.

법원본부는 “그러나 판사들의 소박한 바람과는 달리, 이번 결정의 결과는 (윤석열) 검찰총장 측에는 안도를, 검찰총장을 탄핵하는 측에는 당황함을 안겨주었다”며 “의견표명을 자제한다는 결정조차도 정치적 영향을 이미 미친 것”이라고 진단했다.

법원본부는 “무엇이 정의인지를 판단하고 선언하는 결정 하나 하나가 우리 사회를 바꾸고 변화시켰음을 상기해 보면, 이번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결론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발언하는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br>
발언하는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법원본부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사법농단) 양승태의 판사 불법 사찰이었다”며 “양승태는 판사들의 성향을 미리 분석해 재판거래에 이용했고, 인사 상 불이익을 주는 자료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법원본부는 “재판의 독립을 해하는 것을 막으려는 제도적 고안이 지금의 ‘전국법관대표회의’인 것”이라며 “이런 연혁을 돌아보면, 검찰의 판사 사찰에 대해 어떠한 입장이나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치적 중립도 재판의 독립을 위한 하나의 조건과 과정일 뿐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인섭 법원본부장<br>
이인섭 법원본부장

법원본부는 “더 나아가 판사 불법 사찰이라는 범죄를 저질렀으면, 그에 대한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도의적, 정치적 책임도 지게 하는 게 맞다”며 “법관사찰이라는 국기문란 범죄행위를 저지른 집단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 재발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본부는 “확정된 사실관계에 대해서 재판의 독립을 해할 수 있는 불법행위임이 분명하면 그렇게 선언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그 정치적 결과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결정이 바로 정치적이기 때문”이라고 입장표명에 신중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비판했다.

법원본부는 그러면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아무런 의사를 표하지 않은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최소한 향후 재판의 독립을 위해 강력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다짐과 선언 정도는 있었어야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인섭 법원본부장<br>
이인섭 법원본부장

법원공무원들을 대표하는 법원본부는 끝으로 “법관대표자회의는 나서지 않았지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모든 관행과 폐습에 맞서 싸울 것이고, 이 싸움에 죄고우면하지 않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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