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8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이른바 검찰의 ‘법관사찰’에 대해 논의했으나, ‘정치중립’을 이유로 공식입장을 자제한 것에 대해 ‘법관의 침묵’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추미애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 법관들은 전국법관회의에서 ‘판사 개인정보 불법 수집 사찰’에 대한 의제를 채택했다”며 “그러나 법관들은 정치중립을 이유로 의견 표명을 삼갔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물론 법의 수호자인 법관에게 ‘어느 편이 돼 달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지만, 그들의 주저와 우려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판사 개인정보 불법 수집 사찰’ 의제는 판사 개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묻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장관은 “재판의 목표이자 기준인 민주주의적 가치, 인권과 공정이 위협받고 있고, 대검의 판사 개개인에 대한 불법 정보 수집으로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고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할 법관을 여론몰이 할 때, 사법정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회적 위기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을 묻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추 장관은 “그러나 법관의 침묵을 모두 그들만의 잘못이라 할 수 없다”며 “앞서 말했듯, 정치를 편 가르기나 세력 다툼쯤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어느 편에 서지 않겠다는 경계심과 주저함이 생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앞에서 시국선언하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추미애 장관은 “같은 날, 천주교 성직자들 4천여 분이 시국선언을 했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라는 헌법원칙을 깨고, 정치 중립을 어기려고 그런 것일 걸까요? 어느 세력의 편이 되려고 한 것일까요?”라고 반문했다.

추 장관은 “오히려 기도소를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과도한 검찰권의 행사와 남용으로 인권침해가 이루어지고, 편파수사와 기소로 정의와 공정이 무너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표출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추미애 장관은 “그냥 방치된다면 주님의 본성인 인간성을 파괴하기에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지극한 관심과 관여이고, 부당한 힘에 대한 저항이라고 이해된다”며 “종교인마저도 딛고 있는 이 땅에, 정의와 공의로움 없이 종교가 지향하는 사랑과 자비 또한 공허하다는 종교인의 엄숙한 공동선에 대한 동참인 것이지, 어느 쪽의 정치 세력에 편드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세속을 떠난 종교인은 세속의 혼돈을 우려하고 꾸짖었으나, 세속의 우리는 편을 나누어 세력화에 골몰한다면 정의의 길은 아직 한참 먼 것”이라고 짚었다.

추미애 장관은 “정치중립은 정치 무관심과 구분되어야 한다.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한 정치에 대한 관심과 관여는 누구나의 의무”라며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고, 관여할 의무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체 법관대표 125명 가운데 120명이 참여한 가운데 화상회의로 진행했다. 이른바 검찰의 ‘법관사찰’에 대한 의제도 논의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법관의 독립 및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안’은 최근 현안이 된 검찰의 법관 정보수집, 이를 계기로 진행되는 정치권의 논란이 법관에 대한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제안됐다”고 밝혔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따르면 찬성토론 주요 논지는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주체(수사정보정책관실)가 부적절하며,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기재와 같이 공판절차와 무관하게 다른 절차에서 수집된 비공개자료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대토론 주요 논지는 “서울행정법원에 재판이 계속 중이고, 앞으로 추가로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으로서, 해당 재판의 독립을 위해 전국법관대표회의 차원의 표명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또한 “이에 관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대외적으로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현재 서울행정법원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낸 직무집행정지처분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관대표회의는 “찬반 토론을 실시하고, 표결 결과 제주지방법원 장창국 판사가 제출한 원안과 수정안이 제시됐으나 토론 결과 모두 부결됐다”고 전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특히 “결론을 떠나 법관대표들은 법관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하고, 오늘의 토론과 결론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