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의 세평수집, 어떤 이유로도 안 된다>

-검사들의 법률적 무지와 불법불감증이 심각하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사유 중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성향 분석’을 두고 일부 법관들이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제로 올리는 등 논란이 종식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총장은 법무부장관 주도로 검사징계위원회를 구성토록 하는 검사징계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면서 헌법소원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아울러 위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징계위 절차를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했다. 윤석열 총장의 위헌소원은 일종의 정치행위에 불과하며, 법률적 판단을 하면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 여기서는 재판부의 성향분석 행위가 단순한 세평을 수집하는 것으로 일상적이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검사들의 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판사들 성향에 관한 정보수집이 징계대상이라는 주장은, 일종의 ‘사찰’이므로 위법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단순히 세평을 수집하는 차원으로 일반적인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윤석열 총장과 검사들의 입장이다. 흔히 사찰(査察)은 조사하여 살피는 것,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주로 사상적(思想的)인 동태를 조사하고 처리하던 경찰의 한 직분으로 과거 일제시대 고등계 형사들의 중요한 업무영역이었다. 반면에 세평(世評)은 세상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평판이나 비평을 말하는 것으로 특정인을 고위공직자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부터 세평을 듣는 경우도 자주 있다. 여기서 사찰은 위법한 것이고, 세평을 수집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사찰과 세평 수집은 그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경계를 넘으면 세평이 사찰로 되고, 사찰이 세평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엇을 사찰한 것이고, 세평으로 수집한 내용들이 어떤 것들이냐, 그러한 행위를 누가 했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결론이 달라진다. 일반 국민들이 하는 경우 위법한 방법이 동원되지 않는 한 사찰이나 세평이나 별다른 문제가 없다. 물론 수집한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범죄행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경우에는 세평의 경우라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관 내부에서 인사관리를 하는 차원이나 감찰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세평에 대한 정보를 가지는 것은 허용된다. 그러나 아무 국가기관이나 세평을 수집하도록 허용하지는 않는다. 세평을 수집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도 중요하다. 단순히 내부자료로 활용하는 차원이라면 일정 범위 내에서 허용될 수 있다.

그러나 검사들이 수집하는 판사들에 대한 세평은 다른 차원이다.​

판사들의 판결이나 결정이 검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느냐의 여부와 관련된 것이다. 어떤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하거나, 중요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을 선고한 경우 세평에 따라 그 판사가 이러이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럼 그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이나 결정을 얻기 위해서 재판부를 변경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아니면 그러한 세평을 미리서 흘리면서 해당 판사가 내리는 판결 등에 영향을 주려 할 것이다.

결국 판결의 왜곡(검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세평은 수집해야 할 이유가 없게 된다. 단순한 관심이나 순수한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의 구성원들이 너무 안일한 자세로 일하는 셈이다. 속된 말로 공무원이 주어진 업무가 아닌 허튼짓을 하는 것이고,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평을 수집한 이유가 무엇인지, 누구의 지시로 어떤 절차를 거쳐서 세평수집 작업을 했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검사들이 수집한 세평에 대한 정보가 객관성과 정확성을 답보하느냐의 문제다. 수집절차가 어떻냐, 어떤 절차의 검증절차를 거쳤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학력이나 경력, 고향 등에 대한 정보는 이미 객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판결의 성향이나 고향과 관련된, 또는 평소 발언이나 행동과 관련된 정치성향 등에 대한 정보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다. 그러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왜곡의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아마도 판사들에 대한 세평 수집의 주요 목적이 여기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정치적 사건에 대하여 어떤 판사들이 어떤 성향의 결론을 자주 내리는데 해당 판사의 고향이 어디라서, 또는 부모나 가족들 중에서 누가 어떤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어서 영향을 받는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모두가 극히 위험한 세평들이다.

세평을 수집당하는 판사들의 입장은 어떠한가? 검찰에서 당신들 세평을 수집하고 있다는 싸인을 보내면 판결이나 결정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되고 위축될 것임은 분명하다. 누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자유로운 행동이나 판단이 불가능하다. 혹시라도 이러이러한 판결을 하면 오해의 소지가 없는 것인지, 더 나아가서 자신이나 가족들의 사소한 잘못에 대하여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판사들에 대한 세평수집이 위험한 이유다. 검사들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세평을 국가기관 누군가가 계속 수집하면서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단순히 불쾌함을 넘어서 위법하다고 문제를 제기할 것이 틀림없다. 다만 검사들은 직접 문제를 삼을 수 있는 국가기관이고, 판사들은 형사고소를 하는 이외 그러한 권한이 없다. 검사들의 세평수집이 더 위험한 까닭이다.

세평수집이 허용된다면 그러한 세평 정보는 당연히 공판부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일상적인 정보라면 특수부나 공안부 이외 공판부서에서도 당연히 그러한 세평을 수집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 형사부나 공판부는 그러한 세평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일상의 업무라면 공안사건이나 특수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재판의 경우에도 수사검사나 공판검사가 그러한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세평수집이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검사들이 여기에 어떻게 답할 것인지 궁금하다. 공안부나 특수부가 처리하는 사건은 정치인이나 주요 경제인들에 대한 사건으로 수사의 성패에 따라서 검사들의 거취가 달라지기도 하고, 자신들의 입신양명의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 지휘부가 관심을 갖게 된다. 수사를 제대로 해서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세평 등의 수집에 의해서 판사들을 관리하려 시도하는 이유다.

​검사의 주된 역할은 수사를 한 다음 기소여부를 결정하고, 재판절차에서는 공소유지를 하는 것이다. 판사들에 대한 세평의 수집은 수사나 공소유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행위다. 검사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영역이다. 세평을 수집하기 시작하면 수집된 세평을 계속 관리하게 되고, 정보를 증감시키게 된다. 사소한 세평이 중요한 정보로 변할 수도 있고, 사찰의 영역으로 확대될 여지도 얼마든지 있게 된다. 세평은 흔한 정보여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굳이 그러한 세평을 관리해야 할 이유도 없고, 혹시라도 세평의 수집으로 판사들에게 압박을 주거나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면 어떤 이유로도 허용되지 않는다. 더욱이 세평으로 판결 등의 결과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법치주의를 말살시킬 위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판사들에 대한 세평 수집이 일상적인 것이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간단하게 치부하는 검찰총장이나 검사들이 제대로 된 법률적인 지식은 있는 것인지, 불법행위에 대한 인지능력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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