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봉수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대검찰청이 수집했다는 판사에 대한 개인정보들은,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검찰이) 지금까지 관행처럼 재판부 판사 개인정보를 수집해 왔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해 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는 “검사가 단순 호기심 해소 차원에서 판사 개인정보를 조사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결국 재판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정보를 수집한 것”이라고 꼬집으면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이봉수(사법연수원 31기) 부장판사는 3일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대검찰청이 판사들에 대한 정보를 조수, 수집해 작성한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문건’과 관련해 글을 올렸다.

이봉수 부장판사는 “재판장에 대한 정보 수집은 가능하지만, 그 주체는 어디까지나 공판검사여야 하고, 정보수집의 범위도 공소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로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판검사의 입장에서 공소유지를 위해 재판장의 재판스타일, 이전 판결이력 등을 조사하는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며 나아가 “오히려 공판검사가 중요한 재판에 앞서 재판장이 증거채부에 관해 엄격한지 여부, 특정 유형의 사건에 유ㆍ무죄 판결을 어떻게 했는지, 양형은 엄한 편인지 등을 미리 조사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까지 했다.

이봉수 부장판사는 “그러나 재판장의 종교, 출신 학교, 출신 지역, 가족관계, 취미, 특정 연구회 가입 여부 등과 같은 사적인 정보는 공소유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보”라며 “도대체 이러한 사적인 정보들이 공소유지에 어떤 도움을 준다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따졌다.

이 부장판사는 “공소유지에 참고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인데, 논리와 증거로 범죄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형사절차에서 이러한 사적인 정보들을 참고했을 때와 참고하지 않을 때에 무슨 차이가 있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봉수 부장판사는 “더구나 위와 같은 사적인 정보를 대검찰청이라는 공공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ㆍ보관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법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대검찰청이 수집했다는 판사에 대한 개인정보들은,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따라서 대검찰청은 정보주체인 판사의 동의가 있거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해서 불가피한 경우 등이 아니면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없고, 수집을 하는 경우에도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수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봉수 부장판사는 “일부 검사들이 근거규정이라고 주장하는 검찰청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대검찰청 사무분장 규정을 살펴봤으나, 위 규정은 법률이 아니고, 그 내용을 읽어봐도 공소 제기된 이후 사건이나 수사와 무관한 판사 개인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는 근거 규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이러한 사정은 문건을 작성한 직책이 ‘수사정보담당관’이라는 점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판사는 “공소유지는 공판검사의 소관 업무이므로 소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재판장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겠다”며 “그러나 재판장의 사적인 개인정보는 검사들 스스로 인정하고 있듯 공소유지에 참고가 되는 정도의 정보이지 공소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정보는 아니므로, 위 주장도 결국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봉수 부장판사는 “누구라도 재판을 맡은 판사의 성별, 종교, 출신학교, 출신 지역, 가족관계, 취미, 학술활동 등을 공개된 정보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이를 기초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하거나 재판진행이나 결과를 함부로 예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분명히 했다.

이 부장판사는 “검사가 단순 호기심 해소 차원에서 판사 개인정보를 조사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결국 재판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정보를 수집한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러나 재판 특히 형사재판은 논리와 증거로 판가름 나는 것이지, 판사 개인의 출신 학교, 출신 지역, 가족관계, 취미 등에 의해 결론이 좌우되지 않는다”며 “도대체 어떻게 사용할 생각으로 판사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앞으로도 계속 수집하겠다는 것인지 저로서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봉수 부장판사는 “판사 개인정보를 통해 재판진행 방향이나 결과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려고 했다고 주장한다면, 재판스타일이나 이전 판결이력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그게 아니라 판사의 사적인 정보들을 통해 위와 같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인지, 그리고 그와 같이 예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판사는 “결국 판사에 대한 사적인 정보 수집은 다른 부정한 목적을 위해 활용할 의도가 아니라면, 이를 수집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무의미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을 왜 굳이 하려 하십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봉수 부장판사는 “특히 법관의 사상, 신념이나 정지적인 견해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정보로 섣불리 추단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며 “어찌 한 사람의 사상이나 신념, 정치적 견해 등이 과거의 특정 발언이나 행동, 특정 연구회 가입 여부 등으로 섣불리 추단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 부장판사는 “더구나 이러한 민감정보는 법령에 특별한 근거가 없으면 함부로 처리할 수 없고(개인정보보호법), 이를 어기는 것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처벌 형량까지 지목했다.

이봉수 부장판사는 “또한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중요 재판의 재판장의 과거 판결 이력 등을 소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정보로 법관의 사상, 신념이나 정치적 견해를 함부로 추단하고, 나아가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쉽게 확인하기도 어려운) 법관의 사상, 신념이나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재판을 왜곡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언론보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봉수 부장판사는 “(검찰이) 지금까지 관행처럼 재판부 판사 개인정보를 수집해 왔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해 주기 바란다”며 “우리 사회는 인권에 관한 감수성이 단기간 내에 급속도로 높아졌다. 그로 인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시정될 타이밍을 놓친 거라면, 지금이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잘못된 관행을 시정해야 한다”고 시정을 요구했다.

이 부장판사는 “판사에 대한 정보 수집과 활용 방법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제도적인 정비가 될 때까지, 대검찰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판사 개인정보 수집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잠시 접어 두고, 정보 수집을 중단해 주고, 언론도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은 법관의 사상, 신념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재판을 예단하거나 결과를 비난한 것은 아닌지 성찰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오는 7일 ‘전국법관대표회의’ 회의가 예정돼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각 법원에서 대표를 선출한 대표판사들이 모인 회의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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