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송경근 청주지방법원 부장판사는 3일 “소추기관인 검찰이 이를 심판하는 기관인 법관을 사찰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왔다”며 “그런데 검찰의 책임 있는 사람 그 누구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 한 마디 없이 당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의 법관 사찰 문제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니, 전국법관대표희의에서 논의해보자”고 제안했다.

송경근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2기)는 이날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전국법관대표회의에 간절히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특히 송경근 부장판사의 글 전문이 SNS를 타고 누리꾼들에게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송경근 부장판사는 “소추기관인 검찰이 이를 심판하는 기관인 법관을 사찰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송 부장판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중요사건을 다루는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재판부 법관들에 관해 판결 성향, 소송지휘 방식, 세평뿐만 아니라 물의야기법관 해당 여부,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취미 등 극히 개인적인 사항까지 수집한 보고서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검찰총장은 이를 공판부도 아닌 대검 반부패수사부에 넘겼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부장판사는 “이것이 ‘사찰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충분한 정황’인지에 관하여는, 법관들이 늘 말하듯이 ‘편견을 버리고 평균인의 사고 수준에서 객관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쉽게 답이 나올 만한 문제”라며 “그런데 검찰에서는 ‘판사의 재판 스타일을 파악하여 공소유지를 위한 참고자료를 만든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검찰의 책임 있는 사람 그 누구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 한 마디 없이 당당하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까지 제한-침해할 수 있는 강력한 강제수사권을 가진, 그것도 그 정점에 있는 (검찰) 국가 수사기관의 행위를, 로펌의 변호사나 스포츠팀 감독과 같은 개인의 행위와 동일시해 비교한다”며 “너무나 옹색하다”고 지적했다.

송경근 부장판사는 판사 사찰 논란에 대해 예를 들었다.

송 부장판사는 “경찰청 범죄정보과(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과 유사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부서)가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검사들에 대해 평소 성향, 수사지휘 방식, 세평은 물론 가족이나 지인 관계, 취미, 학생운동 참여 경력 등 지극히 개인적인 사항들을 수집해 파일로 만든 다음 이를 경찰청장에게 보고하고, 경찰청장은 이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대검 반부패수사부와 유사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부서)에 넘겼는데, 그러한 사실이 외부로 드러났다”고 가정했다.

이어 “그 내용에는 ‘소신이 없다’, ‘여론을 많이 의식한다’, ‘존재감이 없다’, ‘폭음 후 다음날 지각하여 영장집행에 참석하지 못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하기는 했으나 합리적이다’, ‘딸만 셋이다’, ‘OO지방경찰청 제2부장이 처남이다’, ‘주말마다 골프를 열심히 친다’ 등의 모욕적, 명예훼손적인 내용들과 그 필요성을 의심케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항까지 기재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검에서 판사들의 정보를 수집한 내용과 같다.

송경근 부장판사는 “그러자 경찰청장이 ‘해당 검사의 수사지휘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만든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요”라고 말했다. 문제가 없다는 건 윤석열 검찰총장 측의 입장이다.

대검찰청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대법원

송 부장판사는 “이는 단지 해당 법관 개인이나 재판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며 “대한민국 법관과 재판의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로 인해 국민들의 기본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그러한 사안”이라고 봤다.

송경근 부장판사는 “그래서 이번 사안은 더욱 (검찰의 정보수집 대상에 오른) 해당 법관 개인이나 재판부가 아닌,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해 의견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 부장판사는 “그동안 외부에서 법관 개인이나 재판부에게 가해진 유ㆍ무형의 부당한 압박에 대해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가 나서서 항변해 준 적이 있느냐”며 “이것은 우리 법관들의 문제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제기해야지 누가 제기합니까”라고 말했다.

송 부장판사는 “법관은 판결로 말해야 하고, 공정성에 의심을 받을 행동을 절대 해서는 안 되니 신중하게 있자구요. 그러다 참다못한 국민들이 들고일어나 문제를 해결해주면 그때 가서 과실만 받아 먹자구요”라고 반문했다.

송경근 부장판사는 “우리가 지금 문제된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사유가 정당하다고,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직무배제 사유가 정당한지, 징계를 받아야 하는지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담당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지, 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할 것이 아니고 논의해서도 안 되는 문제임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점도 짚었다.

송 부장판사는 “법관을 사찰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왔고, 이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니, 전국 법관의 대표자들의 회의에서 논의해 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송경근 부장판사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판사님들의 뜻이 무엇인지 저도 잘 알고 있다. 정치권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도 잘 안다”면서도 “그러나 저는 법관 대표님들에게 사안의 본질을 보는 혜안을 기대한다”고 신뢰를 보냈다.

송 부장판사는 “행위에는 작위뿐만 아니라 부작위도 포함되듯이, 때로는 침묵이 강력한 동의의 의사표시가 될 수 있고, 기계적 중립이 오히려 지극히 편파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며 “물론 누구를 편들자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법관의 입장에서 유불리를 떠나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청주지방법원에서 행정사건을 담당하고 있다는 송경근 부장판사는 “행정사건에서 집행정지는 집행정지신청 자체에 의해 신청인의 본안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원상회복이나 금전배상이 불가능한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본안판결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경우’라면 인용해주는 것이 원칙이고, 실제로도 이와 같이 운영돼 인용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은 이를 담당해 본 분들은 다 아실 것”이라며 “이번 (윤석열 검찰총장) 집행정지사건도 그 결정 이유를 살펴보니 이러한 원칙에 지극히 충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송경근 부장판사는 “그런데 유력한 일간신문의 사설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법원도 확인한 윤 쫓아내기 위법성’이라는 제목 아래 ‘적법절차 원칙 준수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됨을 분명히 한 것’,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도 부당하다는 판단을 받은 것’이라고 하더라”며 “아마 이를 읽는 많은 독자들은 ‘법관사찰 의혹을 포함한 검찰의 행위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법원이 집행정지를 통해 확인해주었다’는 취지로 이해하겠지요”라고 적었다.

송 부장판사는 “게다가 (윤석열 검찰총장) 집행정지결정이 내려지자마자 대검은 법원으로부터 적법하게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집행한 감찰부에 대해 ‘상부 보고 해태’를 이유로 전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며 “무엇 때문에 그것이 그리도 급한가요. 우선순위가 바뀌어도 너무 바뀐 거 아닌지요. 왠지 지난 독재정권ㆍ권위주의정권 시절의 기시감이 드는 것은 저의 지나친 망상일까요”라고 말했다.

송경근 부장판사는 “이제는 우리가 법관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해야 할 시간”이라며 “결론적으로 저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게 법관사찰 의혹과 관련해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에 관한 침해 우려 표명 및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 촉구’라는 원칙적인 의견 표명을 해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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