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관계 설시…검사 ‘복종’과 검찰총장 ‘맹종’ 언급
법원,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관계 설시…검사 ‘복종’과 검찰총장 ‘맹종’ 언급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0.12.02 1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리더]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키자, 윤석열 총장이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직무집행정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검사는 최고감독자인 법무부장관에 ‘복종’은 당연하다면서도, 검찰총장의 ‘맹종’을 경계한 점이다.

특히 법원은 “법무부장관의 검찰,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ㆍ감독권의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다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검찰총장의 임기보장 취지를 언급하면서도 “검찰이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검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게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은 대목도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청한 가처분에 대한 1차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어떻게 판단했는지 자세히 짚어본다.

먼저 지난 11월 24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다음날(25일) 바로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치 가처분 신청을 냈고, 26일에는 이 사건 본안인 ‘직무집행정지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추미애 장관은 다음과 같은 혐의(징계사유)를 이유로 검사 징계위원회에 징계청구를 한 뒤, 검사징계법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를 명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 사건관계자인 중앙일보 사주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혐의.

▲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로 하여금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를

불법수집ㆍ활용하게 한 혐의.

▲ A에 대한 대검찰청 감찰부의 감찰착수보고를 받고 정당한 이유 없이 감찰을 중단하게 한

혐의, A에 대한 수사방해 목적으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해 수사지휘권을 부당하게 행사한 혐의, A에 대한 감찰착수 사실을 외부에 알려 언론에 보도되게 함으로써 감찰을 방해한 혐의.

▲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방해하면서 대검찰청 인권부로 하여금 민원 사본을 마치 민원 원본인 것처럼 허위로 기재한 서류를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하도록 한 혐의.

▲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시 퇴임 후 정치시사 발언을 하여 검사로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신 손상.

▲ 감찰대상자로서 협조의무를 위반하고 감찰을 방해한 혐의.

이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곧바로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아래에서 신청인은 검찰총장이고, 피신청인은 법무부장관이다.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처분은 본안사건 판결 확정 시까지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것이었다.

윤석열 총장 측은 “직무집행정지 처분의 토대가 된 징계사유는 현 단계에서 객관적으로 소명되지 않는다”며 “이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이 참고 견딜 수 없거나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유ㆍ무형의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되며, 처분의 효력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4행정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는 12월 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에 반발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신청인이 신청인에 대해 한 직무집행정지처분은 본안 사건의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며 “신청인의 나머지 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판단을 자세히 살펴본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의 효력정지나 집행정지를 구하는 신청사건에서는 행정처분 자체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고, 행정처분의 효력이나 집행 등을 정지시킬 필요가 있는지의 여부, 즉 집행정지 사건의 판단에 있어 본안에서 다루어져야 할 처분의 위법성까지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판단함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 사건 신청이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을 미리 밝혀뒀다.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은 ‘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에 처분 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처분 등의 효력 등을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의 존부에 대해 재판부는 “처분으로 신청인은 직무집행정지 기간 동안 검찰총장 및 검사로서의 직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손해일뿐더러 금전보상으로는 참고 견딜 수 없는 유형ㆍ무형의 손해에 해당하고, 사후에 처분 취소소송에서 신청인이 승소하더라도 그러한 손해가 회복될 수 없다”고 봤다.

‘긴급한 필요’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이 처분이 비위행위에 대한 징벌적 제재라기보다는 신청인에 대한 징계의결 시까지의 예방적ㆍ잠정적 조치라 하더라도, 처분의 효과는 신청인의 검찰총장 및 검사로서의 직무수행 권한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으로서 사실상 해임ㆍ정직 등의 중징계처분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며 “따라서 처분의 효력 정지를 구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눈에 띈다.

먼저 추미애 법무부장관 측은 “수사대상자이면서 징계혐의자인 검찰총장이 직무집행을 계속하며 검찰사무를 총괄할 경우, 공정한 검찰권 및 감찰권의 행사가 위협받을 중대한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직무집행정지 처분은 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이 있기 전까지 신청인의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의 염결성’을 보장하기 위해 직무를 배제하는 것으로, 법무부장관의 재량행위”라며 “이 처분의 집행정지로 인해 신청인이 본안사건에서 전부 승소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면 검사징계법이 정한 장관의 인사권이 보장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장관 측은 “직무집행정지 단계에서 사법적 심사가 이루어질 경우 행정청의 징계행정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심대한 타격이 가해지고,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사는 법무부에 소속된 행정기관의 하나이므로 행정조직원리상 최고감독자인 법무부장관의 지휘ㆍ감독에 복종함이 당연하나, 형사사법기능의 일부를 담당하는 기관이므로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검찰청법 제6조(검사의 직급)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따라서 입법자는 법무부장관이 검사에 대해 갖는 지휘ㆍ감독권은 일반적인 행정기관에 대한 지휘ㆍ감독권과 다르게 일정한 제한을 두어, 검찰사무에 대하여는 일반적으로 모든 검사들을 지휘ㆍ감독할 수 있지만,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오직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지휘ㆍ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며 “검찰총장은 검사들의 최고상급자로서 모든 검사들을 지휘ㆍ감독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을 통해 모든 검사들을 지휘ㆍ감독할 수 있기 때문”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래서 입법자는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부당한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임명 전에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고, 일단 임명되고 나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했다”면서도 “다만 검찰이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검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게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재판부는 “대통령은 국민들에 의해 직접선거로 선출된 국정운영의 대표자라는 점에서, 법무부장관은 그러한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자라는 점에서 검찰에 대한 그들의 지시와 명령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다”며 “따라서 법무부장관이 검찰에 대한 통제권의 일환으로 검찰총장 인사제청권과 더불어 지휘ㆍ감독권을 갖는 것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법무부장관의 검찰,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ㆍ감독권의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사징계법 제8조 제2항은 법무부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징계혐의자인 검사에게 그 직무 집행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측은 위 규정을 들어 직무집행정지의 권한이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또 법원이 이 사건 처분의 집행정지를 하면 장관의 인사권이 제약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행정청에게 재량이 부여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그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과정에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이 이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위 규정이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까지 전횡되지 않도록 그 필요성이 더욱 엄격하게 숙고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신청인의 직무집행정지가 지속될 경우 임기 만료시인 2021년 7월 24일까지 신청인이 직무에서 배제돼 사실상 해임하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르는바, 그러한 결과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장관 측은 “징계사유가 인정됨에도 신청인이 직무집행을 계속해 검찰사무를 총괄할 경우 공정한 검찰권 및 감찰권의 행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현재 신청인에 대한 검찰 징계위원회의 개최가 예정돼 있고, 징계절차에서 신청인에게 출석권, 진술권, 특별변호인 선임권, 증인신문 등 증거조사 요구권 등의 방어권이 보장돼 있다”며 “사정이 그렇다면, 적어도 신청인에 대한 직무배제는 징계절차에서 징계사유에 관해 신청인에게 방어권이 부여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충분히 심리된 뒤에 이루어지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이고, 그것이 헌법 제12조가 정한 적법절차 원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장관의 주장과 같이 징계절차가 임박해 조만간 징계처분이 이루어질 예정이라면, 설령 신청인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돼 중징계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징계처분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짧은 시간 동안 신청인의 직무가 유지될 뿐이므로 그 직무의 염결성이 중대히 저해되리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본안은 신청인에 대한 징계처분이 아니라 징계 시까지 신청인의 직무집행을 배제하는 내용의 처분이므로, 이 사건에서 징계사유의 존부를 심리 및 판단함이 적절하지 않다”며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처분의 집행이 정지된다고 하여 신청인에 대한 징계처분에 대한 사법적 심사가 선행돼 삼권분립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거나, 징계행정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영향이 가하여질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