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정부는 5조 50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먹튀논란 론스타 ISDS(투자자-국가 분쟁) 관련한 ‘9700억원 협상제안’ 민원에 대해 공식적인 협상제안으로 보기 어려워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라고 표현한 것은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세청이 공동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2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론스타와의 밀실 협상을 중단하고 협상 내용을 공개하고, 또한 ISDS 진행과정을 즉각 공개할 것을 촉구했던 점이 의미가 크다. 

기자회견 진행하는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

30일 법무부는 “지난 3일 론스타펀드(LSF) 고문이라 주장하는 채OO씨로부터 론스타 측 협상안이라고 주장하는 서신이 민원으로 접수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민원 문서에는 론스타 측에서 협상액으로 8억 7000만 달러를 제시하며, 정부가 협상안을 수용할 시 론스타 ISDS 사건을 철회하고 추후 관련 분쟁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공개했다.

법무부는 그러면서 “정부는 이번 민원 문서의 형식 및 제안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론스타 ISDS 사건 청구인의 공식적인 협상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따라서 정부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이와 같은 제안에 대해 응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회신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문서의 형식상 발신인인 채OO씨가 론스타 ISDS 사건의 청구인인 그 계열 회사들(LSF-KEB 외7)이 아닌 단순히 론스타펀드(LSF)의 고문으로 기재돼 있고, 위임장도 첨부돼 있지 않아 청구인(론스타) 측으로부터 적법한 위임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문서에는 론스타 측 법률부사장인 마이클 톰슨의 서명 외에 직함이 기재돼 있지 않아, 톰슨이 청구인 측을 대표해 서명을 한 것인지 개인 자격으로 서명을 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고 제안에 불응한 이유를 설명했다.

법무부는 현재까지 론스타 ISDS 사건의 진행 경과를 공개하면서 “정부는 마지막까지 론스타 ISDS 사건 대응에 최선을 다해 국익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1월 20일 KBS는 미국계 사모펀드 회사인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투자자-국가 분쟁)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한국 정부에 비공식절차로 9700억원의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구호를 선창하는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br>
구호를 선창하는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

이에 배진교 정의당 국회의원, 경제민주주의2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참여연대는 11월 25일 국회 앞에서 ‘론스타의 ISDS협상 제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론스타는 우리나라 은행법상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외환은행을 소유하고 이를 통해 수조원대의 불법 이익을 누렸다”며 “그러나 론스타는 ISDS까지 제기하며, 이제는 ISDS 중단을 조건으로 협상(9700억원)까지 걸어오는 등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분노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특히 먹튀를 자행하고도 ISDS까지 제기한 론스타와 당시 금융관료 등 금융 모피아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진실규명 및 책임자 처벌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론스타 협상안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거나 밀실 협상하는 것은, 정부가 론스타 사태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협상 여부 및 내용 등에 대해 철저히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마땅하며, 국회가 주도해 ‘론스타 사태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함과 동시에 론스타 사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론스타 청문회를 개최해 국민들의 재산을 수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상 제안 문건의 서명을 비교하며 진위를 판정하는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br>
협상 제안 문건의 서명을 비교하며 진위를 판정하는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론스타 사건 최고의 전문가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협상 제안 문건 하단에 있는 편지지에는 론스타의 원고(회사) 또는 원고 대리인이 아닌 론스타 계열사의 편지지일 뿐”이라며 “서명 역시 아무런 직함이 없다. 즉 (론스타 법무담당 부사장) 마이클 톰슨이 개인 자격으로 서명한 것”이라고 봤다.

전성인 교수는 “(앞서) 마이클 톰슨이 회사의 대표 자격으로 국가에 보냈던 다른 문서와 비교하면 그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br>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전성인 교수는 “미국 편지를 조금이라도 써 본 사람은 서명란 밑에 반드시 직위를 표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즉 (협상제안) 편지지 문건은 그냥 (론스타 법무담당 부사장) 마이클 톰슨이 보낸 것이다. 론스타의 원고와는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명을 비교하는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br>
서명을 비교하는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전 교수는 “법무부는 마치 (협상 제안 문건) 이것을 공식 접수된 것이라는 표현으로 이상한 뉘앙스를 흘리면서 국민들의 의중을 떠보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것은 론스타가 정부와 합작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는지 떠보기 위한 장난질로 볼 여지도 있다”고 직격한 바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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