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재직 중인 김광준 법원공무원이 김명수 대법원장과 전국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이 참여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호소한 글이 인상적이서 주목받고 있다.

법원구성원 20년차인 김광준 법원공무원은 11월 25일 법원내부통신망(코트넷)에 ‘검찰의 행태에 대해서 대법원장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즉각적인 성명서를 발표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동료 법원공무원들이 많은 댓글을 달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김광준 법원공무원

김광준 법원공무원은 “사법부가 검찰에 사찰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 법무부 감찰결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사유가, ‘법관사찰’이라는 감찰결과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법원에 다니는 자부심으로 살고 있다’는 김광준 법원공무원은 “법원의 수장인 대법원장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분노해야 할 일이 아니냐”며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법원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과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 판사회의)에 “검찰에 사과도 요구하고,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어떠한 세력과도 맞설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꼭 천명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래야 무너진 사법부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것”이라고 하면서다.

발언하는 김광준 서울중앙지부장

김광준 법원공무원은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은 어린 아이도 웃을 일 아니냐”며 “검찰의 정보 수집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인이 개인의 뒷조사를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일인데,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법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판 유지 참고자료로 사용하는 것이면, 누구든지 사찰하고 정보를 수집해도 되는 것인가요?”라고 따져 물으며 “특히 자신들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판결을 하는 법관에 대해 사찰을 하는 것이 허용될 일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광준 법원공무원은 “법관대표회의는 어찌해야 됩니까. 법관의 독립을 훼손하는 만행을 저지른 검찰에 대해 어떤 입장이라도 내 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법관 스스로 추상같이 여기는 재판의 독립을 법관 스스로 어떻게 지키는지 국민들과 우리 법원 구성원들은 똑똑히 바라보고 있다”고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김광준 서울중앙지부장

김광준 법원공무원은 2001년 법원공무원 공채 시험에 합격해 법원공무원 28기로 법원에서 근무해 오고 있다. 김광준 법원공무원은 현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공무원노조, 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한편, 법원본부(본부장 이인섭)는 27일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이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의 세평 등을 수집한 것에 대해 “명백한 불법사찰이 맞다”고 판정하며 강력한 규탄 성명을 냈다.

법원본부는 “검찰의 법관사찰 문제가 불거졌다”며 “사법독립을 훼손하려는 세력이 엄존하고 있음이 드러난 이상, 김명수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는 대국민 입장을 밝히고, 엄정대응 방침을 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광준 법원공무원

다음은 김광준 법원공무원이 법원내부통신망에 올린 글 전문이다.

<검찰의 행태에 대해서 대법원장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즉각적인 성명서를 발표해야 합니다>

어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명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법무부 장관의 정당한 감찰권 행사라는 주장과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어제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사유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말로만 듣고 추상적으로 짐작하고 있었던 검찰의 “법관사찰”이 감찰결과를 통해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밝혀진 사찰내용은 주요 정치적인 사건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여부, 가족관계, 개인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여부, 세평 등을 조직적으로 작성하여 반부패 강력부에 전달하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검찰은 “재판에 대해 판사들이 그동안 어떻게 재판했는지 파악하는 것에 불과하고, 공소유지 참고자료 정도라고 말하면서 일선 공판부는 재판부의 스타일에 대해서 서로 인계를 하고 있고, 대검이 허브 역할을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검찰의 위 주장이 수긍이 가고 이해가 가는 변명인가요?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은 어린 아이도 웃을 일 아닌가 생각합니다. 검찰이 아무 목적도 없이 단순히 재판부 성향만 파악하기 위해 사찰을 하였을까요? 지금까지 우리 대한민국 검찰이 그렇게 순진하게 일을 하였던가요?

검찰의 정보 수집은 상상을 초월하지요. 일반인이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일반인이 개인의 뒷조사를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일인데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법관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검찰에서는 재판부 법관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판사들의 모든 이력과 성향, 비위 행위 등을 철저하게 ‘내부수사’하였을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오히려 법관사찰이 없었다고 주장을 했다면 다소 다툴 소지가 있을 것인데, 자기들 스스로 법관에 대한 사찰정보를 대검이 허브 역할을 하면서 수집했다는 것을 시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판 유지 참고자료로 사용하는 것이면 누구든지 사찰하고 정보를 수집해도 되는 것인가요? 특히 자신들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판결을 하는 법관에 대해 사찰을 하는 것이 허용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사법부가 검찰에 의해서 사찰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 어제 감찰결과를 통해서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의 수장인 대법원장은 어찌해야 됩니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분노할 일 아니던가요? 반드시 검찰의 사과를 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무너진 사법부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것입니다.

법관대표자회의는 어찌해야 됩니까. 법관의 독립을 훼손하는 만행을 저지른 검찰에 대해 어떤 입장이라도 내 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법관 스스로 추상같이 여기는 재판의 독립을 법관 스스로 어떻게 지키는지 국민들과 우리 법원 구성원들은 똑똑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직무집행정지 처분에 대해서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낼 것이라고 합니다. 장관의 처분에 대해 법원에서 정당성을 회복하겠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법원이 판결을 내려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찰을 행한 장본인이 사찰행위가 정당했음을 사찰 대상자에게 구하고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에 법원은 어찌해야 됩니까? 대법원장과 법관대표자회의의 입장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윤석열 총장이 법원에 가처분을 구하는 판결결과 역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저의 직장인 법원을 사랑합니다. 법원에 다니는 것을 자부심으로 간직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을 모독한 행위를 저지른 사법농단 세력이나 특정 재벌에 빌붙어서 아부하는 법관들로 인해 저의 직장의 자부심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눈뜨고 볼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왜 부끄러움은 항상 우리들만의 몫이어야 하는지 참..고민이 많습니다.

대법원장님과 법관 대표자회의에 바랍니다. 반드시 스스로 법원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검찰에 대해 사과도 요구하고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어떠한 세력과도 맞설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꼭 천명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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