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27일 검찰의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사들의 행동을 집단항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검찰은 지금껏 자신들의 잘못에 반성한 적이 없었고, 검찰을 떠나도 전관예우로 아쉬움 없이 풍족히 생활하며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오만방자함으로 똘똘 뭉칠 수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김남국, 윤영덕, 문정복, 황운하 의원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판사 사찰과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발표한 기자회견문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장경태, 김승원, 박상혁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의원들은 “일선 검사들의 집단항명은 검찰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검찰이 국민의 충실한 종임을 인식하도록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27일 기자회견 사회를 진행하는 김용민 국회의원 / 사진=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다음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

1. 법관을 사찰하고 재판에 개입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고 2년이 지났습니다. 아직 법관탄핵 등 사법농단에 대한 명확한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탄핵을 통해 명확한 기준을 세워두지 않으면 여러 국가기관에서 동일한 일이 재발할 수 있다고 외쳐왔습니다. 그런데 동일한 일이 검찰에 의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2. 윤석열 검찰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혐의가 법무부 감찰로 드러났습니다. 윤총장이 이끄는 대검은 판사들을 주기적으로 사찰해 왔고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3.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은 충분히 놀랐고, 진정 대한민국의 검찰이 이정도 수준인가라며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윤총장과 검찰은 일말의 반성과 국민들께 조금의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자숙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법무부장관의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명령에 대해 서둘러 법적대응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파괴한 입으로 민주주의를 운운하는 것에 분노를 금치 못합니다.

4. 윤석열 총장은 어제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한 사찰’문건에 대해 국민들의 판단을 받겠다며 공개하였고, 윤총장의 행태와 이에 동조하는 일선 검사들의 변명은 더 당황스럽게 합니다. ‘필요한 정보수집이고 공소유지를 원활히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문건에 등장하는 것처럼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 많이 받는다는 평”, “술을 마시고 늦게 일어나..”, “당황하는 듯한 기색”, “소극적인 태도”, “존재감 없음”, “검찰 대응 수월”, “법정 멘트들도 미리 신경 써는 준비한 느낌”이라는 것들은 검찰이 수집할 법적 근거가 없는 정보들입니다.

5. 검사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검찰청법 어디에도 근거규정이 없습니다. 직제규정상 범죄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는 하나 공판을 담당하는 법관에 대한 정보는 범죄정보가 전혀 아닙니다. 검사들 사이에서 엘리트 중 엘리트라고 하는 대검찰청 근무 검사가 ‘수사정보’의 의미조차 잘 모른 채 검사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6. 검사들의 이런 논리로 공판 유지를 위해 참고자료로 사용하는 정보라면 누구든지 사찰하고 정보를 수집해도 된다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나 사법농단에서 초기에 판사 사찰이 문제가 된 것은 인사업무와 무관한 기획조정실에서 권한 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윤석열 총장은 공판유지를 위한 정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법원이 사법농단 사건으로 호되게 수사를 당했던 경험이 있어 사찰대상이 된 판사들이 느끼는 공포감과 모멸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7. 이는 판사가 독립적으로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사찰대상 판사들에 대해 언론에서 “우리법연구회”회원이라는 등의 단독 보도를 하고 정치적인 공격을 해 온 것을 고려하면 판사가 위협을 느꼈을 수 있었음은 합리적으로 추단할 수 있습니다.

8. 윤석열 총장을 정점으로 한 대검은 확실한 증거로 기소하여, 재판할 생각은 하지 않고 법관의 개인성향을 파악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만드는데 이용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창피스러운 일입니다. 수사와 기소를 통해 정치를 하더니 이제는 법원을 협박까지 하려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분노한 법원 판사들 사이에서도 윤총장을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국내정보 수집을 중단한 이후 검찰이 국내정보를 수집해 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판사사찰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습니다.

9. 하지만 사태가 이런 지경임에도 검찰의 반성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무엇이 문제냐며 국민에게 되묻고 집단 항명으로 오히려 검찰총장을 편들고 있습니다. 일선 고검장들과 대검 중간간부들에 이어 항의 행렬에 동참하는 평검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검사가 아닌 일반공무원들은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10. 검찰의 잘못에 대해 제대로 처벌한 예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검사들은 특권의식에 젖어 장관의 직무명령에 집단적으로 항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검찰은 지금껏 자신들의 잘못에 반성한 적이 없었고, 검찰을 떠나도 전관예우로 아쉬움 없이 풍족히 생활하며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오만방자함으로 똘똘 뭉칠 수 있는 것입니다.

집단 항명을 당연하듯이 하고 있는 검찰은 다른 공무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처벌해 왔습니다.

한편 검사들 인사를 위해 경찰이 정보를 수집한 것에 대해서도 수사를 한 바 있습니다. 검사의 정보는 수집되면 안 되고 검사는 다른 모든 이들의 정보를 수집해도 된다는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11.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검찰의 주인은 국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일선 검사들의 집단항명은 검찰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할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검사들은 정치를 하겠다는 검찰총장을 두었다는 점부터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고, 지금과 같은 항명성 행동들은 자제해야 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더 이상의 분란을 만들지 말고, 수사와 감찰에 성실히 응해야 합니다. 법무부와 검찰은 드러난 혐의에 대해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 바랍니다.

12. 한편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사리분별 못하고 윤석열 총장 편만 드는 행동을 그만 두고 검찰의 잘못을 함께 꾸짖어야 합니다. 우리 국회는 법무부 장관의 징계와는 별도로 작금의 사태가 벌어진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점검하기 위해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책을 만드는데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공수처가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법무부 감찰로 검찰의 잘잘못을 밝혔다는 점에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신속하게 공수처를 출범시켜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들을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해야 합니다.

13. 검찰개혁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일입니다. 검찰이 국민의 충실한 종임을 인식하도록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간입니다.

2020년 11월 27일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김용민, 김승원, 문정복, 박상혁, 윤영덕, 이탄희, 장경태, 황운하 국회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 국회의원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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