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전국법원공무원들이 검찰에 단단히 뿔났다. 전국법원공무원들은 27일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이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의 세평 등을 수집한 것에 대해 “명백한 불법사찰이 맞다”고 판정하며 강력한 규탄 성명을 냈다.

법원공무원들은 “엄연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검찰이 내놓는 반론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며 “공익을 대변한다는 검찰이 ‘사찰’을 범죄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그런 범죄를 일상적으로 저질러 왔다고 떠벌리는 장면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법원공무원들은 “검찰의 법관사찰 문제가 불거졌다”며 “사법독립을 훼손하려는 세력이 엄존하고 있음이 드러난 이상, 김명수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는 대국민 입장을 밝히고, 엄정대응 방침을 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 법원본부는 이날 <“법원을 위협하는 세력” 검찰의 판사 불법사찰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무원노조 산하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본부장 이인섭)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전국법원공무원들을 대표하는 법원본부(법원공무원노조, 법원노조)는 성명에서 “2006년 11월 이용훈 전대법원장은 한 보수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장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며 “공판중심주의와 불구속 수사, 재판을 독려하며 사법개혁을 주도하는 이용훈 대법원장을 흠집내기 위한 검찰의 배후공작을 지목한 발언이었다”고 상기시켰다.

법원본부는 “2020년 11월 대검찰청은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와 관련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을 조사해 특정 개인의 사상적인 동태를 살핀다”며 “이른바 ‘사찰’을 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법원본부는 “이런 엄연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검찰이 내놓는 반론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며 “‘통상적으로 그냥 해왔던 일이다’, ‘인터넷 등 공개된 정보와 해당 판사 재판에 참여했던 검사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수집했다’, ‘그 목적이 공판업무에 참고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불법사찰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본부는 “공익을 대변한다는 검찰이 ‘사찰’을 범죄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그런 범죄를 일상적으로 저질러 왔다고 떠벌리는 장면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고 밝혔다.

법원본부는 그러면서 ‘검찰이 말하는 조사는 왜 불법사찰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살폈다.

법원본부는 “첫째, 조사의 주체가 누구였는가?”를 짚었다. 본부는 “검찰의 말대로 공판업무에 참고하기 위함이라면 ‘공판송무부’에서 판사 관련 성향을, 그 판사의 판례 등을 통해 연구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그러나 위 사항을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중요범죄에 관한 정보를 다루는 ‘수사정보2담당관’이었다”고 지적했다.

법원본부는 “둘째, 조사는 정당한 업무의 일환 이었나?”에 주목했다. 본부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전화번호, 주소 등도 당사자의 동의가 있거나, 다른 법률의 규정이 있을 때 한해 수집이 가능하다”며 “하물며 한 개인의 양심, 가치관, 사상 등을 엿 볼 수 있는 민감정보를 수집하려는 시도 자체가 불법인 것”이라고 직격했다.

법원본부는 “셋째, 조사방식은 적절했는가?”를 지적했다. 본부는 “우리나라 최고의 고급정보를 다루는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이 인터넷에서 정보를 구했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검찰에서 정보를 흘리고 기자가 언론에서 퍼트려왔던 것이 그간의 형태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너무 변명이 궁색하다”고 질타했다.

또 “더군다나 일각에서는 양승태의 사법농단 사건으로 대법원을 압수수색 하면서 획득한, 법원 내부의 인사 관련 비밀자료를 활용했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본부는 “넷째, 과연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있는가?”도 짚었다. 본부는 “검찰의 임무가 형사재판을 받는 모든 피고인에 대해 유죄를 이끌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며 “적절한 양형을 요구하고 재판과정에서 고도의 공정성을 기해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기에 검찰을 ‘공익의 대변인’이라고 불렀던 것”이라고 말했다.

본부는 “판사의 사상적 경향까지 파악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야 말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위험하다”며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법원본부는 “오로지 적법한 절차에 의해 획득한 증거에 의한 공소유지가 ‘검찰의 길’”이라며 “이와 같이 조사의 주체, 방식, 목적 등으로 봤을 때 명백한 ‘불법사찰’이 맞다”고 판정했다.

법원본부는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 재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또 다시 검찰이라는 외부에서의 법관사찰 문제가 불거졌다”며 “사법독립을 훼손하려는 세력이 엄존하고 있음이 드러난 이상, 김명수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는 이번 사건에 대한 대국민 입장을 밝히고, 엄정대응 방침을 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본부는 “이번 사건이 검찰개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쟁의 도구, 헤게모니 쟁탈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한다”며 “오로지 사법독립과 국민의 이익을 중심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본부는 “사법독립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히고 관련자 처벌,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조치들을 분명히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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