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16일 “법무부장관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제정 검토 지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변협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아 악의적으로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비밀번호 제출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가 가능한 법률 제정 검토를 지시했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자기부죄거부의 원칙, 진술거부권 및 피의자의 방어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지시이며,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법무부장관이, 헌법에 배치되는 소위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해제법’의 제정을 추진하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변협은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점은, 헌법의 본질적 가치가 반영되는지 여부”라며 “헌법 정신에 기초해 국민의 기본권이 충실하게 보장되는지가 법률 제정에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국가 기관의 편의성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변협은 “법무부장관이 근거로 제시한 영국 수사권한규제법(RIPA)은 국가안보, 범죄예방, 공공복리에 필요한 경우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추었을 때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으로서,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기부죄거부의 원칙,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원칙을 침해할 여지가 있어 영국에서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악용의 위험성을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변협은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 보장을 도외시한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헌법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인바, 법무부장관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인권수사를 위해 가급적 피의자의 자백에 의존하지 않고, 물증을 확보하고 과학수사기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런데 핸드폰 포렌식에 피의자가 협력하지 않는다면, 과학수사로의 전환도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미애 장관은 “영국 ‘수사권한 규제법’은 2007년부터 암호를 풀지 못할 때,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을 상대로 법원에 암호해독명령허가 청구를 하고, 법원의 허가결정에도 불구하고 피의자가 명령에 불응하면 국가안전이나 성폭력 사범의 경우에는 5년 이하, 기타 일반사범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 밖에 인권국가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에서도 암호해제나 복호화 요청 등에 응하지 않는 경우 형사벌로 처벌하는 법제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장관은 “우리도 시급히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에 대한 실효적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헌법의 자기부죄 금지 원칙과의 조화를 찾으면서도, 디지털시대의 형사법제를 발전시켜, 국민이 안심하고 공정과 정의가 살아 숨 쉬는 법무시대를 잘 궁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자기부죄거부(自己負罪拒否)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소되거나 의심받는 사람이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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