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사건 원고ㆍ피해자들은 6월 11일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발’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과거사 피해자 두 번 울린 ‘양승태’를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우리는 검찰이 고발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농단 범죄자들을 즉각 구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거쳐 특별재판부의 법정에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또 “과거사 청산을 유린한 박근혜 정권의 대법원 사법농단을 심판하고 사법정의를 구현할 특별재판부와 특별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긴급조치사람들(준), 동일방직노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과거청산위원회, 민청학련계승사업회, (사)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아람회사건반국가단체고문조작국가범죄청산연대, 원풍동지회, 인권의학연구소․김근태기념치유센터, 진실의힘, 천주교인권위원회, 청계피복노조, 70민노회, 4.9통일평화재단 등이 참여했다.

<과거사사건 국가범죄 피해자 공동선언>에서 이들은 “과거 반인륜적 국가범죄의 피해자로서 과거사 청산을 유린한 박근혜 정권의 대법원 사법농단과 관련한 과거사사건 판결이 원천무효임을 선언하며, 이를 심판하고 사법정의를 구현할 특별재판부와 국제 인권법 기준의 피해자 중심 해결 원칙의 특별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법원 사법농단 사태는 박근혜의 헌정유린과 같은 맥락에서 청와대와 대법원이 은밀히 공모해 자행된 사법사상 초유의 특대형 범죄임이 대법원 특별조사단 3차보고서에서 확인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조사단 보고서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2015년 11월 19일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전략 추진> 제하 문건과 관련, “국가적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BH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심각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음”이라고 적시하고 있다(3차보고서 173쪽).

특별조사단 보고서는 또 “주요 재판사건 처리 시 청와대와 비공식적인 대화 채널을 적극 가동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3차보고서 176쪽).

이들은 “대법원 사법농단의 피해자로서 무엇보다 충격적인 부분은, 노무현 정권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실규명 되고 형사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과거사사건의 국가배상을 가로막은 대법원 판결을 과거 정권의 ‘적폐 해소’와 ‘과거 왜곡의 광정’으로 강조한 대외비 문건”이라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법원 기획조정실 2015년 7월 대외비 문건 <현안 관련 말씀 자료>에는 ‘과거 왜곡의 광정’ 항목 아래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왔다”며 “과거 정권의 ‘적폐 해소’ ⇨ 무엇보다 먼저 왜곡된 과거사나 경시된 국가관과 관련된 사건의 방향을 바로 정립하였음”이라고 표기돼 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의 대법원은 이처럼 스스로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면서 과거사 청산의 의지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와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조율하여’ 노무현 정권의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과 형사재심 무죄판결에 의거한 과거사 청산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기 위한 법리를 개발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로써 과거사 청산의 대의를 유린했다”고 통탄했다.

또 “삼권 분립에 기반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 역할을 수행해야 할 사법부가 스스로 헌법을 부정하고, 과거사사건 국가범죄의 청산을 짓밟으며, 과거사 피해자들의 인권을 앞장서서 침해했던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다시 한 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의 대법원이 청와대와 내통해 국가가 약속한 과거사 청산을 짓밟은 것은 또 하나의 국가폭력이며 국가범죄”이라며 “우리는 과거사사건 국가범죄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인 사법부의 폭거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들은 “국가범죄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 우리는 과거사 청산을 파탄 낸 박근혜 정권의 대법원 사법농단 심판과 피해자들의 원상회복 없이 어떻게 나라다운 나라, 정상국가를 말할 수 있겠는지 묻는다”며 “우리는 검찰이 고발된 양승태를 비롯한 사법농단 범죄자들을 즉각 구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거쳐 특별재판부의 법정에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김명수 대법원장은 박근혜 정권의 대법원 만행에 대해 과거사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잡을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과거사 청산을 유린한 박근혜 정권의 대법원 사법농단과 관련한 과거사사건 판결이 원천무효임을 다시 한 번 선언하며, 이를 심판하고 사법정의를 구현할 특별재판부와 국제 인권법 기준의 피해자 중심 해결 원칙의 특별법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우리는 사법적폐 청산과 사법정의 실현, 완전한 과거사 청산을 위해 온 국민과 함께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과거사사건 피해 현황>을 정리해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5월 25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는 그동안 우리 과거사 피해자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로 인해 일방적으로 겪어왔던 2차, 3차 피해들이 결국 양승태 대법원장의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재판거래를 해왔던 결과였고, 이는 결국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으로 헌정을 유린해온 결과였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양승태 대법원장은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음을 증명하기 위한 그 첫 번째로 ‘과거사 정립’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거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이 오랜 인고의 세월과 길고 긴 투쟁을 통해 비로소 국가로 하여금 진실화해위원회를 설립해 진실규명에 나서게 했고, 그 결과 부족하나마 배상과 명예회복의 길이 열리는 듯 했다”며 “그런데 양승태 대법원장은 겨우 발을 뗀 과거청산의 과정을 ‘과거 정권의 적폐’라며 이를 ‘과거왜곡의 광정’이라며 다시 돌려놓겠다는 반역사적 행태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이 부당하거나 지나치며, 당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 된다는 반인권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 소멸시효

이들에 따르면 당초 법원은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에 대해 재심 사건의 경우는 재심의 확정판결로부터 3년, 그 외 인권침해사건과 민간인희생사건은 진실규명 결정일로부터 3년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특별조사단에서 공개한 대외비 현안관련 말씀자료(조사단 70번 자료)에서 확인됐듯이 2013년 5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2012다202819) 판결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보고서만 믿고 국가배상을 결정해서는 안 되고, 시효는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해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라 할지라도 아무리 길어도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 이후 2013년 12월 12일 대법원 판결(2013다201844)을 통해 또다시 소멸시효를 6개월로 제한했다. 이로써 이즈음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진행되고 있던 다수의 사건들이 파기환송 되거나 결국 원고가 패소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결국 현재까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결정한 인권침해사건 중 시효소멸로 인한 패소 사례는 이수근 위장간첩사건을 비롯해 45건 이상과 민간인희생사건 중 시효소멸로 인해 패소한 경우는 총 417명(희생자 기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 재판상 화해

이들에 따르면 법원은 민주화운동보상법과 5.18특별법의 재판상화해 조항을 빌미로 보상금을 지급받은 피해자들은 더 이상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을 이어갔다.

이번 특별조사단에서 공개한 대외비 말씀자료에서 확인한 2015년 1월 22일 문인간첩단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204365)에서 과거사 피해자라도 생활지원금 등 보상금을 받았다면 국가로부터 재차 손해를 배상받을 수 없음을 확정했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결정한 인권침해사건 중 재판상 화해로 인한 패소 사례는 오종상 긴급조치 위반사건, 노동사건 관련 건 등 18건이 확인되고 있다.

현재 위 판결에도 불구하고 하급심에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거나 피해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이다.

◆ 긴급조치위반 사건에 대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 불인정

또한 2014년 10월 27일 대법원은 긴급조치가 당시로서는 유효한 법규였던 만큼 이를 따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곧바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2013다217962) 했다.

이들은 “이번 특별조사단에서 공개한 대외비 말씀자료에서 확인한 2015년 3월 26일 대법원 판결(2012다48824)에서 ‘긴급조치 9호는 위헌이지만,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써,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해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며 국가의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악스러운 것은 이번 조사단에서 발표한 내용 중에는 그나마 대법원의 판결에 반해 상식적인 판결을 한 법관에 대해 징계까지 검토했다는 점”이라며 ‘긴급조치 손해배상 1심 판결 관련 징계 검토’라는 조사단의 의혹을 전했다.

이들은 “그동안 부족하지만 진실화해위원회를 비롯해 경찰, 국정원, 국방부 등에서 과거 국가폭력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고, 근래에는 검찰조차 이 일에 나서고 있다”며 “그러나 과거청산의 역사적 과정에 대법원은 단 한발자국도 내딛지 않고 있고, 오히려 과거청산운동의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었던 것이 이번 조사단의 보고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더 이상 2차, 3차의 피해를 겪게 하는 일을 당장 멈추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진행 중인 과거사 관련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지연이자기산일 변경을 비롯해 소멸시효, 재판상화해, 긴급조치와 관련한 그간의 잘못된 판결에 대해 판례를 변경함으로써 더 이상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간의 잘못을 바로잡는 최소한의 일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나아가 이번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농단을 철저히 수사하고 그 책임을 물어, 이미 2차 피해를 겪은 피해자들에게 재심의 기회를 열어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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