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3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규탄하며,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12일 법무부는 “법무부장관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하여 법원의 명령 등 일정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변(회장 김도형)은 “헌법 제12조 제2항은 누구나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기부죄거부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며 “이러한 원칙하에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와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155조 또한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등에 대하여만 처벌할 뿐, 자신의 범죄에 대하여는 그 구성요건 해당성 자체를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변은 “이는 우리 형사사법절차가 강조해 온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을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발견이나 구체적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국가이익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려는 헌법적 가치를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변은 “20대 국회에서도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집행 과정에서 정보저장매체의 접속에 대해 소유자 등의 협력의무를 부과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 및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며 “그러나 위 개정안에서도 과태료 및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에 소유자 등이 피고인인 경우는 제외하는 규정을 두었다”고 짚었다.

또 “나아가 이러한 개정안에 대해서조차 피고인에게 협력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자기부죄를 강요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법원행정처의 의견이 개진된 바 있다”고 말했다.

민변은 “한편 영국 수사권한규제법(RIPA)에 따르더라도, 복호화명령(암호키의 제출 명령 등)이 갖는 기본권 침해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즉, 당해 명령의 허가를 위해서는 국가의 안보ㆍ범죄예방ㆍ공공복리에 필요한 경우, 또는 공공기관이나 법적인 권한ㆍ의무의 적절하고 효율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영국의 법제도조차 큰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민변은 “휴대폰 비밀번호는 당연히 진술거부의 대상이 되며 이를 밝히지 않는다고 하여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상 자기부죄거부의 원칙, 피의자 및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청 등에 비추어,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위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더불어 법무부장관으로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도외시한 이번 지시에 대해 자기 성찰과 국민들에 대한 사과가 함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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