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br>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이른바 ‘한동훈 방지법’에 대한 반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휴대폰 비밀번호 제출 거부’를 막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보도가 언론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추미애 장관은 대검찰청 감찰부에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담당했던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를 기소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에 관한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정진웅 차장검사와 몸싸움을 벌였던 한동훈 검사장의 사례를 들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외국 입법례를 참조해 일정 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도 지시했다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이 검토를 지시한 법률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우리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묵비권 등의 규정에 비춰봤을 때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큰 것으로 생각된다.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형사소송의 원칙 중에 자기부죄거부(自己負罪拒否)의 원칙이 있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소되거나 의심받는 사람이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권리를 뜻한다. 자기부죄거부 특권은 17세기말 영국의 형사절차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미국의 수정헌법에서도 이를 받아들였다. 미국 수정 헌법 제5조는 ‘누구든지 형사 사건에 있어서 자기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강요받지 아니한다(nor shall be compelled in any criminal case to be a witness against himself)’라고 선언하고 있다. 자기부죄거부 특권은 피의자ㆍ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제당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피의자ㆍ피고인의 인권보장을 도모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우리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묵비권 규정을 두고 있다(제12조 제2항). 묵비권은 피고인, 피의자 또는 증인이 공판절차나 수사절차에서의 신문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하거나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다.

형사소송법에서도 법원 또는 수사기관은 피고인ㆍ피의자에 대하여 진술을 강요할 수 없고, 피고인은 법원ㆍ검사의 신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변호인의 신문에 대해서도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제283조의 2 등). 헌법에서는 불리한 진술에 한해서 진술의 강요를 금지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 불이익한 진술에 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익ㆍ불이익을 불문하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진술은 구두의 진술뿐만 아니라 서면에 의한 진술에 대해서도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 자기부죄거부의 권리에 터 잡은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함에 있어서 피의자에게 미리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때에는 그 피의자의 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부인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8213 판결)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태도다.

누구나 자신의 범죄행위를 알리거나 자백을 해야 할 의무는 없다. 진술 강요뿐만 아니라 증거제출 또한 강제당하지 않아야 한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기부죄거부 특권은 진술이나 증거제출이 강제되는 경우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한 인권침해의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헌법 제27조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에 비춰보더라도 이른바 ‘한동훈 방지법’은 헌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사법기관이 수사의 편의를 위해서 강제수사의 범위가 확대될수록 국민들의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커질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