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기자 출신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검언유착’에 대해 수사정보를 검찰만 가지고 있고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검사와 기자는 ‘갑을관계’라고 봤다.

기자 출신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박영흠 교수는 “검찰 수사기록과 법원의 소송기록을 제3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쉽게 투명하게 취득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다면, 기자들이 지금처럼 검사의 입만 바라보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남국, 김승원, 김용민, 김종민, 문정복, 박상혁, 박주민, 윤영덕, 이탄희, 장경태, 최강욱, 홍정민, 황운하 국회의원은 11월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검찰개혁 시리즈 세미나 3탄으로 ‘검찰과 언론’을 주제로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기념촬영
아랫줄 조성식 작가,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이연주 변호사(전 검사) / 윗줄 윤영덕 의원, 박주민 의원, 장경태 의원, 최강욱 의원, 홍정민 의원, 황운하 의원, 문정복 의원, 김승원 의원

이날 세미나 좌장은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진행했다. 세미나 1부에서는 신동아 기자였던 조성식 작가가 ‘검찰 힘 빼기와 언론 책임 묻기’로 주제발표를 했다.

세미나 2부 패널토론에는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이연주 변호사(법무법인 서화, 전 검사)가 참여해 귀가 솔깃한 토론을 했다.

토론하는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박영흠 교수는 토론에서 “검언유착이 왜 발생하는가? 왜 검찰과 언론이 오랫동안 유착해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봤다.

박 교수는 “첫 번째는 수사정보를 검찰만 가지고 있고,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두 번째는 국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언론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두 번째 이유는, 이제 깨졌다. 미디어기술의 혁신으로 인해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주체가 언론만이 아니게 됐다”고 덧붙였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과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유튜브 등의 등장을 말한다.

토론하는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이연주 변호사

박영흠 교수는 “그렇지만 첫 번째 검찰만이 수사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건, 아직 바뀌지 않았다”며 “저는 이 부분을 깨면, 언론과 검찰이 유착할 필요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음성화 돼 있던 정보를 양성화시키면, 언론과 검찰이 굳이 어두운 곳에서 만나서 단둘이 술잔을 나누면서 정보를 주고받을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토론하는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박영흠 교수는 “(언론의) 검찰 수사보도는 주로 소위 말하는 ‘빨대’라는 취재원을 통해서 획득하고 보도가 이뤄진다”며 “빨대가 왜 필요한가? 빨대만이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언론계의 ‘빨대’라는 은어는 은밀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취재원을 의미한다.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토론하는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박 교수는 “정보를 조금 더 투명하고 광범위하게 공개해서 (기자가 수사정보를 흘려주는) ‘빨대’를 몰래 만나서 이야기를 듣지 않더라도 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들이 많아지면, 특히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식으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루트가 많아지면, 기자들이 뭐가 좋다고 빨대에게 매달리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기자 출신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기자 출신인 박영흠 교수는 특히 “검언유착이라고 하는데, 검찰과 언론이 유착돼 있다고 하지만, 언론은 검찰의 수평적이고 동등한 관계로 유착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검찰의 하위 파트너로 종속돼 있다”며 “제도로서의 검찰과 언론관계까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검사와 기자가 만나면 둘의 관계는 사실상 ‘갑을관계’에 가깝다”고 봤다.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검사가 ‘갑’이고, 정보에 목마른 기자가 ‘을’이라는 애기다.

박영흠 교수는 “기자들이 검사들에게 ‘제발 정보를 달라’고 매달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 기자들도 그것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다”며 “그것은 검사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하는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박 교수는 “선진국 같은 경우는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법원의 소송기록도 제3자가 열람ㆍ복사할 수 있는 방법이 많고, 심지어 검찰의 수사정보까지도 부분적으로 공개하는 나라도 있다”며 “그에 비해서 한국의 검찰과 법원은 지나치게 정보공개에 대해서 보수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박영흠 교수는 “물론 개인정보보호라는 중요한 명분이 있다. 충분이 일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통제 중심의 정보관리를 통해서 정보를 독점하는 것은, 외부의 감시를 피하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검찰과 법원의 욕망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분석했다.

기자 출신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박 교수는 “만약 검찰 수사기록과 법원의 소송기록을 제3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쉽게 투명하게 취득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다면, 기자들이 지금처럼 검사의 입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기록을 찾아서 방대한 기록 속에서, 파편화된 사실이 아니라 종합적인 진실, 맥락 등을 찾아내고 보도하는 지금보다 더 좋은 기사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흠 교수는 “물론 이러한 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진통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언론개혁은 누가 가장 강하게 타격하느냐 보다는, 누가 가장 정교하게 비판하느냐에 달려 있고, 언론의 아픈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마무리했다.

토론하는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세미나에는 황운하 의원이 환영사를 하고,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주민 의원이 축사를 했다.

국민의례
국민의례

이 자리에는 김승원 의원, 문정복 의원, 윤영덕 의원, 장경태 의원, 이정문 의원, 홍정민 의원 등이 참석해 경청하며 관심을 나타냈다.

축사하는 최강욱 의원<br>
축사하는 최강욱 의원

한편, 박영흠 교수는 세미나 자료집에서 “언론의 자유나 알권리 침해 논란을 일으키지 않고, 검찰과 언론의 유착 관행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은 투명한 정보공개 시스템 구축”이라며 “법원과 검찰의 정보공개가 지금보다 훨씬 투명하고 광범위한 수준으로 이뤄진다면, 기자들이 굳이 음성적으로 정보를 얻어야 할 유인도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토론하는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박 교수는 “한국은 가장 기본적이고 공식적인 판결문에 대한 접근을 위한 인프라조차 대단히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박영흠 교수는 특히 “기자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검사들과 ‘갑을관계’라 불릴 정도로 굴종적인 태도로 취재하며 정보를 건네주는 대가로 (검찰에) 우호적 기사를 써줘야 할 필요도 여기서 비롯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발언하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br>
발언하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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