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조례 시간에 수거해 종례시간에 돌려주는 A고등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이 헌법상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해당 학교장에게 일과시간 동안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ㆍ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학생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통신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하기를 권고했다고 4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A고등학교는 매일 오전 8시 20분에 휴대전화를 수거한 후 오후 8시 30분에 돌려주며, 공기계를 제출한 학생에게는 벌점을 부과한다.

취업특성화학교인 A고등학교의 특성상 전교생이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하고 있으며, 정규 수업은 오후 4시 20분경에 끝나지만 학생들은 방과 후 학교가 종료되는 오후 8시 30분경에 휴대전화를 돌려받을 수 있다.

학교는 지난 1월 수거한 휴대전화기가 공기계인지 검사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학생의 휴대전화를 동의 없이 일일이 켜보았다.

A고등학교 학생인 진정인은 “학교가 매일 아침 휴대전화를 수거, 일과 중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일체 금지해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학부모들이 일과시간 및 방과 후 학교 중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 금지를 요구해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며 지도하고 있다”며 “2019년 1학기 말 교사, 학부모, 학생의 의견을 수렴해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했고,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된 규정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기에 규정대로 담임교사가 학급 휴대전화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택배수령을 위한 통화 등 학생들의 요구가 있을 시 또는 수업 참여를 위한 사용은 언제든 허용해 상황에 따라 학생들의 입장에 맞추어 지도하고 있다”며 “휴대전화 사용 적발 시 바로 벌점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며, 구두 훈계 후 반복될 경우에 벌점을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위원장 이상철, 위원 문순회ㆍ이준일)는 “학교 내에서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전화나 메시지 등을 수신함으로써 소리, 진동 등이 발생함으로 인해 본인 및 다른 학생의 학습과 교사의 수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그러나 “휴대전화 사용제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현대 사회에서의 휴대전화는 단지 통신기기의 기능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인들 간의 상호작용을 증대시키고 활성화시켜 사회적 관계를 생성ㆍ유지ㆍ발전시키는 도구이자 각종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생활필수품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학교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로 희망자에 한해 수거하거나, 수업시간 중에만 사용을 제한하고 휴식시간 및 점심시간에는 사용을 허용하는 등 학생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그럼에도 학교에서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ㆍ사용을 전면적으로 제한하고 공기계를 제출한 학생에 대해 벌점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에 따른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일반적 행동의 자유 및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 등 전 구성원의 의견을 취합해 휴대전화 관련 학생생활규정 을 제ㆍ개정했고, 관련 규정에 의거해 휴대전화 사용 제한을 시행한 것이기에 정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는 형식적인 측면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것이지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실질적 정당성은 여전히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기본권 제한 기준 및 보장 원칙에 반해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휴대전화 사용 금지와 관련해 인권위는 올해 들어 OO중학교장, △△중학교장에게도 일과시간 동안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ㆍ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조치를 중단할 것, 학생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통신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현행 관련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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