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활동가 임자운 변호사가 19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에게 “안타깝기 짝이 없는 노릇”이라고 비판하고, 박주민 의원에게는 씁쓸해하면서 “박주민 이라는 이름과 지금 서 있는 자리에 걸맞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임자운 변호사

먼저 고민정 의원은 지난 13일 “제2의 삼성전자 핵심기술 유출 방지법”이라며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산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주민 의원은 “꼭 필요한 법안”이라며 “저도 입법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발 벗고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자운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고민정, 제2의 삼성보호법 사태, 그리고 박주민>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리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임자운 변호사는 “이번 산자위 국감에서 두 명의 국회의원이 ‘삼성전자’에 대해 말했다”며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삼성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와 삼성 임원의 국회 무단출입 건을 폭로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2016년에 있었던 ‘삼성전자 A 임원 사건’을 거론하며 ‘삼성전자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법’이 필요하다고 했고, 실제 동료 의원들과 함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임 변호사는 “언론의 주목은 류호정 의원이 받았지만, 고 의원의 발언 내용도 만만치 않았다”며 “전혀 다른 의미로 놀라웠다. 삼성 비판이냐 옹호냐는 관점의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팩트부터가 한참 잘못됐다”고 말했다.

임자운 변호사는 “고민정 의원의 발언과 이번 산기법 개정안의 구체적인 문제점은 링크된 입장문에 자세히 적혀 있다”며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의 “삼성전자 국가핵심기술 유출방지법(고민정 의원 대표발의)에 대한 입장”을 링크했다. ‘삼성보호법’을 더 강화하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규탄한다는 내용이다.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에는 건강한 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사단법인 오픈넷, 생명안전 시민넷, 일과건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임자운 변호사는 “고민정 의원이 ‘법률적 미비로’ 무죄판결 받은 사람이라 했던 삼성전자 A 임원 사건은 애초에 수사대상이 되어선 안 될 사람이었다”며 “고 의원이 ‘심각한 문제’라 했던 A에 대한 무죄판결은 당연한 결과였다”고 반박했다.

임 변호사는 “A는 삼성, 검찰, 언론에 의해 가혹한 마녀사냥을 당한 것이었다”며 “법원의 잇따른 무죄 판결과 2018년 뉴스타파/프레시안/KBS의 공동 기획보도에 의해 사건의 진상이 비교적 소상히 밝혀졌다. 하지만 지금껏 누구도, A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자운 변호사는 “그런 A를 고민정 의원이 다시 거론한 것이다. ‘이직 시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삼성의 핵심기술 자료 수십 개를 유출했음에도 ‘법률적 미비로’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이라고”라면서 “이 사건 판결문만 제대로 읽어 봤어도 결코 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고 고민정 의원을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판결문에 분명하게 적시돼 있지 않은가. A가 ‘이직을 준비하였음을 뒷받침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자료 반출은 ‘업무에 참고하기 위한 학습 목적일 뿐이었다’고”라면서 “고민정 의원은 당장 A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도 입장문에서 A임원 사건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고민정 의원은 삼성전자 A임원에게 사과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임자운 변호사

아울러 임자운 변호사는 “고민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삼성전자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법’(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도 문제가 심각하다”며 “삼성과 산업기술보호법의 오랜 특수관계에는 눈을 감았다”고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본래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방지하고 산업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을, 삼성은 자사의 기술 인력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했고(A임원 사건), 자사의 기술 탈취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했으며(핀펫 사건), 자사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문제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임자운 변호사는 “특히 삼성은 이 법을 이용해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문제를 은폐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급기야 법을 바꿔 버렸다”며 “작년 8월에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이 ‘삼성보호법’으로 불리는 이유다”라고 지목했다.

임 변호사는 “개정법의 내용이나 개정 과정 곳곳에, 삼성의 흔적들이 너무도 선명하다”며 “그 법에 찬성표를 던졌던 국회의원 15명이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들이 숨겨져 있었다’, ‘올바르게 다시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할 정도로 문제는 분명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박홍근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 2월 24일 국회 기자회견장(정론관)에서 ‘국민의 건강권 지키기 위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독소조항을 담은 산업기술보호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반성하는 목소리와 개정 의지를 담은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기자회견문에는 김종대, 김종훈, 박용진, 박정, 박홍근, 신창현, 심상정, 여영국, 우원식, 윤소하, 이정미, 이학영, 제윤경, 추혜선 의원 등이 이름을 올리며 참여했다. 강병원 의원은 이후에 동참의사를 밝혔다.

당시 우원식 의원은 “삼성에게 직업병 발병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 오랫동안 싸움을 지속해왔던 삼성반도체 공장의 피해자모임인 ‘반올림’에게 부끄럽다”고 사과하면서 ‘삼성보호법’으로 불리는 “산업기술보호법의 재개정”을 약속했다.

지난 2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소하 의원, 설명하는 임자운 변호사, 우원식 의원, 박홍근 의원<br>
지난 2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소하 의원, 설명하는 임자운 변호사, 우원식 의원, 박홍근 의원

이 자리에 임자운 변호사도 참석해 “국회에서 ‘삼성보호법’이라 불리는 산업기술보호법 통과에 황당하고 경악했다”면서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3월 5일 삼성만 보호하는 산업기술보호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소원 취지를 설명하는 임자운 변호사

다시 임자운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그런데 이번 (고민정 의원의) 산기법 개정안은 사실상 ‘더 강력한’ 삼성보호법을 주창하고 있다”며 “지난해 추가된 독소조항들은 모두 그대로 둔 채, ‘산업기술 침해행위’(제14조)의 새로운 유형으로 추가했다”고 비판했다.

“적법한 방법으로 대상 기관의 산업기술을 취득한 후 대상기관의 동의 없이 그 취득한 산업기술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제14조 1의2호).

임 변호사는 “산기법상 ‘산업기술 침해행위’(제14조)를 저지르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도 있으며, 침해행위가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정보수사기관으로부터 어떤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유 불문 ‘대상기관의 동의 없는’ 기술 사용ㆍ공개 행위도 그러한 ‘침해행위’가 된다”며 “생명ㆍ건강권과 같은 더 중요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조항은 두지 않았다. 정확하게,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쌍수 들어 환영할 법”이라고 봤다.

임자운 변호사는 “올해 7월 국회의원 27명이 ‘국회 생명안전 포럼’을 창립해 ‘생명이 존중받고 안전이 최우선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할 때, 나는 창립식에 초대받아 ‘산업기술보호법’ 문제를 소상히 알렸다”며 “이번 산기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고민정, 오영환, 민형배 의원이 포럼의 회원들이다. 안타깝기 짝이 없는 노릇”이라고 씁쓸해했다.

헌법소원 취지를 설명하는 임자운 변호사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소원 취지를 설명하는 임자운 변호사

이와 함께 임자운 변호사는 민변 출신인 박주민 의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임자운 변호사는 “고민정 의원이 국감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다음 날 박주민 의원실 페북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며 박주민 의원실 페이스북 글을 링크했다.

“고민정 의원이 발의한 ‘삼성전자 기술유출 방지법’, 지금 꼭 필요합니다. 아주 시의적절한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2016년, 삼성전자의 핵심기술 47건이 유출된 사건이 있었는데, 관련 임원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정황은 의심이 가지만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술 유출 범죄는 구조적으로 고의성과 부정한 목적의 입증이 어려운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입법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발 벗고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박주민 의원실이 10월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박주민 의원실이 10월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임자운 변호사는 “박주민 의원은 ‘삼성전자 A 임원 사건’과 관련이 없지 않다. 2018년 국정감사 때, 법무부장관에게 질의를 하며 이 사건을 검찰이 객관의무를 위반한 대표 사례로 꼽았었다. 수사 과정에서 A가 계속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들을 제시하며 조사를 요구했지만, 검찰이 전부 묵살했다고 했다”며 당시 국정감사에서 박주민 의원의 질의 동영상을 링크했다.

임 변호사는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A임원 무죄판결이 ‘심각한 문제’라는 동료 의원의 발언을 적극 옹호하고 나선 것”이라고 의아해했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에 질의하는 박주민 의원
2018년 국정감사에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에 질의하는 박주민 의원

임자운 변호사는 “지난 9월 박 의원이 ‘KBS 저리톡(저널리즘 토크쇼J)’ 녹화에 나왔을 때, 나는 녹화장에서 산업기술보호법 문제를 거론했었다. 이 법이 왜 ‘삼성보호법’인지 설명했고, 이 법이 개정될 때 박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음을 지적했다. ‘내용 모르고 찬성하신 것 같다, 국회 안에서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하면 이처럼 아주 나쁜 법도 아무도 모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었다”며 “그 말을 묵묵히 들었던 그였는데, 이번에는 또 ‘삼성전자 기술유출 방지법’이 꼭 필요하다고 한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임 변호사는 그러면서 “(박주민 의원이) 악의를 갖고 한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악의를 갖고 한 행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해해줄 마음도 없다”며 “박주민 이라는 이름과 지금 서 있는 자리에 걸맞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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