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취지의 소송을 대리하다가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부터 “동료 변호사가 받을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소송을 진행하는 건 변호사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받은 A변호사가 이찬희 변협회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으나 패소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사건은 이렇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모 기업 B대표로부터 형사사건을 위임받고 수임계약을 체결했으나, 변호사보수 중 잔금 명목의 1790만원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잔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B대표는 A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했다. A변호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5다200111)에 기초해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취지의 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에 관하여 체결된 성공보수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수사ㆍ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A변호사가 대리한 사건의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잔금 지급 약정이 판결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성공보수약정에 해당해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는 이유로 청구 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좌측부터 서울변호사회 이용우 인권이사, 김시목 법제이사, 조태진 변호사, 최두영 변호사, 김득환 서울변호사회 법제위원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상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한 법률신문 기자<br>
좌측부터 서울변호사회 이용우 인권이사, 김시목 법제이사, 조태진 변호사, 최두영 변호사, 김득환 서울변호사회 법제위원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상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한 법률신문 기자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는 2019년 12월 19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형사 성공보수의 일률적 무효화에 따른 문제와 바람직한 대안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축사에서 ‘형사사건에 관해 체결된 성공보수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라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판했다.

또한 이찬희 변협회장은 “(변호사) 동료를 상대로 형사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을 지지하는 변론활동을 하는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변호사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동료 변호사가 받을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소송을 진행하는 변호사회 임원은 변호사회 임원으로서의 자격뿐만 아니라 변호사의 자격이 없다고 협회장으로서 확신하고 있다”, “도대체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은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에 대해, 어떠한 신념으로 변호사회 임원이 그런 소송을 대리하는 지에 대해서 아주 참담한 심정이다”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축사하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본지는 이 심포지엄을 취재해 <이찬희 변협회장 “동료 상대로 성공보수 약정 무효소송 대리, 변호사자격 없다”>, <이찬희 변협회장, 대법원의 변호사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판결 성토>라는 제목으로 2개의 기사를 보도했다.

심포지엄 며칠 뒤 이찬희 변협회장은 페이스북에 “동료 변호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죄책감이라면 저도 인연을 쉽게 끊겠지만, 형사성공보수약정이 무효라는 본인의 신념을 유지하고 싶어서라면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드네요ㅜㅜ”라는 글을 적었다.

그런데 B대표와 A변호사가 지난 1월 이찬희 변협회장,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 그리고 본지를 상대로 “이찬희 변협회장의 심포지엄 발언 및 SNS 게시물, 본지의 기사,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대법원에 의견서 제출 행위는 모두 위법하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인격권 침해 및 재판개입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A변호사 등은 “이찬희 변협회장의 발언과 본지 기사가 정당한 변론활동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변호사로서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는 등으로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찬희 변협회장이 SNS에 올린 글 삭제, 본지를 상대로는 이찬희 변협회장 기사 삭제를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재판장 이승련 부장판사)는 지난 5월 13일 A변호사 등의 신청을 모두 기각 결정하며 패소 판결했다.

그러자 A변호사 등이 항고했으나, 서울고등법원 제25-2민사부(재판장 윤준 부장판사)는 10월 13일 A변호사 등이 신청한 ‘인격권 침해 및 재판개입 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 결정하며 패소 판결했다.

판결 요지부터 말하자면 이찬희 변협회장의 발언은 변호사윤리장전을 위반하지 않았고, 이에 페이스북 글을 삭제할 필요가 없으며, 아울러 이찬희 변협회장의 발언을 보도한 본지 기사도 삭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A변호사는 “이찬희 변협회장이 변호사윤리장전 중 윤리규약 제10조 제2항을 위반해 대상사건(잔금 사건)에 개입하고, 이에 대해 경솔하게 비판했다”고 주장했다. 2항은 ‘변호사는 수임하지 않은 사건에 개입하지 아니하고, 그에 대한 경솔한 비판을 삼간다’고 규정하고 있다.

A변호사는 “이찬희 행위는 위법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징계사유이고,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변론권을 침해하는 민법상 불법행위가 명백하며, 금전배상을 명하는 것만으로는 인격권 등의 침해에 따른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어려우므로 권리구제를 위해 가처분신청이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A변호사는 “이찬희가 진정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변경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자 했다면 공청회를 여는 등의 활동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만 인신공격을 가할 뿐”이라며 “이찬희의 행위들은 징계사유에도 해당하는 선별적 변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발언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발언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재판부는 먼저 “이찬희가 작성한 페이스북 게시물의 문구 및 기사에 게재된 이찬희의 발언 내용은 A변호사가 ‘변호사를 상대로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취지로 변론활동을 한다’라는 사실을 암시하면서, ‘변호사의 자격이 없다’거나 ‘참담한 심정’이라는 등으로 그에 관한 비판적인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와 같은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한 것이 A변호사 등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시킬 만한 내용인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A변호사가 대상사건(잔금 사건) 원심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에 기초해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한 것은 사실인 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법조인들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견해를 가질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표현 내용들이 진실이 아니거나 A변호사 등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달리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이찬희 변협회장이 변호사윤리장전을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찬희의 발언이나 페이스북 게시물이 대상사건(잔금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은 점, 페이스북 게시물 혹은 기사로 인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 또는 A변호사의 변론권이 침해됐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찬희가 변호사윤리장전 규정을 위반해 대상사건에 개입했다거나 그에 대해 비판한 것을 넘어 A변호사 등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며 일축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의 페이스북 게시물과 본지 기사 삭제를 구하는 신청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A변호사는 “본지 기사로 인해 피해를 입었으므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기해 반론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는바 언론중재법상 반론보도청구권은 이 사건 가처분신청의 피보전권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본지가 기사에서 ‘동료 변호사를 상대로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을 지지하는 변론활동을 하는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변호사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이찬희의 발언 내용을 게재하면서,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이찬희가 ‘그런 파렴치한 주장을 하는 사람하고는 단 한 순간도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는 내용을 추가해 게재한 사실은 기록상 소명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말하고 단순히 주관적으로 명예감정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 것으로서(대법원 판결) 기사에 게재된 이찬희의 발언 내용만으로는 A변호사 등이 주관적으로 명예감정이 침해된 것에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라고 단정하기는 부족하고, 달리 다른 법익을 침해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A변호사 등이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 등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언론중재법 제16조의 반론보도청구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각했다.

◆ “언론의 자유 침해 안 돼…언론중재법상 반론보도청구권 인정에 한계 있어야”

한편, 재판부는 언론중재법 제16조 제1항을 짚었다. 이 조항은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 등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그 보도 내용에 관한 반론보도를 언론사 등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언론중재법상의 반론보도청구권은 보도 내용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가 그 보도 내용에 관한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는 언론의 보도가 개인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내용인 경우에 여론 형성에 미치는 언론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한 개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하고 대등하게 방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도입된 권리이나, 다른 한편으로 반론보도청구권으로 인해 언론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되므로 반론보도청구권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일정한 한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더해 언론중재법이 언론보도로 인해 침해되는 ‘명예 또는 권리나 그 밖의 법익’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이를 구제하기 위해 제정된 법(언론중재법 제1조)이란 점을 감안하면, 언론중재법 제16조에서 규정한 반론보도청구권은 그 문언에 충실하게, 사실적 주장에 개별적으로 관련되고 그로 인하여 명예나 신용등과 같은 권리 또는 법익의 침해(피해)를 입은 자에 한하여 인정되는 권리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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