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원공무원들이 16일 검찰을 향해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서울고등법원)에 검사들이 상주하는 ‘공판검사실’을 당장 퇴거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용관 법원본부 사무처장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치는 법원공무원들

기소하는 검사와 재판하는 판사가 한 곳에 근무하면 재판유착 의혹을 받을 수 있고,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어, 결국 사법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울고법에 상주하는 검사들은 서울중앙법원 청사 전역을, 마음만 먹으면 판사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어서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이용관 법원본부 사무처장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 법원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있는 서울법원종합청사 중앙계단 앞에서 ‘재판유착 의혹 해소를 위한 법원 내 공판검사실 퇴거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본부장 이인섭)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서울고등법원 내에서 검사들이 상주하는 공판검사실 일부
서울고등법원 내에서 검사들이 상주하는 공판검사실 일부

서울고등법원 12층에는 검사들이 상주하는 ‘공판검사실’이 있어 법원공무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 따르면 서울고법 내 ‘공판검사실’에는 상주하는 검사가 10명이고, 심지어 수사관, 실무관, 사무원 등 20여명의 검찰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실제로 검찰의 한 개 ‘과’가 입주한 상태라고 한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서울중앙지부 정민형 조직부장과 방희주 총무부장

법원공무원들은 이 자리에서 “검찰은 당장 법원에서 퇴거하라!!!”는 기자회견문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회견문은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 정민형 조직부장과 방희주 총무부장이 낭독했다.

법원본부는 “법원과 검찰은 마땅히 떨어져 있어야 할 두 기관”이라며 “그러나 지금 기소기관과 판단기관이 서울법원종합청사 12층에 함께 유착돼 한통속으로 의심받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서울중앙지부 정민형 조직부장

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지금 당장 서울고등법원에서 공판검사실을 철수할 것을 조합원의 이름으로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법원본부는 “첫째, 과거 전국적으로 존재했던 공판검사실에서 판사ㆍ검사가 함께 사담을 나누고 재판을 논의하는 등 재판 신뢰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며 “그래서 전국 법원에 있었던 검찰공판실은 대부분 철수했으나, 유독 서울고등법원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서울중앙지부 정민형 조직부장

법원본부는 “서울법원종합청사는 국가의 중대사건이 다루어지는 중요법원으로서 전 국민이 주목하고 있는 공간”이라며 “이러한 공간에 아직까지도 버젓이 공판검사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상식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서울중앙지부 정민형 조직부장

법원본부는 “둘째, 서울고등법원에 입주한 공판검사실은 단순히 검사가 재판을 준비하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서울고법에 입주한 공판검사실은 검찰건물처럼 사용되고 있다. 상주하는 검사만 10명에 달하고, 20여명의 검찰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실제로 검찰의 한 개 ‘과’가 입주한 상태”라고 밝혔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서울중앙지부 정민형 조직부장과 방희주 총무부장, 이상원 서울부본부장, 김광준 서울중앙지부장

법원본부는 “이들은 검찰청으로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으로 출근을 하고, 법원내 안내판들도 모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표시해 놓고 있어, 일반인들은 여기가 법원인지 검찰청인지 알 수 없을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서울중앙지부 정민형 조직부장

법원본부는 “셋째, 유착 의혹이다. 지난해 노동조합의 문제제기로 서울고등법원 측에서 출입을 일부 제한하는 조치를 했다”며 “그러나 여전히 검사들은 서울중앙법원 청사 전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며, 여기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판사실도 포함된다.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고 노동조합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지목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서울중앙지부 정민형 조직부장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는 “2019년 3월 25일 공판검사실 철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에 지난해 대검찰청, 서울고등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이 문제가 논의되는 등 투쟁의 성과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서울중앙지부 정민형 조직부장과 방희주 총무부장

법원본부는 “(당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부적절한 법원 상주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고 결론이 났다”며 “법무부는 이에 국회에 조치사항을 보고하기로 했으나, 1년이 지난 오늘 까지도 법무부가 이 문제를 국회에 보고했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검찰은, 국회의 요구마저도 깡그리 무시해도 된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서울중앙지부 방희주 총무부장

법원본부는 “지난해 우리 노동조합과 서울고등법원의 퇴거요청 공문에 대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부지 소유권 문제를 언급하면서 퇴거요청 불가라는 답변을 보내 왔다”고 말했다.

본부는 “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이다. 이후 윤석열 지검장이 검찰총장이 되면서 중앙지검장으로서 보낸 퇴거불가 공문에 대해 검찰에서 선뜻 번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짚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서울중앙지부 정민형 조직부장과 방희주 총무부장, 이상원 서울부본부장, 김광준 서울중앙지부장

법원본부는 “오는 10월 19일과 20일에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등법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된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지난해 조치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도,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를 일삼는 검찰을 향해 국민의 뜻으로 준엄하게 꾸짖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서울중앙지부 방희주 총무부장

법원본부는 “지금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검찰개혁이 시대의 요구사항이 되었고, 법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과 법원이 한 건물에서 근무를 한다는 것을 이해 할 국민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직시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서울중앙지부 정민형 조직부장과 방희주 총무부장

법원본부는 “노동조합은 검찰이 법원에서 완전한 철수를 할 때까지 강고한 투쟁을 이어 갈 것”이라며 “법무부 항의방문, 검찰청 항의방문을 예정하고 있고, 대국민 선전투쟁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법원본부는 그러면서 “검찰은 더 이상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를 중단하고 국민적 신뢰를 잃는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검찰은 당장 법원에서 퇴거하라!!”고 촉구했다.

경과보고하는 백장수 서울중앙지부 사무국장<br>
백장수 서울중앙지부 사무국장이 법원본부의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법원본부는 부적절한 유착관계 의혹에 있는 검찰청 공판2부 퇴거 요청에 대한 향후 계획이라며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항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법원본부는 특히 “비상 대의원대회 및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퇴거 촉구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고 밝히며, 검찰의 퇴거를 압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원공무원들은 사회를 진행한 이용관 법원본부 사무처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사법신뢰 훼손한다, 공판검사실 퇴거하라”

“검찰은 지금 당장 법원에서 퇴거하라”

또한 법원본부는 다음과 같이 적힌 대형 표지판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법원과 검찰의 유착의혹으로 사라진 공판검사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기에만 있습니다”

“법원에서 검사가 근무하는 것이 정상입니까? 검찰은 당장 법원에서 퇴거하라!”

“기소하는 검사와 재판하는 판사가 한 곳에 근무하는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검찰은 법원청사 안에 있는 공판실에서 당장 퇴거하라!”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이용관 법원보부 사무처장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이용관 법원본부 사무처장

앞서 법원본부는 2019년 3월에도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앞에서 “재판유착 의혹 해소를 위한 법원 내 공판검사실 퇴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어, 이번 두 번째 기자회견이 검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기자회견에는 이상원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서울부본부장, 김광준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장, 이미자 법원본부 조직쟁의국장,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 백장수 사무국장, 정민형 조직부장, 방희주 총무부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민주노총 최은철 서울본부장도 참여해 연대발언을 하며 힘을 보탰다.

좌측부터 방희주 서울중앙지부 총무부장, 이상원 법원본부 서울부본부장, 김광준 서울중앙지부장,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백장수 서울중앙지부 사무국장
좌측부터 방희주 서울중앙지부 총무부장, 이상원 법원본부 서울부본부장, 김광준 서울중앙지부장,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백장수 서울중앙지부 사무국장

한편, 이인섭 법원본부장은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공무원ㆍ교원의 정치기본권 쟁취를 위한 10만 입법청원 현장순회가 있어 기자회견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