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원공무원들이 16일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서울고등법원)에 검사들이 상주하는 ‘공판검사실’ 퇴거를 검찰에 강력히 촉구하면서, 응하지 않을 경우 대검찰청 항의방문과 대규모 집회 등을 예고했다.
특히 작년에도 공판검사실 퇴거를 요구했던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이 검찰에 이번에는 무조건 방을 빼라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 법원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있는 서울법원종합청사 중앙계단 앞에서 ‘재판유착 의혹 해소를 위한 법원 내 공판검사실 퇴거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법원본부(본원노조)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본부장 이인섭)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들을 대표하는 단체다.
서울고등법원 12층에는 검사들이 상주하는 ‘공판검사실’이 있어, 법원공무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법원공무원들은 기소하는 검사와 재판하는 판사가 같은 건물 내에서 근무하면 재판유착 의혹을 받을 수 있고,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어, 결국 사법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법원본부에 따르면 서울고법 12층 ‘공판검사실’에는 상주하는 검사가 10명이 있다. 심지어 수사관, 실무관, 사무원 등 20여명의 검찰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실제로 검찰의 한 개 ‘과’가 입주한 상태와 같다고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 백장수 사무국장이 ‘공판검사실 철수 요청’ 관련해 경과보고를 했다. 특히 검찰이 퇴거에 불응할 경우에 대한 향후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히며 검찰을 압박했다.
법원 내 ‘공판검사실’ 논란은 법원본부 조합원들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백장수 사무국장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실시된 법원본부 조합원 현장경청순회를 할 때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근무하는 서울중앙지부 조합원들의 의견으로 서관(서울고등법원) 12층에 상주하는 공판검사실에 대한 퇴거를 요구하는 서면을 취합했다.
2018년 3월 26 법원본부 설립신고 이후에 단체교섭안 확정 과정에서 각급법원별 단체교섭 요구안으로 ‘공판검사실 철수’를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검사의 판사실 출입이 의심되는 다수의 증언을 확보했다.
백장수 국장은 또한 서울고등법원이 현재까지 관할 부처인 법무부와 서울고등검찰청에 대한 공판검사실 철수 요청 공문 내역을 보고했다.
먼저 2019년 4월 1일 서울고등법원이 법원행정처에 서울법원종합청사 내 공판1부 검사실 상주 관련 검토 의뢰를 했다. 그리고 4월 22일 서울고법은 법무부에 대해 서울법원종합청사 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판1부 검사실 이전에 관한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2019년 5월 20일 회신 미 도착으로 서울고등법원이 법무부에 대해 서울법원종합청사 내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 검사실 이전에 관한 협조요청 공문을 재 발송했다.
그런데 2019년 6월 26일 또 회신 미 도착으로 서울고법이 법무부와 서울고검에 대해 서울법원종합청사 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판1부 검사실 이전에 관한 협조요청 공문을 다시 발송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백장수 국장은 ‘국정감사 시 조치 미보고’ 문제도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2019년 10월 7일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채의배 의원의 질의가 있었다. 그리고 그해 10월 14일 서울고등법원 국정감사에서도 채의배 의원의 질의가 있었다.
백장수 국장은 “(당시) 검찰은 법무부 국정감사 종료 전까지 공판검사실 철수 이전에 관한 조치사항 보고하기로 보고했다”며 “그러나 검찰청과 법무부는 2020년 현재까지도 조치사항에 대해 미보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법원공무원노조는 향후 계획까기 공표해 주목된다.
백장수 서울중앙지부 사무국장은 “향후 부적절한 유착관계 의혹에 있는 검찰청 공판2부 퇴거 요청에 대한 향후 계획”이라며 “먼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항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대국민 선전활동 언론 선전전이 있다”고 했다. 백장수 국장은 특히 “다음으로 (법원본부) 비상 대의원대회 및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퇴거 촉구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고 예고하며, 검찰의 퇴거를 압박했다.
앞서 법원본부는 2019년 3월에도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앞에서 “재판유착 의혹 해소를 위한 법원 내 공판검사실 퇴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어, 이번 두 번째 기자회견이 검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당시 검찰이 사용 중인 공간은 서울고등법원 12층 공판1부 부장검사실 및 검사실 3곳, 기록열람ㆍ등사실 1곳, 창고 1곳 등 약 410㎡(약 124평) 이외에, 4층에는 탈의실도 추가로 사용 중이라고 했다.
이에 법원본부는 당시에도 검찰에 즉각적인 철수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백장수 국장이 경과보고를 한 것처럼 검찰의 비협조로 지금까지 시간만 흘러왔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법원공무원들은 사회를 진행한 이용관 법원본부 사무처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사법신뢰 훼손한다, 공판검사실 퇴거하라”
“검찰은 지금 당장 법원에서 퇴거하라”
이 자리에는 이상원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서울부본부장, 김광준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장, 이미자 법원본부 조직쟁의국장,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 백장수 사무국장, 정민형 조직부장, 방희주 총무부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민주노총 최은철 서울본부장도 참여해 연대발언을 하며 힘을 보탰다.
한편, 이인섭 법원본부장은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기본권 쟁취를 위한 10만 입법청원 현장순회가 있어 기자회견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기자회견에서 법원본부는 다음과 같이 적힌 대형 표지판을 내걸고 진행했다.
“법원과 검찰의 유착의혹으로 사라진 공판검사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기에만 있습니다”
“법원에서 검사가 근무하는 것이 정상입니까? 검찰은 당장 법원에서 퇴거하라!”
“기소하는 검사와 재판하는 판사가 한 곳에 근무하는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검찰은 법원청사 안에 있는 공판실에서 당장 퇴거하라!”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