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월 8일 자신이 당한 문제의 진실을 말하거나 고발해도 오히려 검찰수사라는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 형사처벌까지 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해를 짚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폐지를 촉구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br>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단법인 오픈넷과 사단법인 두루는 이날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위헌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 사회는 이선민 변호사(두루)가 진행했다.

좌측부터 이상현 변호사(두루),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이명선 기자(진실탐사그룹 셜록), 이선민 변호사(두루),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 엄선희 변호사(두루), 손지원 변호사(오픈넷)

이 자리에는 공익변호사로 활동하는 손지원 변호사(오픈넷), 이상현 변호사(두루), 엄선희 변호사(두루), 그리고 이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청구인 이명선 기자(진실탐사그룹 셜록)와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가 참석했다.

오픈넷 이사로서 기자회견에 발언자로 나온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진실유포죄’라는 말이 많이 나왔는데, 제가 2012년에 쓴 책 제목이 ‘진실유포죄’다. 거기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할애돼 있으니까 여러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 교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이런 폐지를 원하는 열화와 같은 촉구에 대해서, 많은 분들은 ‘형법 제310조에 오로지 공익을 위한 발언들은 전부 구제가 되니까, 이런 고발 발언들은 그것을 통해서 하면 되지 않는냐’고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10조(위법성의 조각)는 “307조 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선민 변호사,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교수는 “하지만 이미 법원에서, 진실된 임금체불을 고발했다가 대법원에서 명예훼손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사례, 또 가해자가 유죄판결을 받은 폭행사실을 인터넷에 고발했다고 대법원에서 명예훼손죄로 확정 판결을 받은 사례 등 많은 사례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실제로 ‘오로지 공익을 위하면 형사처벌에서 면제된다’라는 (형법 제310조) 조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좌측부터 이상현 변호사(두루),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이명선 기자(진실탐사그룹 셜록), 이선민 변호사(두루),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 엄선희 변호사(두루), 손지원 변호사(오픈넷)

박경신 교수는 “그리고 한국 검찰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수사 권한에 비춰봤을 때, 일단 수사가 시작됐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결국은 공익으로 공익성 발언으로 인정될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자기의 인생과 영혼이 털려야 되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결국은 무고한 발언으로 검찰 수사라는 엄청난 피해를 당해야 되는지, 이 부분을 헌법재판소에서 꼭 경험적인 통계들과 함께 살펴봐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교수는 “실제로 공익을 위한 발언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래도 문제다. 다원주의적인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익을 위한 발언이면 괜찮고, 공익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곧바로 형사처벌이다”며 “이것은 각 개인들이 그리고 국민들이 윤리적인 토론 그리고 자신 스스로에 대한 평가, 동료들 간의 토론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교수는 “어떤 발언들은 공익에 맞지 않지만 형사처벌에서 면제될 수 있는 발언들이 틀림없이 있는 것”이라며 “항상 사람들이 발언할 때, 이것이 국민 대다수가 생각하는 공익에 취합해야만 형사처벌에서 피할 수 있다? 이게 얼마나 답답한 사회이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공산주의 사회도 아니고, 공산주의 사회라면 당 조직을 통해서 퍼트려진 어떤 인민 대다수가 정한 공익적 가치에 맞지 않으면 다 처벌한다”며 “하지만 여기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다”라고 답답해했다.

박경신 교수는 “처벌 받지 않는 발언 중에도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타인의 윤리적인 도덕적인 평가를 받아볼 기회가 보장돼야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언하는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 교수는 잘 알려진 교수를 거론하면서 “공익을 입증하지 않아도 진실을 말하는 것은 좋다고 하지만,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그런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진실이라도 처벌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한다”며 “그렇다면 법이 바뀌어야 된다.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을 처벌하는 법을 따로 만들든지 해야 된다”고 반박했다.

박경신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거의 모든 범죄는 비밀스럽게 진행된다”며 “누가 범죄를 백주대로에 저지르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 교수는 “결국은 모든 타인의 평가와 비판이 필요한 행위들은 항상 사적으로 보호되는 공간 속에서 이뤄지기 마련”이라며 “그런데 평판을 보호하는 (형법 제307조) 조항을 가지고 그것을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겠다고 하면, 앞으로도 계속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아, 이것은 나의 사생활이다’라는 이유로 타인의 고발과 타인의 평가를 회피할 수 있는 그런 해악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경신 교수는 “오늘 사단법인 오픈넷과 두루만 이 자리에 나왔으나, 이 외에도 대한변호사협회를 포함해 많은 단체들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에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희가 헌법소원을 추가로 접수하고, 헌법재판소에 결정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급하게 저희들만 나오게 됐다. 여기 얘기들을 자세히 전달해 달라”고 호소했다.

좌측부터 이상현 변호사(두루),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이명선 기자(진실탐사그룹 셜록), 이선민 변호사(두루),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 엄선희 변호사(두루), 손지원 변호사(오픈넷)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10일 대심판정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담긴 형법 제307조 1항 위헌확인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어, 청구인 및 이해관계인의 변론과 참고인 진술을 들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해당 조항을 폐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2018년 4월에는 법학 교수 및 변호사 등 법률가 330인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촉구하는 법률가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좌측 아래부터 손지원 변호사, 이찬희 변협회장, 이수진 의원, 정춘숙 의원, 황상기 교수, 윤해성 선임연구위원, 좌측 위에는 정성민 판사, 장철준 교수, 김한규 변호사, 대한변협 왕미양 사무총장, 이충윤 대변인

특히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판사 출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동작을), 사단법인 오픈넷(이사장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과 함께 지난 7월 28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의 균형적 보호를 위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개정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손지원 변호사

이 자리에서 주제 발제자 손지원 변호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법익균형성을 위반하고 있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손 변호사는 형법과 정보통신망 명예훼손죄 조항에서 ‘사실의 적시’를 ‘타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을 적시’로 개정하고, 또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징역형을 폐지하고,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상현 변호사와 손지원 변호사가 사실적시 명예훼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하러 헌법재판소 별관으로 가고 있다.
이상현 변호사와 손지원 변호사가 사실적시 명예훼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하러 헌법재판소 별관으로 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상현 변호사, 손지원 변호사는 청구인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와 함께 헌법재판소에 사실적시 명예훼손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상현 변호사와 손지원 변호사가 사실적시 명예훼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하러 헌법재판소 별관으로 가고 있다.
이상현 변호사와 손지원 변호사가 사실적시 명예훼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하러 헌법재판소 별관으로 가고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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