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헌재가 주요사안에 대한 재판을 과도하게 지연하면서 장기미제 사건들이 누적돼 가는 것에 대한 질타가 쏟아진 가운데,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건도 적시처리사건으로 선정해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8일 국회에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헌재가 오랜 기간 재판을 지연시키다가 사실상 소의 이익이 없어진 후에야 결정이 내려진 사건들을 예로 들며, “어떤 이유로든 재판을 과도하게 지연시키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과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헌재가 헌법이 위임한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병철 의원은 “헌재에서 운영 중인 ‘적시처리사건 선정 및 처리절차에 관한 지침’상의 기준대로 ‘사건처리가 지연될 경우 사회 전체의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염려가 있는 사건’들은 적시처리사건으로 선정해서 신속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 동안 헌재가 적시처리사건으로 선정했던 22건 중 15건이 8개월 이내에 처리된 점을 언급했다.

소 의원은 그러면서 “공수처법 위헌 여부 소송도 적시처리사건으로 선정해 조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재판부에 잘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2015년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농님 백남기 씨에게 물대포를 일직선 형태로 살수한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피해자가 물대포에 쓰러져 사망한 지 3년 7개월 지난 후다.

소병철 의원은 “그러나 위 사건이 일어나기 4년 전인 2011년 한미 FTA반대집회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경찰의 물대포 발사로 인해 피해를 입고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나, 헌재는 그 때도 3년 7개월이나 판단을 미루다 물대포 직사로 인한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며 “그로부터 1년 후 고(故) 백남기 씨가 물대포에 생명을 잃은 것”이라고 짚었다.

소 의원에 따르면 2018년에 군 영창제도에 대해 영장주의 위반을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에 제청된 바 있으나, 헌재는 2년 가까이 시간을 끌다가 올해 2월 국회에서 영창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이 통과되고 나서 9월에서야 뒤늦게 위헌결정을 내려 비판을 받았다.

이 외에도 헌법재판소의 장기미제 사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소병철 의원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건접수 후 2년이 경과한 사건 장기미제사건은 2011년 43건(5.4%)이던 것이 점점 증가해 지난 8월말 기준으로 202건(15.2%)을 기록하고 있다.

소 의원은 “이러한 재판 지연이 반복돼 국민들 부담이 가중된다면, 재판지연보상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2011년 재판 지연으로 상당한 기간 내에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경우 손실을 보상하도록 하는 ‘지연된 재판절차와 형사수사절차에서의 권리보호에 관한 법률’(재판지연보상법)을 발효시켰으며, 독인 연방 헌법재판소는 실제 헌법소원 절차가 과도하게 지연된 것을 이유로 당사자에게 손실보상을 한 사례도 있다.

소병철 의원은 “헌법소원의 쟁점이 복잡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재판 절차가 너무 지연된 나머지 당사자가 사망하거나 문제가 해결돼 재판의 이익이 없어진 연후에야 결정이 난다면, 이는 재판의 본래 역할인 권리구제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모두 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 의원은 “헌재는 국민이 위임한 헌법질서 수호자의 역할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과도한 재판 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도 검토해봐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소병철 의원은 또한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회의에 참석해 인사나 예결산 등 주요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갖게 되므로 국정감사를 통해 수렴된 민의가 전달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경우엔 국회에 출석하는 사무처장이 재판관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 보니 헌재를 운영하는 과정에 민의가 전달될 통로가 없다”며 “법률개정을 통해서라도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