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민국 첫 시각장애인 변호사, 김재왕 변호사가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관련 법조토론회에서 장혜영 의원의 차별금지법안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법 시안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혹평하는 쓴소리를 쏟아낸 김 변호사는 특히 “솔직히 말씀드리면 내용이 없는 법에 대해서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돌직구 발언에 토론회장은 웃음이 터졌다. 이 웃음의 의미는 입법 과정에서 귀담아야 할 대목이다.

대한민국 첫 시각장애 변호사인 김재왕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9월 24일 오후 2시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위한 법조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는 후원하며 관심을 나타냈다.

좌측부터 조수진 변호사, 이용우 변호사, 정영훈 변호사, 홍성수 교수, 김진 변호사, 박종우 서울변호사회장, 김도형 민변 회장, 이찬희 대한변협회장, 신현호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 김재왕 변호사, 한상희 교수, 류하경 변호사, 차혜령 변호사
좌측부터 조수진 변호사, 이용우 변호사, 정영훈 변호사, 홍성수 교수, 김진 변호사, 박종우 서울변호사회장, 김도형 민변 회장, 이찬희 대한변협회장, 신현호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 김재왕 변호사, 한상희 교수, 류하경 변호사, 차혜령 변호사

현재 두 가지 차별금지법(안)이 제출돼 있다. 하나는 국회에 제출된 차별금지법안(장혜영 의원 등)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시안(평등법 시안)이다.

토론회 자리에서 민변 김도형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이찬희 변협회장과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축사를 했다.

김도형 민변 회장<br>
김도형 민변 회장

토론회 사회는 민변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가 맡았고, 좌장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 신현호 변호사가 진행했다.

토론회를 진행하는 좌장 신현호 변호사<br>
토론회를 진행하는 좌장 신현호 변호사

발제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헌법상 기본권과 차별금지법’을 주제로 발표했고,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차별금지법의 주요 쟁점 중 ’차별금지사유’에 대해 발표했고, 조혜인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가 차별금지법의 주요 쟁점 중 ‘영역별 차별금지 및 예방조치, 차별의 구제’에 대해 발표했다.

지정토론자로는 차혜령 변호사(민변 여성인권위원회)가 ‘성차별의 관점에서’, 김진 외국변호사(사단법인 두루, 민변 국제연대위원회)가 ‘인종차별의 관점에서’, 김재왕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가 ‘장애차별의 관점에서’, 류하경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법률사무소 휴먼)가 ‘고용차별의 관점에서’에 대해 토론했다.

토론자로  마이크를 잡은 김재왕 변호사는 먼저 장혜영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차별금지법 제10조 제4호를 지적했다.

토론하는 김재왕 변호사

김 변호사는 “이 조항은 단서로서 채용 전 직무상 필요가 있으면 채용 전이라도 신체검사, 건강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개별적 차별금지법인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이미 제12조에서 채용 전 신체검사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래서 (장혜영 의원 안은) 개별적 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한 내용보다 약간 후퇴한 내용이어서 이 조항의 단서 내용은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처럼 직무상 필요가 있더라도, 채용 전에 건강정보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채용 이후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권리구제 수단과 관련해 김재왕 변호사는 “(2007년 4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됨으로써 가졌던 의의는 세 가지 정도였다”며 “하나는 차별 개념의 확장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기존에 있던 차별의 개념이 직접차별과 간접차별 정도였는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서 정당한 편의제공거부, 광고에 의한 차별(차별조장광고), 괴롭힘에 의한 것도 차별의 영역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첫 시각장애 변호사인 김재왕 변호사

김 변호사는 “특히 사적 주체에게까지도 편의제공의무를 부과하도록 한 정당한 편의제공거부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됨으로써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사회생활에 참여하려면 장애를 보조할 수 있는 인적ㆍ물적 수단이 필요한데, 이런 것을 ‘정당한 편의’라고 한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전에는 이런 편의제공 주체에 대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상당부분 장애인이나 가족들이 부담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권리구제 수단으로 법무부 시정명령과 법원의 구제조치가 신설되고, 입증책임의 완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토론하는 김재왕 변호사

김재왕 변호사는 “장혜영 의원의 차별금지법이나 (국가인권위) 평등법 시안도 세 가지(차별 개념을 확장하고, 사적 주체에게 편의제공의무를 부과하며, 권리구제 수단 신설)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차별의 개념을 확장했다는 부분에서 괴롭힘과 광고에 의한 차별 등 이런 개념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기존 사람들이 흔히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차별이라고 느낄 수 있게끔 된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다만 저는 솔직히 차별금지법안들을 보면서 조금은 아쉬웠다”며 “왜냐하면 이 내용만 가지고는 실제로 (포괄적 차별금지) 법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실제로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이다”라고 짚었다.

토론하는 김재왕 변호사

김재왕 변호사는 “그 이유는 차별금지 두 법안(장혜영 의원안과 인권위 평등법 시안)에서 담고 있는 차별금지의무는 그냥 소극적인 부작위 의무다.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라며 “물론 (보편적 가치인 평등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기본법으로서 선언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권리구제의 측면에서 보면 기존에 있었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그리고 시정권고를 통한 권리구제에서, 그냥 이 법에 따라서 구제조치를 조금 더 할 수 있게 됐다는 정도 밖에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김재왕 변호사는 “그리고 구제조치가 얼마나 많이 되겠는가에 대해서도 조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두 법안 모두 몇 가지 부분에서 적극적인 작위의무를 규정한 내용들이 있는데, 이 역시도 조금은 부족하지 않나”라며 “사실 사용자에 대한 편의제공의무나, 방송서비스에 대한 편의제공의무는 대체로 장애와 관련된 내용이어서 지금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방송법의 내용에 따르게 될 경우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그 밖에 작위의무를 규정한 것은 참정권이나, 사법행정에서의 의무, 수사 및 재판 관련 기관의 의무인데 이것 역시도 사적 주체에게 어떤 의무를 부여했다기보다는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한다는 내용을 확인했다는 부분에서, 기존에 있었던 법과 내용을 확인하는 것 외에는 큰 의미는 없지 않은가”고 짚었다.

대한민국 첫 시각장애 변호사인 김재왕 변호사

김재왕 변호사는 그러면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장혜영 의원의 차별금지법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법 시안은) 내용이 없는 법에 대해서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쓴소리를 냈다.

김 변호사의 돌직구 발언에 토론회장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와 함께 김재왕 변호사는 “편의제공과 관련한 내용에서 많은 부분 편의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는데, 이 역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토론하는 김재왕 변호사

김 변호사는 “실제로 입법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많이 문제제기를 하기 때문에 사회의 의견이 법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런데 대통령령과 같이 정부에서 제정하는 단계가 되면, (시민사회에서) 아무리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정부가 (의무적으로) 안 들어도 되기 때문에 반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왕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같은 경우도 법에서는 사용자의 편의제공의무를 부여하고 있었지만, 결국에는 대통령령으로 위임된 단계적 범위에서 상시근로자 30인 이상인 사업장에게만 편의제공의무가 부여된 것과 같이 법의 적용대상과 범위가 제한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직시해줬다.

김 변호사는 “만약에 (장혜영 의원의 차별금지법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법 시안) 두 법안에서 무언가 반영돼야 할 내용이 있다면, 쉽게 대통령령으로 위임한다고 할 게 아니라, 몇 가지 예시라도 법안에 담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하는 김재왕 변호사

김재왕 변호사는 “특히 (국가인권위) 평등법 시안 같은 경우는 토지ㆍ주거 시설의 공급과 관련해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대상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금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 보다도 조금 후퇴한 내용이 아닌가 생각돼 수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법원의 구제조치와 관련해 김재왕 변호사는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나서 몇몇 사례에서 구제조치들이 있었다”며 “그런데 대부분은 정당한 편의제공거부와 관련된 내용의 구제조치였고, 이런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적용될 만한 직접차별과 관련한 구제조치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토론하는 김재왕 변호사

김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이후 (시행) 12년 동안 법원에서 유의미하게 구제조치에 대해 쟁점을 가지고 판단한 것은 7개 정도의 사례 밖에 없었다”며 “7개 중에서 5건은 인용되고, 2건은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정신장애인 보험 가입 거부 사건에서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3년 8월 거부가 장애인차별이라며 100만원 위자료를 인정했지만, 구제조치는 필요성이 없다며 기각했다. 2심 서울고법도 2016년 4월 위자료 500만원은 인정했지만 구제조치는 1심과 같이 기각했다.

또 ▲대학 교직원 보직 배제 사건(1차) ▲지적장애인 놀이기구 탑승 거부 사건 ▲대학교 직원 보직 사건(2차) ▲버스 승차 거부 사건 ▲시각장애인 놀이기구 탑승 거부 사건 ▲우체국 피한정후견인 거래 제한 사건 등 7건이다.

토론하는 김재왕 변호사

김재왕 변호사는 “그래서 과연 실제로 지금 내용대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기존에 있던 손해배상을 넘어선 어떤 무언가의 차별시정을 법원을 통해서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저는 그렇게 활발하게 이용되지 않을 것 같아서, 이게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들기도 한다”고 혹평했다.

김 변호사는 “시정명령과 관련해 두 법안은 차이가 있는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사례를 봤을 때 시정명령의 권한을 넣는다면 법무부와 인권위로 이원화 할 것이 아니라, 인권위로 통일하는 것이 그나마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또 김재왕 변호사는 “악의적 차별인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의 내용을 두 법안이 담고 있는데, 차혜령 변호사의 의견대로 법안의 악의성 요건은 좀 엄격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 기대할 수 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차별행위에 대한 악의적 차별로 인정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법안에 있는 악의성 요건은 엄격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홍성수 교수, 좌장을 맡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 신현호 변호사, 한상희 교수<br>
홍성수 교수, 좌장을 맡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 신현호 변호사, 한상희 교수

이같은 김 변호사의 토론에 좌장인 신현호 변호사는 “김재왕 변호사께서 우려하는 것처럼 (차별금지법이) 별 볼일 없는 법이 되지 않도록,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모여서 토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운영상에 미비점들을 한번쯤 경험해 봤기 때문에, 향후 차별금지법이 조금 더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될 필요가 있음을 다들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현호 변호사는 “다만 이것에 대한 양형부분이라든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같은 경우는 언론보도 보니 상당한 반론들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하여튼 이 부분에 대해 실효성 있는 담보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첫 시각장애 변호사인 김재왕 변호사

마지막으로 김재왕 변호사가 토론집에 기재한 내용이 눈길을 끌어 소개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소송을 하면서 법에 담긴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때가 많다. 그 단어, 그 문장 하나로 주장할 수 있는 권리와 소송의 승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나섰던 사람들은 그때는 그 운동의 결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몰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 소송을 할 때마다 이 법의 대단함을 느끼고, 이 법을 만들고자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감사한다. 지금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또 수많은 사람들이 땀과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땀과 눈물도 대단한 결실을 맺어 조만간 우리 사회의 차별을 시정하는 데에 쓰일 것이라 확신한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모든 분들께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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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토론회장에는 대한변협 사무총장 왕미양 변호사,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대응 특별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정영훈 변호사(대한변협 인권이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 이용우 변호사, 대한민국 최초 트랜스젠더 변호사인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등이 참석해 경청했다,

이 자리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조영선 변호사(전 대한변협 인권위원, 민변 사무총장)는 플로어토론에 적극 참여하며 개인적인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플로어 토론하는 조영선 변호사
플로어 토론하는 조영선 변호사

이날 토론회는 민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 됐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자막도 제공됐다.

민변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민변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전체사회자 민변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는 “민변 공식 유튜브를 통해서 토론회를 생중계하고 있다”며 “앞으로 법조 관련해서 법사위(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법안을 논의할 때, 이 (토론회) 영상 자체가 국회의원들, 보좌관들에게 굉장히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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