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24일 오후 2시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주최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위한 법조토론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 토론회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가 후원하며 관심을 나타냈다.

기념촬영
좌측부터 조수진 변호사, 이용우 변호사, 정영훈 변호사, 홍성수 교수, 김진 변호사, 박종우 서울변호사회장, 김도형 민변 회장, 이찬희 대한변협회장, 신현호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 김재왕 변호사, 한상희 교수, 류하경 변호사, 차혜령 변호사

이 자리에서는 3시간이 넘는 토론회를 끝까지 경청하며 플로어토론에 적극 참여하며 의견을 개진한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조영선 변호사와 대한민국 첫 시각장애인 변호사로 토론자로 나와 소신발언을 한 김재왕 변호사가 주목을 받았다. 

현재 두 가지 차별금지법(안)이 제출돼 있다. 하나는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장혜영 의원 등)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시안(평등법시안)이다.

김도형 민변 회장<br>
김도형 민변 회장

이 자리에서 민변 김도형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이찬희 변협회장과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축사를 했다.

토론회 사회는 민변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가 맡았고, 좌장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 신현호 변호사가 진행했다.

좌장 신현호 변호사 진행을 경청하는 이찬희 변협회장(우)
좌장 신현호 변호사 진행을 경청하는 이찬희 변협회장(우)

발제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헌법상 기본권과 차별금지법’을 주제로 발표했고,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차별금지법의 주요 쟁점 중 ’차별금지사유’에 대해 발표했고, 조혜인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가 차별금지법의 주요 쟁점 중 ‘영역별 차별금지 및 예방조치, 차별의 구제’에 대해 발표했다.

지정토론자로는 차혜령 변호사(민변 여성인권위원회)가 ‘성차별의 관점에서’, 김진 외국변호사(사단법인 두루, 민변 국제연대위원회)가 ‘인종차별의 관점에서’, 김재왕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가 ‘장애차별의 관점에서’, 류하경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법률사무소 휴먼)가 ‘고용차별의 관점에서’에 대해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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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장에는 대한변협 사무총장 왕미양 변호사,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대응 특별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정영훈 변호사(대한변협 인권이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 이용우 변호사, 대한민국 최초 트랜스젠더 변호사인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조영선 변호사(전 대한변협 인권위원, 민변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경청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토론이 끝나자 좌장 신현호 변호사는 플로어토론을 진행하며 방청객의 질문을 받았다. 이날 토론회의 백미는 플로어 토론이 장식했다.

발제자 홍성수 교수, 좌장 신현호 변호사, 발제자 한상희 교수

2017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조영선 변호사의 플로어 토론과 발제자의 답변 과정에서 그리고 좌장이 언급한 김재왕 변호사의 소신발언이 토론장을 집중하게 했기 때문이다.

조영선 변호사는 “사실 초반 발제만 듣고 가려고 했는데, 듣다 보니까 여러 가지 쟁점들에서 훨씬 관심이 생겼고, 특히 학습의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조영선 변호사
플로어 토론 시간에 방청석에서 발언과 질문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조영선 변호사

조 변호사는 “제가 질문이나 의견을 발표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고, 국가인권위원회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은 오랜 숙원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사회 갑론에 있어서 찬반양론이 일어났는데, 그 본질적인 문제들, 여기서 나오는 여러 가지 차별사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일부 동성혼ㆍ동성애 또는 종교단체의 반대 이런 문제로 회화되면서 원래의 입법취지와는 상당히 관계없는 방향으로 국회에서 무산되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고 짚었다.

조 변호사는 “과거의 자유권적 기본권에서 평등권적 기본권으로, 사회권이 기본권으로 이전돼 가는 그런 상당히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하나의 계기로서 이번 기회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분명히 입법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플로어 토론하는 조영선 변호사

조영선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관련해서 ‘시정명령’ 부분이 법무부에서 2건 밖에 없었다”며 “이런 부분도 저도 그때 (인권위에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왜 그런가’ 사실을 한 번 따져봤었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정명령제도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넘어서는 실효성 있는 차별구제수단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법무부가 내린 시정명령은 단 2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플로어 토론하는 조영선 변호사

조영선 변호사는 “일단은 기본적으로 법무부와 인권위 간의 소통의 문제랄까? 업무분장에 있어서 경직성, 견제 이런 게 하나 원인이었다”며 “또 하나 법무부가 인권위가 권고한 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또 판단해 보겠다고 해서 일종의 상급기관 모습을 보여서, 인권위도 그에 대해서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조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에서 나와 있는 시정권고, 시정명령, 징벌적 손해배상 문제, 임시조치 이런 문제들은 사실 꼭 그 업무를 국가인권위원회가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차별시정기구가 존재하는 실효성을 담보할 이유로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그러면서 “여전히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만 하고 그 이후의 조치를 하지 못하는 것도 국가인권위의 실질적인 한계가 있다”며 “그 부분들이 차별금지법이든 국가인권위원회법이든 좀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말씀을 드린다”고 제안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조영선 변호사

조 변호사는 “사회적 신분 안에서의 고용문제, 사실 인권위 내에서도 고용문제의 차별,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못 댔다”면서 “‘이건 사적 기업 내에서의 문제가 아니냐’ 그리고 ‘지배종속 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차별이 문제가 되느냐’ 이런 논리가 인권위 내부에서도 상당히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으로 작년과 재작년에 어떤 기업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주차장 문제라든지, 목욕탕 캐비닛 문제 이런 차별들을 문제제기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그 만큼 아직도 고용문제에 대해서는 인권위 차원에서 어떤 조사능력, 위원들의 관심도 사실은 앞으로 조금은 발전시켜야 된다”며 “그런 면에서 차별사유와 관련해 고용영역이라고 하는 부분들을 조금 더 구체화된 입법하는 게 상당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질의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조영선 변호사
질의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조영선 변호사

조 변호사는 “대부분 고용관계 부분들은 지금 현재 인권위의 차별문제에서 장애차별이 가장 고정적으로 많지만, 그러나 사실 지금 (국가인권위원회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건 고용관계 차별이 상당히 많아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그래서 차별금지법 부분에서 고용관계의 차별 부분들을 조금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라고 짚었다.

조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차별금지법이 많은 논의가 있는데, 과연 국회 입법은 잘 될 것인지, 국회 입법 전략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좌장 신현수 변호사는 발제자들에게 답변하게 했다.

먼저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차별의 문제는 사회통합의 문제”라며 “사실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를 어떻게 관리하고 일종의 국가공동체 또는 생활공동체들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이냐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좌장 신현호 변호사, 발제자 한상희 교수, 발제자 조혜인 변호사

한 교수는 “(미국 공립학교에서 인종 분리로 인한 차별을 철폐하도록 한) 1954년 미국의 브라운 사건도 그런 맥락에서 이야기됐던 것”이라며 “그러니까 권리침해이자 동시에 미국 사회의 통합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이냐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답변하는 한상희 교수
답변하는 한상희 교수

한상희 교수는 “그런 점에서 차별금지법은 인권을 보장하는 법이자,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제대로 잡는 그런 법”이라고 답변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답변에서 “저도 차별금지법을 몇 년 동안 공부해 오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복잡한 부분도 많고, 굉장히 어려운 법”이라며 “사실 저 같이 법안을 계속 들여다보면 보면 볼수록 좋은 것 같다는 생각만 들고, 뭐가 뭔지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답변하는 홍성수  교수

홍성수 교수는 “(차별금지법의 입법이 무산된) 여태까지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너무나 많아서 그런 것에 대응하다가 소모적인 논쟁으로 귀결된 측면이 너무 아쉽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그래서 이런 인권이나 평등 문제에 관심을 가져오신 변호사들이 참여를 많이 해서 법안이 조금 더 완성도 있게 마련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답변하는 홍성수 교수
답변하는 홍성수 교수

홍성수 교수는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발의된 법안이) 법사위로 갈 것 같은데, 가면이 아주 디테일한 법률적인 쟁점들이 논의될 텐데, 건설적인 의견들이 많이 나와서 좋은 법안으로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답변하는 조혜인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는 “장애인차별과 관련해서 김재왕 변호사가 말씀해 주신 부분은 너무나 동의한다”며 “지금 나와 있는 차별금지법 법안이나 평등법 시안이 아주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지 않고, 정말 최소한의 내용을 담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조 변호사는 “이런 최소한의 내용조차도 너무나 (차별금지법) 제정이 늦어짐으로써 사실 한국의 여러 가지 평등에 관한 이야기들, 차별 법리가 발전이 가로막혀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정말로 최소한 것에 더해서, 입법과정에서 세부적인 쟁점들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좋은 법이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답변하는 조혜연 변호사
답변하는 조혜인 변호사

좌장인 신현호 변호사(대한변협 인권위원장)는 토론회 마무리 발언했다.

신현호 변호사는 “최근에 유튜브에서 핫 하게 뜨고 있는 옛날에 EBS에서 노자 강의를 했던 서강대학교 철학과 최진석 교수의 말씀이 ‘세상을 보고 싶을 대로 보는 소유적 태도를 버려라. 보이는 대로 볼 수 있는 무소유의 개념을 가져라’는 얘기를 귀담아 들은 적이 있다”며 “지금 (차별금지법) 이 부분에 대해 어떤 특정 시각이나 소유적인 시각을 버리고, 우리가 보편적인 인권 개념에서 보면 좀 더 낳은 건물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제시했다.

토론회 좌장을 진행한 신현호 변호사
토론회 좌장을 진행한 신현호 변호사

신 변호사는 “성경에도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얘기처럼, 이 법이 김재왕 변호사가 걱정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미약할지 몰라도, 결국은 우리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창대한 법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발제자 조혜인 변호사와 좌장 신현호 변호사가 김재왕 변호사를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첫 시각장애인 변호사 김재왕 변호사

이날 ‘장애차별의 관점에서 본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대해 토론자로 나온 김재왕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안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내용이 없는 법에 대해서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소신 발언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터지게 했기 때문이다.

토론하는 김재왕 변호사
토론하는 김재왕 변호사

한편, 이날 토론회는 민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 됐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자막도 제공됐다.

민변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민변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사회자 민변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는 “민변 공식 유튜브를 통해서 토론회를 생중계하고 있다”며 “앞으로 법조 관련해서 법사위(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법안을 논의할 때, 이 (토론회) 영상 자체가 국회의원들, 보좌관들에게 굉장히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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